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속 정치④] 아베의 내정간섭 ·· 우리의 투트랙
[올림픽 속 정치④] 아베의 내정간섭 ·· 우리의 투트랙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2.13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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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훈련과 남북 정상회담에 훈수, 펜스 부통령의 푸들 역할, 김영남과 무슨 대화했나,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분위기 팽팽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외국 정상을 만난 자리에서 군사훈련을 미루면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무례한 처사다.

독립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말씀은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될 때까지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지 말라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 주권의 문제이고 내정에 관한 문제다. 총리께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의 단호한 발언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올림픽 전부터 아베 총리는 일본 언론을 통해 올림픽이 끝나면 하루빨리 한미 군사훈련을 실시해달라는 요청을 문 대통령에게 직접 하겠다고 말해왔다. 이런 발언 자체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도 문제지만 만나서 직접 할 줄은 또 몰랐다. 

9일 세 번째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9일 세 번째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아베 총리는 9일 2년 3개월만에 한국을 찾았다. 애초 1월 중순까지만 해도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올림픽에 불참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와 관련 책 ‘아베는 누구인가’의 저자인 길윤형 <한겨레21> 편집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반대로 “아베가 평창에 올 것이라고 본다”며 그 근거로 “일본은 이렇게 한일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데 한국의 지나친 민족주의가 문제라는 점을 국제 사회에 어필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즉 “피해자 일본 늘 한국에 져주고 양보하는 일본”의 이미지를 만드려고 한다는 것이다. 한 편집장은 “아베가 오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이 도쿄에 가지 않을 명분을 벌어줄 수 있다”며 “2020년 도쿄 올림픽 성공 개최를 바라는 아베 입장에서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라고도 설명했다.

이 예측이 적중했다. 아베 총리는 왔다. 와서 대북 강경기조에 올인하고 있는 펜스 미국 부통령과 발을 맞췄다. 6일 일본에 방문한 펜스 부통령과 이미 대북 강경책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를 이룬 상태였다. 아베 총리는 펜스 부통령이 리셉션 행사장에 늦게 들어오면 같이 늦게 들어와주고 올림픽 개회식에서 일어났다가도 펜스 부통령의 눈치를 봐 서둘러 다시 앉기도 했다. 

다만 펜스 부통령과 달리 김영남 상임위원장(북한 최고인민회의)과는 만나서 짭게 대화를 나눴다. 아베 총리는 개회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지만 기존부터 가지고 있던 우리들의 생각을 전했다”고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은 그 내용을 두고 아베 총리가 일본인 납치문제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에 대해서 일반적인 요구사항을 전달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베 총리는 이번 올림픽 일정에서 펜스 부통령과 발을 맞췄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베 총리는 이번 올림픽 일정에서 펜스 부통령과 발을 맞췄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베 총리는 펜스 부통령과 달리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나 짧게 대화를 나눴다. (캡처사진=jtbc 뉴스룸 2월9일)
아베 총리는 펜스 부통령과 달리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나 짧게 대화를 나눴다. (캡처사진=jtbc 뉴스룸 2월9일)

“털끝 만큼도 (피해 할머니들에)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극우 성향인 아베 총리는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저지른 과거 역사적 가해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정확히 한 달 전 우리 정부가 발표한 ‘12.28 위안부 합의’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아베 총리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내용은 “문제가 있지만 재협상 요구는 안 하겠다”는 것으로 한일 정부의 공식 합의를 전면 부정하지 않는 비교적 수위가 낮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합의의 불가역성을 강조하고 한국 정부의 이행을 요구했다. 

피해 할머니들을 대변하고 있는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 즉각 반발했을 정도로 일본 정부에 마냥 불리한 내용이 발표된 건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일본 대응기조 역시 지난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투트랙 전략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일본이 역사 문제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일절 접촉하지 않겠다는 극단적 상호주의가 아니다. 물론 그러다가 집권 후반기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덜컥 졸속합의를 해버리는 악수를 뒀다. 

이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일본과 경제협력 등 기본적인 외교관계는 유지하고 발전시키되 민감한 역사 문제는 그것대로 따로 다룬다는 것이다. 역사 문제 관련 갈등관계가 심화된다고 해서 경제협력과 외교관계를 손놓고 있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월9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진실과 원칙에 입각해 역사문제를 다루겠다”면서도 “한일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투트랙 전략을 표현했다.

또 “양국 간에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1993년 고노 담화·1995년 무라야마 담화에서 보였던 일본의 반성 기조를 촉구했다. 강 장관은 “일본이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존 입장 차이를 재확인한 세 번째 한일 정상회담

9일 리셉션 행사 전에 강원 용평리조트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과의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정삼은 기본적으로 투트랙이었다. 미래지향적인 관계와 협력을 약속하면서도 북한 문제와 역사 문제에서는 온도차를 보였다.

아베 총리는 공개발언으로 “일본과 한국의 미래지향적이고 또 새로운 관계 구축을 위해서 솔직하게 의견을 나눴으면 한다”고 했지만 비공개 발언으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해 문 대통령의 합의 이행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역사를 직시하면서도 총리와 함께 지혜와 힘을 합쳐서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추진해 나가자”고 했고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지난 정부가 맺은 이 합의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고 이 문제는 정부 간의 주고 받기식 협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대북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의 매력외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평창 평화올림픽을 계기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아베 총리도 큰 관심을 가지고 적극 성원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일본 정부도 좀 더 적극 나서달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의 대북 강경노선에 맞게 일본 언론과 정치권은 북측이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11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국방부장관)은 “과거 일본도 한국도 북한의 유화적인 정책에 편승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했다”면서 “그에 대한 반성을 한국도 충분히 인식해 확실히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남북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기본 정책이 변하는 것이 (대화의) 대전제”라는 점을 분명히 해 펜스 부통령의 기조와 결을 맞췄다.

마이니치신문은 11일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가 문 대통령이 평양을 가서는 안 된다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북한이 비핵화로 가는 구체적인 행동을 표시해야 한다”는 외무성 간부의 발언이 있었다면서 일본 정부 내부의 지배적인 분위기가 남북 정상회담에 부정적이라고 보도했다.

또 “완전한 양동작전(적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말을 소개하면서 북한이 한국을 지렛대로 삼아 한미일 공조에 균열을 꾀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정부는 북한의 정상회담 제안을 사전에 예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아사히신문도 비핵화를 목표로 정상회담을 해야한다는 사설을 11일 발표했다. 아사히신문은 “남북 회담 뿐 아니라 한미일 공조의 틀 속에서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을 포함 한일 의원들이 12일 서울에서 모였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세균 국회의장을 포함 한일 의원들이 12일 서울에서 모였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12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제2회 한일의회 미래대화>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양국 의원들이 이번 올림픽에 참석한 아베 총리와 북측의 행보를 두고 의견을 공유했다. 

임병식 국회 부대변인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베 총리가 잔칫집과 다른 말을 해서 점수를 잃었다”고 발언했다. 이에 일본 의원들은 “당초 아베 총리의 한국 방문에 반대가 많았다”며 “자민당은 격하게 반대했는데 아베 총리가 결단한 것이라서 그런 부분을 감안해 이해해 달라”는 입장을 표현했다.

또 “남북 간에 헤어진 이산가족도 있고 특수한 관계를 이해하겠다”면서도 “결국 북한 시간 벌어주기가 되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핵개발 동결을 시작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에 부르고 최종적으로 비핵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선 핵동결을 주장한 것이다.

반대로 우리 의원들은 “역발상을 해보면 우리가 시간을 버는 것”이라며 “평창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군사적 긴장을 고도화하지 못 하도록 유엔에서 결의했고 차분히 남북관계 점검시간으로 가지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오히려 북한의 도발 저지를 통한 평화무드 조성 시간을 한국이 벌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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