[이재인의 문화살롱] 다산을 트레이드마크로
[이재인의 문화살롱] 다산을 트레이드마크로
  • 김경배 기자
  • 승인 2018.02.05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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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인 충남문학관 관장 / 작가
이재인 충남문학관 관장 / 작가

[중앙뉴스=이재인] 필자가 노년기에 미국 하와이 퍼시픽 대학에 연구교수로 파견되었던 일이 있었다. 와중에 미국인 학생들과 한국인 학생들로부터 「한국인의 대표적 인간상」을 강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일이 있었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 뇌리에 저장된 숱한 위인 중에 어느 분을 불러내야 할 것인가가 고민스러웠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에게 오천년 역사를 이어온 한국인들 가운데 50분 안에 위인의 삶과 철학을 통해서 한국인을 증명하는 일은 사실상 큰 숙제이다.

영국인에게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영국인의 삶과 문화를 말했다. 유태인에게는 디아스포라에서 미국에서 프랑스에서 유태인의 삶과 철학을 『탈무드』와 『미드라쉬』를 통해서 정체성이 그 안에 있음을 말할 수가 있다.

중국인들은 공자와 맹자, 노장사상을 통해서 세계의 중심을 대변하고 있다. 필자는 한동안 강의 주제를 전달받고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세계적인 한국인(?). 문득 몇 분이 내안에 떠올랐다.

퇴계, 율곡, 성호, 충무공 등 어느 분을 제재료하여 숙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였다. 서양인들에게 「촌철살인」하는 위인은 누구일까?……. 그러면 가장 서민적이면서 가장 한국적인 분이 세계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정치인들의 부정부패가 시끌시끌하던 시기였기에 나는 다산 정약욕의 삶과 철학을 제재로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풀어 이야기를 전개하기로 했다. 가난해서 구제받았고, 전쟁의 참화 속에 우뚝 선 오늘의 한국적 지주로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있음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물론 미국인들에게는 정약용 선생이 생소했지만 그 스토리텔링은 교실 안에 난데없는 인기를 피어냈다고 회고된다. 인기는 인간적 매력의 일종이다. 그들은 한국적인 인물의 핵심이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사상에 담겨있어 가장 민주적인 예언서라고 극찬을 했다.

이후 나는 다산의 저술이 유태인의 『탈무드』나 『미즈라쉬』처럼 쉽게 서구인에게 접근할 수 있게 영미어로 번역 출판되기를 여러 요로에 건의를 했지만 결과는 없었다. 

사실 오늘의 최강국으로 G2라 불리는 미국이나 중국은 그들이 경전처럼 내세우는 책이 있다. 그게 노장 철학이고 공맹사상이다. 또 유태인의 『탈무드』와 『미즈라쉬』에 그들 정신이 숨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한국인으로서의 다산정신이 살아있다. 다산정신이 한국인의 근대화의 뿌리였고 그의 사상이 유럽이나 서구인에게 흥미로운 인물로 인식된 데에 나 자신도 놀랐다.
 
『목민심서』는 부패하고 타락한 세상을 위한 빛과 소금 같은 저서이다. 주제가 보편적이어서 진리이고 그 전개과정도 드라마틱하다. 의미가 심오하고 서사구조도 아름답다. 그의 철학은 한국적이면서 세계인의 교리이다. 그리고 이지적이고 교훈적이다. 넓고도 깊은 오묘함이 스며있다.

지금 시대를 가리켜 어둠의 세대라고 하기도 한다. 또 「미즈」라고 자학적인 표현을 하기도 한다. 이런 시대에 다산의 저서들은 성경다음으로 읽을 수 있는 가치를 지닌 책이다. 그러므로 다산의 저술이 세계적인 언어로 번역되어 곳곳에서 우리 한국인의 인간상으로 부각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에게도 존경받고 인류에 희자될만한 위인들이 뇌리 속에 잠들고 있다는 느낌은 나만의 독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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