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은 해상강도살인미수 혐의

부산지법 301호 대법정에서 23일 열린 국내 사상 첫 해적재판의 핵심 쟁점은 역시 최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해상)강도살인미수 혐의였다.



또 검찰과 변호인은 재판 첫날부터 상대방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오후 1시40분부터 무려 40분가량 진행한 모두진술에서 해적들의 8가지 범죄행위를 열거하면서 해상강도살인미수와 선박위해법,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5가지 죄명을 거론했다.



먼저 지난 1월15일 삼호주얼리호를 탈취한 뒤 1천38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강취하고, 배를 소말리아로 운항하도록 했으며 선사 측에 선원들의 몸값으로 거액을 요구했다는 혐의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서는 변호인 측도 직접 범행을 저질렀거나 공범으로서 책임이 있다며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해적들은 또 1월18일 청해부대의 1차 진압작전 때 무차별 총격을 가해 장병 3명에게 중상을 입혔다는 것과 김두찬 갑판장 등을 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도 전부 또는 일부를 인정했다.



그러나 1월21일 '아덴만 여명작전'때 선원들을 인간방패로 내세웠다는 것과 마호메드 아라이가 석해균 선장에게 총을 난사해 살해하려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했다.



검찰은 해적들이 1차 진압작전때 선원들을 인간방패로 쓴 사진을 제시하며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주장했고, 아라이가 평소에도 석 선장에게 손으로 목을 긋는 행동을 취하며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아라이가 사용한 총기의 멜빵에서 나온 DNA 분석결과와 총기실험 결과 등 과학적인 수사로 혐의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라이의 변호를 맡은 권혁근 변호사는 "피고인들은 1차 진압때 선원들을 윙 브리지로 내보낸 것은 '총을 쏘지 말라'는 의미였지, 살해하기 위해서 한 일이 아니며 '아덴만 여명작전'때는 선원들을 인간방패로 내세운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또 "석해균 선장의 몸에서 나온 탄환 가운데 2발은 해군총탄이고, 1발은 불분명하며 나머지 1발은 해적총탄의 유탄으로 밝혀지는 등 해적이 석 선장에게 총을 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2차 진압작전 때 해적들은 거의 저항을 포기한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검찰은 또 극악무도한 해적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엄한 처벌로 강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면서 피고인들의 딱한 처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지른 범죄라는 변호인의 논리에 현혹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피고인이 아니라 석 선장을 비롯한 선원과 청해부대원의 입장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며 이성적인 접근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권혁근 변호사는 "900만 달러를 몸값으로 받으면 겨우 2만달러 정도를 받는 하수인을 과도하게 처벌한다고 해적행위가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인정에 호소해 피고인들을 선처해달라고 요청할 생각이 없으며 한 일과 하지 않은 일을 제대로 밝히겠다"고 맞섰다.

권 변호사는 또 "청해부대의 1차 작전은 무모했고, 2차 작전은 무자비했다"면서 "무리한 작전의 책임을 해적들에게 돌려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폈다.

압디하르 이만 알리의 변호인인 정해영 변호사도 체포한 해적들을 국내로 이송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고, 그 절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재판부의 관할권 위반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법정에 들어선 해적들은 처음에는 고개를 돌리지 못한 채 곁눈으로 통역인과 방청석을 지켜봤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을 되찾은 듯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전을 진지하게 지켜봤고, 특히 아라이는 통역인의 목소리가 낮다며 2차례나 지적하는 등 시종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