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속 정치⓵] 김여정이 전달할 김정은의 ‘속내’
[올림픽 속 정치⓵] 김여정이 전달할 김정은의 ‘속내’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2.10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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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실세 2인자 김여정, 김정은의 메시지를 분명 전달할 것, 결국 북미대화가 목적, 우리 정부는 한반도 운전수론 차원의 주도권 확보가 중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북한의 실질적인 2인자가 대한민국에 왔다. 명분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축하하는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으로서 방문하는 것이다. 남북의 고밀도 외교전이 시작된 셈이다. 

북한의 속내는 결국 미국을 향하고 있을테고 우리 정부는 ‘한반도 운전수론’ 차원에서 그 모멘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정은 위원장(북한노동당)이 명실상부 북한의 1인자라면 김여정 제1부부장(북한노동당 중앙위원회)은 그의 유일한 동생이다. 독재국가인 북한은 최고 권력자의 배우자가 많아 배다른 형제가 많은데 친부(김정일)와 친모(고용희)가 같고 김 위원장의 스위스 유학시절을 함께 했으며 세 살 차이(1987년생)밖에 나지 않는다. 

김영남 상임위원장(북한노동당 최고인민회의)은 이번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장(長)이기도 하고 명목상으로는 북한의 원수 직책을 맡고 있다. 그런 김 상임위장은 올해 한국 나이로 91세인데 증손녀뻘인 김 부부장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김 부부장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김 부부장과 김 상임위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9일 13시50분 즈음 전용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발을 디뎠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 부부장 등 북측 고위급 대표단. (사진=연합뉴스 제공)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 부부장 등 북측 고위급 대표단.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측 대표단은 공항 VIP 접견실에서 우리측 대표단(조명균 통일부장관·천해성 차관·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과 20분간 대화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김 상임위장이 김 부부장에게 상석을 양보하는 손짓을 했다. 김 부부장은 이를 사양하면서 먼저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했고 결국 김 상임위장이 조 장관과 마주보는 상석에 앉았다.

북한노동당에서 60여년 간 활동했던 김 상임위장에게 자리양보를 받는 김 부부장은 말 그대로 김 위원장의 최측근이다.

김 상임위장의 자리양보를 사양하고 자리에 앉으라고 속삭이는 김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상임위장의 자리양보를 사양하고 자리에 앉으라고 속삭이는 김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부부장은 아버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2011년 처음 모습을 보였고 이후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한때 최고 실세였던 故 장성택의 부인 김경희가 60대가 넘어서 ‘정치국’에 진입했지만 김 부부장은 31세의 나이로 정치국에 입성했다. 공산국가는 보통 집단지도체제의 최고 권력기구를 통해 통치되는데 대표적으로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그렇다. 북한노동당의 정치국도 이와 같고 정치국 후보위원은 총 30여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한 명이 김 부부장인 것인데 그만큼 김 위원장과 정서적으로 가깝다는 뜻이다. 2012년 평양 능라 인민유원지 준공식 때 김 위원장 뒤로 자유롭게 뛰어다녔던 김 부부장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아주 유명하다. 

김 위원장 뒤에서 뛰어 다니고 있는 김 부부장의 모습. (캡처사진=JTBC 뉴스룸 2018년 2월9일)
김 위원장 뒤에서 뛰어 다니고 있는 김 부부장의 모습. (캡처사진=JTBC 뉴스룸 2018년 2월9일)

김 위원장 앞에서 장성택이 건성으로 박수쳤다는 이유로 처형당했다. 그런 북한에서 김 위원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는 존재가 김 부부장이다.

우리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그런 김 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대신 전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고 그 내용이 무엇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부부장은 이날 공식석상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턱을 살짝 올리고 옅은 미소를 띄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쓸 뿐이었다. 비공개로 우리측 대표단에 환대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는 후문만 전해지고 있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턱 끝을 살짝 든 모습을 자주 보였던 김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유로운 표정으로 턱 끝을 살짝 든 모습을 자주 보였던 김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북 정상회담 합의 ··· 북미 대화의 초석?

김 부부장은 저녁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 참석한 뒤 바로 서울로 향했다. 당장 다음날(10일) 오전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어떤 대화를 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영부인, 김여정 부부장과 김영남 상임위장이 개회식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영부인, 김여정 부부장과 김영남 상임위장이 개회식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CNN은 김 부부장이 문 대통령에 ‘평창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자’는 제안을 할 것이라 전망했고 이날 계속 화제가 됐다.

일단 공식적인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친서든 구두로든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메시지 전달) 그거 아니면 올 일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갑자기 김여정 부부장의 직급이 제1부부장으로 올라갔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무엇보다 그렇게 직급을 올려 보냈다는 것은 북한의 특사로 해석할 수 있고 특사와 대통령이 공식 오찬을 가진다는 것은 메시지가 있고 그 내용을 청와대가 대략적으로 숙지하고 결정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북한이 특사 형식으로 파견할 필요도 없고 전 세계 정상급 인사들의 방문이 있는데 문 대통령과의 오찬 일정도 잡히기 어렵다는 후술이다. 

정 전 장관은 사전에 우리측이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고 이에 김 부부장이 화답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2017년 6월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심포지엄 '새 정부의 대북·통일정책 변화의 입구에서 길을 찾는다'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7년 6월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심포지엄 '새 정부의 대북·통일정책 변화의 입구에서 길을 찾는다'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 전 장관이 보는 북한의 노림수는 결국 ‘북미 대화’다. 

2017년 내내 △우리는 대화와 압박 카드 동시 제안을 통한 단계적 비핵화 △미국은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통한 비핵화 △북한은 지속적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및 핵 실험 도발을 통해 미국의 선 협상 제안 유도를 추구했다. 

북미가 미치광이 강경 전략에 올인한 것인데, 북한 입장에서 더 성급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스스로 그렇게 강하게 나가면 미국이 움직일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으니까 답답해서 2018년 새해벽두부터 남한을 징검다리로 활용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를 먼저 시작한 뒤 이를 통해 미북 대화, 서울을 들려서 워싱턴을 가고 싶다는 그런 계산”이라는 게 정 전 장관이 분석하는 북한의 노림수다.

정 전 장관은 “앞으로 남북 대화가 잘 되고 정상회담까지 성사돼서 우리가 미북 대화를 주선하는 그런 상황이 되는 것이 제일 좋다”며 “남북 대화가 계속돼야만 (북한 입장에서) 미북 대화도 동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코리아 패싱은 기우)다”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신년 기자회견에서 “회담을 위한 회담은 목표가 될 수 없다”고 말했지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정상회담을 비롯 어떤 만남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얻을 게 없다면 대화할 생각이 없고 얻을 게 있다고 판단되면 어떤 형식으로든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궁극적으로는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다. 하지만 서두르면 일을 그르친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7일 한국일보 기고문을 통해 “평상심”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마치 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뚝딱 만들어내는 도깨비방망이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그냥 북한의 참가로 안전하고 평화로운 올림픽이 진행된다는 최소 목표로 시작하는 게 낫다”고 정부에 조언했다.

이어 “올림픽에 참가한 여러 국가 중 하나로 북한을 대하면 될 일이고 북측 선수가 인공기 다는 걸 욕한다면 그것 역시 평상심을 벗어난 일”이라며 보수진영에게도 조언했다.

야당 등 보수진영은 정부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고 정부는 계기만 마련한다는 마음으로 차분히 북한과 대화에 임해야 한다.

평창에 도착한 김 부부장이 경호원의 삼엄한 경비 속에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평창에 도착한 김 부부장이 경호원의 삼엄한 경비 속에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북측 대표단은 2박3일 일정으로 남한에 머물다 12일에 돌아갈 예정인데 공식 스케줄은 개회식과 오찬 두 개 외에는 공개된 것이 없다. 

김 부부장과 김 상임위장은 오찬 이후 개별 일정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부장은 10일 열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첫 경기인 스위스전,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릴 예술단 공연을 관람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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