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설 앞두고 장사 예전 같지 않아”
소비자 “설 차례상 물가 비싸”

[중앙뉴스=오은서 기자] “설 대목인데 손님이 작년에 비해 더 줄었죠. 사람이 많이 와도 실제 판매는 별로 없어요. 제사용품인 밤, 대추, 곶감 등이 그나마 팔려요. 명절이니까. 요즈음 핵가족화 추세고 젊은 사람이 차례를 좌지우지하니까 간소화 됐죠. 물건 사러 와도 “저건 안 먹어서 안 해, 저건 번거로워서 안 해”라고 말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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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간소화로 제사용품인 밤, 대추, 곶감 등이 그나마 팔린다는 망원동 월드컵시장의 한 가게. (사진=오은서 기자)

상인, 사람들로 북적이면 뭐해…실제 판매는 별로

서울 망원시장에서 제사용품을 파는 상인 김 모씨(60세)는 설 대목이라도 작년 같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고 젊은 세대가 차례를 최소화하면서 설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차차례상도 줄고 손님도 줄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장에서 목이 터져라 하고 ‘어머니’를 외치는 야채가게 상인 박 모씨(62세)는 새벽엔 식당 납품, 낮 시간엔 소비자를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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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파로 인해 야채가 얼어서 야채값이 올랐다는 망원월드컵 시장, 한 야채가게. (사진=오은서 기자)

“오늘은 날이 좀 풀려서 그나마 손님이 좀 오긴 했는데 명절이라도 가면 갈수록 장사가 안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동안 한파로 인해 야채가 얼어 야채 값이 많이 올랐다고 봐야죠. 제사용품도 줄고 손님도 줄어 운영이 힘들지만 해왔던 업을 안 할 수도 없고 또, 명절장사도 해야 하고…애로사항도 많아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를 사기위해 살펴보는 손님에게 “어머니, 제주도에 눈이 많이 와서 더 이상 싱싱한 물건이 안 나와요”라고 말하며 그동안 한파와 폭설로 채소값이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팔리는 채소가 제사용품 삼색나물인 시금치, 도라지 숙주라며 설명절 속 시장의 답답한 현실을 토로했다. 

갈수록 힘든 재래시장 속 현실에서 상인들인 “전통시장은 ‘정’이다. 단골 어르신들도 많이 오고 시장물건도 다 원산지 표시가 돼서 믿을 수 있다. 야채도 싱싱하고 대형마트 보다 저렴하다”고 말하며 “아무리 힘들어도 시장을 찾아주시는 손님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한결 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현재 망원동 월드컵시장에서는 손님들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건 구입 후 영수증을 지참하면 공영주차장에서 주차료를 30% 할인해 주다며 이 부분도 홍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상인들은 말했다. 

 

손님, 미나리 한단 2,000에서 7,000원까지 올라, 물가 비싸다

한편 설 명절을 앞두고 장을 보기 위해 물건을 사러 온 이 모씨(70세)는 “물가 많이 올랐지. 추울 때 얼어서 농작물 손실이 많이 됐나봐. 미나리 한 단에 2,000원이었는데 7,000원까지 올랐어. 무도 1,000원 하던 게 3,000이야”하며 한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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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시장으로 장을 보러 나왔다는 한 시민은 속재료인 미나리 한 단에 2,000원이었는데 7,000원까지 올랐다며 한숨 짓는다. (사진=오은서 기자)


민족 대명절인 설을 이틀 앞두고 전통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한결같이 물가가 올랐다고 말한다. 말하며 장을 많이 못보고 꼭 필요한 것만 사간다. 

친구와 함께 망원시장을 찾은 여 모씨(65세)는 “재래시장은 물건이 그날그날 들어와서 신선하고 좋아요. 야채랑 과일도 신선하고 제사용품도 지금 들어와서 좋아요. 제사에 올릴 과자용품도 구매했다”라고 말하며 그래도 물가는 많이 올라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제사용품만 소량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집 근처에 마트가 있는데 굳이 재래시장을 찾는 이유에 대해서 여 모씨는 “요새 젊은 사람들은 다 마트로 몰려서 그런지 막상 가보면 원하는 물건을 사기 힘들어. 소고기산적도 원래 3쪽을 한 접시에 놓는데 대형마트에서는 소고기산적 1쪽만 포장해서 팔더라구. 차례상이 간소화 돼 젊은 사람이 소고기산적 1쪽씩만 사가니까 그렇게 해놓고 판다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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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이 대형마트 보다 물건이 훨씬 저렴하고 싱싱하다며 제품을 고르고 있는 한 시민. (사진=오은서 기자)

 

재래시장도 물가 올랐지만 대형마트 보다 저렴하고 다양해

이 모씨(66세)는 “저희는 차례 안 지내요. 아들딸들이 집에 오니까 나물종류 사러오고 빈대떡이랑 전 등을 사러왔죠. 재래시장에 와도 물가는 비싸요. 김치 담그는 속재료인 무, 미나리, 쪽파도 비싸죠. 미나리는 한 단에 5,000원~7,000씩 해요. 최근에 날이 추워서 그런지 봄돔도 비싸더라구요”라고 설명했다. 

물가가 올라도 품목별로 보면 재래시장이 마트보다 저렴하다고 말하는 이 모씨는 “마트에는 당근이 다 씻어서 나오고 1개에 1,000원인데 시장에서는 한봉지에 1,000원이에요. 배추도 큰 것 3개를 한망에 넣어서 만원인데 마트에서는 1개에 만원 정도 해요. 물건도 다양해서 원하는 만큼 소량씩 사는 장점이 있어 시장 다니는 사람은 대형마트 못가죠”라고 설명했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두고 재래시장엔 제수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러나 실제 현실 장사는 잘 되지 않는다며 상인들의 한 숨은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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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맞이해 망원시장엔 손님이 북적이지만 실제 판매는 예전같지 않다고 느끼는 상인들이 많다. (사진=오은서 기자)

망원시장 상인회 최태규 회장은 “설 차례가 여럿이 모여야 하는데 일단 모이는 게 예전 같지 않아요. 야채하시는 분들은 농작물 한파로 값이 올라서 힘든 부분이 있구요. 망원시장을 찾는 분들은 그래도 나은 편인데 다른 전통시장은 젊은 층이 거의 찾지 않죠. 아무래도 젊은층은 온라인 쇼핑과 대형마트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죠”라고 설명했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두고 해가 갈수록 간소화되는 차례상 문화, 한파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물가 인상 등 총체적인 요인으로 소비자와 상인 사이에 느껴지는 심리적 물가도 예전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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