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비용 부담에 학원 뺑뺑이 걱정돼”

[중앙뉴스=오은서 기자] 오는 3월부터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폐지된다. 선행학습 금지법으로 불리는「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영어 방과후 학교 허용 유예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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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씨(42세)는 이번 3월 부터 방과후 영어수업 폐지로 맞벌이 가정이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사진=오은서 기자)

방과후 영어 폐지…학교 교육과정 정상 운영한다
 
2014년 9월 12일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제8조(선행교육 및 선행학습 유발행위 금지 등)에 의하면 “학교는 국가교육과정 및 시·도교육과정에 따라 학교교육과정을 편성하여야 하며, 편성된 학교교육과정을 앞서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서는 아니 된다. 방과후 학교 과정도 또한 같다”고 되어있다. 

방과 후 돌봄정책과 최창수 연구사는 “공교육 정상화 시행령 16조 17조를 같이 보면 초등학생 1학년 2학년 영어방과후는 2월 28일까지 유효하다고 나온다. 이것은 3년 반 전에 예보된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교육정책과 이인숙 연구사는 “초등학교 방과후 영어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유예기간이 끝나 폐지된 것”이라며 “실제 1학년, 2학년 때 방과후 영어를 들었던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3학년이 됐을 때 선생님이 수업의 진도를 맞추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느끼는 학습 부담을 덜기 위해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난 1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전국방과후법인연합 등이 새 학기부터 시행될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1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전국방과후법인연합 등이 새 학기부터 시행될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방과후 영어 폐지…저소득 맞벌이 가정 더 힘들다

맞벌이 엄마인 이 모씨(42세)는 “저희 아이가 방과후 영어를 1학년 때부터 시작했고 이제 2학년 올라가면서 없어지니까 걱정이 되죠. 영어는 기존에 유치원 때부터 연계했던 수업이인데, 하다가 안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3학년 때부터 다시 시작하면 1년 동안 영어에 손을 놓게 되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방과후 영어는 원어민 선생님도 있고 학원처럼 숙제를 많이 내주는 시스템도 아니고  영어말하기 위주로 진행하는 수업이라 아이가 좋아했어요. 하루에 한시간씩 주 5회 수업을 했고 교재비 포함해서 한달에 월 10만원 정도라 괜찮았죠”라고 덧붙였다. 

이 모씨는 당장 3월이 코앞이라 집근처 사설학원을 알아보고 있다며 “사설학원은 원어민이 있으면 주3회에 25만원 정도라 부담이 되요. 학교에서 바로 수업으로 연계되지 않고 아이가 학원을 다니면 거리도 그렇고 제가 맞벌이 엄마다 보니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죠. 다른 학원도 다녀야 하는데 결국 학원 뺑뺑이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요”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방과후 영어폐지가 저학년 영어 과열방지에 대한 부분도 있는데 그럴려면 사설학원을 막아야지 왜 방과후를 막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방과후 폐지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다. 

또한 학교 내에서 영어공부가 이루어지는 것이 더 효율적이며 방과후 영어공부를 정부가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도 아닌데 굳이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박 모씨(42세)는 “방과후 자체가 저소득이나 맞벌이 부부 위주로 해서 생겼다고 생각을 했는데 현재로서는 답답하죠. 기존에 여유 있는 가정에서는 굳이 방과후 영어를 안보내고 사설학원을 보냈단 말이죠. 아이를 일찍부터 원어민 학원에 보냈으니까 방과후 영어 폐지에는 관심이 없겠죠. 고소득 가정에서는 이번 방과후 영어 폐지에 대해 관심이 없어요. 여유가 없거나 맞벌이 하는 가정에서 당장 절실하고 힘든거죠”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박 모씨는 이어 “정부에서는 유예기간 두고 없애는 거라고 하는데 엄마들은 이제 아는데요? 저희는 작년 말에 같은 반 방과후 아이 엄마들한테 이 수업이 곧 없어질 예정이라는  말만 들었어요”라며 “학교에서 방과후 영어 개설 안하면 저희도 신청을 못하는 거죠. 학교에서는 방과후 영어 폐지에 대한 내용을 저희에게 알리지 않거든요. 저도 뉴스 보고 알게 됐어요”라고 덧붙였다.  


초등영어, 3학년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단 목소리도

한편 예비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심 모씨(39세)는 “방과후 영어는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잠깐 한 적이 있어요. 돌봄 서비스 때문에 시간이 안 맞아 오래 못했죠. 아이가 4학년 때부터 인근 사립학원을 꾸준히 다니고 있어요. 학원비는 17만원으로 저렴하며 수업내용에도 만족해요”라고 밝혔다.

이어 “아이가 처음 영어에 입문할 때는 시간만 맞으면 방과 후 영어가 도움이 된다고 봐요  원어민 선생님도 있고 학교라 안전하니까요. 교육에 열의가 있는 분들은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때부터 방과후 영어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학교 정규과정에서 시작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을까요”라고 덧붙였다. 

 

현재 초등학교 3학년인 김 모군(가명 10세, 왼쪽)은 5살 때부터 사설학원에서 영어를 배웠고 방과후 영어수업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초등학교 3학년인 김 모군(가명 10세, 왼쪽)은 5살 때부터 사설학원에서 영어를 배웠고 방과후 영어수업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22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를 놓고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 대상이 아니라 성인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결과 찬성의견이 51.2%로 반대 43.4% 보다 7.8% 높게 집계됐다. 교육과정에 따라 초등 3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충분하다는 쪽과 선행학습 없이 초등 고학년 수업을 따라가기가 벅차다는 쪽의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전국방과후법인연합 등이 3월부터 시행될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학교에서 이뤄지는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하면 사교육 수요만 늘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아이들이 사설학원으로 몰린다는 학부모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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