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박광원 기자]국민경제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듯 하다. 일반사람의 가계나 기업이 은행에 예금을 맡기고 좀처럼 꺼내 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경제 상황이 불확실한 탓에 경제주체들이 투자를 과감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재례시장에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의 일손이 분주한 모습, 상인들은 경기가 예정같지가 않다고 했다. 사진=박광원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재례시장에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의 일손이 분주한 모습, 상인들은 경기가 예정같지가 않다고 했다. 사진=박광원 기자

 

한국은행에 따르면 17일 작년 예금은행 요구불예금 회전율(예금 지급액/예금 잔액)은 19.1회로 집계됐다.이는 18.4회를 기록한 1986년 이후 가장 낮다.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지급을 원하면 언제든지 조건 없이 지급하는 예금이다. 현금과 유사한 유동성을 지녀 통화성예금이라고도 부른다.

자금 유동성 회전율이 낮을수록 경제주체들이 예금을 은행에 예치해둔 채 좀처럼 꺼내 쓰지 않는다는 의미다.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이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990년대 말까지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였다.

유동화 흐름은 1999년에는 67회로 정점을 찍었다. 2000년대 들면서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2000년대 말 소폭 반등하는 듯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34.8회를 끝으로 매년 내리막길을 탔고 결국 20회 미만까지 떨어지게 됐다.

통상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경제가 성장할 때 높아지고 둔화할 때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고성장을 구가하던 1990년대까지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높았다가 2000년대 들어 하강한 배경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해 3년 만에 3%대 성장을 달성했는데도 전년보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완전히 부합하는 설명은 아니다.요구불예금 하락은 그보다 경제 불확실성 확대, 성장 동력 약화와 관련 깊다는 시각이 많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가 활발할수록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높다"며 "예금에서 목돈을 꺼내 자영업을 하거나 투자에 나서더라도 확실한 이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 가계나 기업이 예금을 맡겨놓고 꺼내쓰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금리에도 요구불예금이 하락하는 것은 통화정책의 '약발'이 제대로 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금리를 낮추면 경제주체들이 은행 예금을 줄이고 소비·투자를 늘려 경기가 활성화해야 하지만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낮을 때는 이 같은 경로가 작동하지 않을 공산이 커서다. 경제 불확실성·성장 동력 약화 탓으로 통화정책 효과 제대로 작동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따른 금융당국은 유동화 정책을 살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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