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나의 맛있는 시 감상(185) // 빈(貧), 처(悽) /김명
최한나의 맛있는 시 감상(185) // 빈(貧), 처(悽) /김명
  • 최한나 기자
  • 승인 2018.02.12 0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두번째 시집 『잠실역 1번 출구 버스 정류장』 펴낸 김명 시인
김명 두번째 시집
김명 두번째 시집

 

빈(貧), 처(悽)

김 명

 

150일째다

이른 시간 의정부 고용보험공단 5회 차 실업수당 신청하는 날

인터넷 구인정보 검색 한 달

전 직장 동료와 동창에게 전화 넣은 지 한 달

사촌에 팔촌 친인척 기웃거린 지 한 달

알바라도 해야겠다며 벼룩시장 뒤적인 지 한 달

 

장마가 있었고 무더위로 전력사용이 최고치로 올라갔고

고속철 고장으로 환급소동이 일어나고

4대강 유역은 비만 오면 제방이 무너지고

희망버스는 희망을 싣고 부산으로 분연히 내려가고

일본에선 대한민국의 여자 격투기 선수가 일본 개그맨과 피가 터지는 격투 개그를 하고

나가수엔 자우림이 합류하고

매일 뒹굴뒹굴해도 오감의 촉수는 활짝 열어놓는데 괜히 이리저리 움직여도 보는데

움직이는 만큼 돈이 들어와 가족이 흥분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방 콕 하는 녹슨 몸을

아내는 가자미눈으로 쳐다보는데

아이들은 맨숭맨숭 쳐다보는데

오늘은 잘 쉬고 있다고 수당 신청하는 날

아이들 좋아하는 라면 한 상자 기분 좋게 그림 그리는 날

 

- 김명 시집 『잠실역 1번 출구 버스 정류장』 에서

----------------

‘가난은 꼭 슬픔이라고 할 수 있는가? 가난해도 행복하다’는 사람들을 가끔씩 보는데 난 항상 의구심이 일곤 한다. 절대 가난 앞에서도 항상 웃으며 행복할 수 있을까? 더구나 식솔들을 거느린 녹슨 몸을 가진 가장의 입장이라면 어떠할까?

어느 한 때의 실업의 아픔과 회한을 담담하게 시로 그려낸 화자에게 시는 진정 위안이라도 되었을까? 시인은 현실의 부조리함과 모순도 살짝 보여주지만 세상은 아랑곳없다는 듯 잘도 돌아간다. 좀처럼 일자리는 구해지지 않고 가족의 눈치에 찔리는 한 가장의 빈(貧), 처(悽)에 읽는 내내 몹시도 마음이 불편하고 아프다. 현재도 정부의 대책이 쏟아지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실업난 해소의 길은 아직 지난하다. 그 옛날 우리 아버지, 실직을 하고 술퍼맨이 되어 울부짖던 그 상황이 가슴에 원망으로 자리하고 있었음에 이제 아버지께 용서를 다시 빌며 위로를 보내드린다. 아버진 이미 하늘나라 가신지 오래인데...

시인은 시를 통해 외친다.이 땅의 가장들이여! 청년들이여! 힘내시라!  모름지기 당신들로 인하여 지구가 돌고 돌아가고 또 꿈을 꾸는 별들이 태어나고 태어나느니.

-----------------

김명 시인 /

충북 청원 출생

2009년 《시선》 등단

시집 『로망을 찾아서』 『잠실역 1번 출구 버스 정류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