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의 방한과 ‘펜스’의 테스트 ·· 정부의 ‘딜레마’
‘김영철’의 방한과 ‘펜스’의 테스트 ·· 정부의 ‘딜레마’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2.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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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의 주범 논란, 정부의 해명과 부탁, 미국 정부의 2차 테스트, 북미 대화에 집착하지 말고 남북 관계를 주체적으로 진전시키는 게 중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백태현 통일부 차관은 출입 기자들에게 거듭 양해를 구했다. 

국제 외교장을 방불케했던 평창 동계올림픽의 폐막식에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인데 단장으로 올 인물이 천안함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민이 깊어졌지만 방한을 수용했다. 통일부와 국정원 등 정부는 언론과 야당의 지적이 빗발치자 적극적으로 해명하는가 하면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해를 부탁했다.

두 가지 고민 지점이 있다. 남북 대화 분위기가 모처럼 무르익었고 향후 비핵화 논의를 위해서는 성과를 담보해줄 실권자가 방한하는 것이 필요한 측면이 있고, 우리 국민이 희생된 큰 사건의 직접적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과 뭔가 화해 제스처를 취하는 게 국민 정서상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북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의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한 방남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북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의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한 방남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14년 10월 판문점 남쪽지점서 열린 남북정상급 군사회담 당시 북측 수석 대표였던 김영철과 우리측 유재승 국방정책실장의 사진과 새누리당의 논평 사진을 들어 보이며 자유한국당의 김영철 방남 반대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14년 10월 판문점 남쪽지점서 열린 남북정상급 군사회담 당시 북측 수석 대표였던 김영철과 우리측 유재승 국방정책실장의 사진과 새누리당의 논평 사진을 들어 보이며 자유한국당의 김영철 방남 반대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제는 정부가 명확하게 원칙을 정해서 국민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입장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22일 북한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이미 자주 방한했던 리선권 위원장(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1명과 수행원 6명으로 구성됐고 폐막식이 열릴 25일부터 2박3일 간 머무를 예정이다.

통일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을 진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대표단의 방한을 수용했다.

백 차관은 23일 통일부 정례 브리핑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정부는 상대가 누구이며 과거 행적이 어떤가에 집중하기보다 어려운 한반도 정세 하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실질적인 대화가 가능한 상대인지 그 여부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백 차관은 기자들과 국민들에게 너그러운 양해를 호소했다. (사진=통일부 제공)
백 차관은 기자들과 국민들에게 너그러운 양해를 호소했다. (사진=통일부 제공)

특히 “이러한 차원에서 정부는 김영철 부위원장 방남 수용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고 국민들께서도 대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이해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통일부 출입 기자들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논란이 거세지자 통일부가 해당 인물이 “주범으로 확정된 바가 없다”는 늬앙스를 내비쳤다가, 주범일 가능성이 있더라도 김정은 체제의 실권자가 내려오는 것이니 비핵화 논의를 위해 이해해달라는 것인지 입장이 헷갈리기 때문이다. 

백 차관은 전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발언한 것을 인용하면서 “천안함 폭침은 분명히 북한이 일으켰고 김영철 부위원장이 당시 정찰총국장을 맡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관련자를 특정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기를 “2010년 5월20일 민군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결과를 발표했을 때도 북한 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인지 어떤 기관이 공격을 주도했다는 점을 특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남북 대결 구도를 심화시키는 전략을 취했던 이명박 정권이긴 했지만, 당시 합동참모본부에서 공개적으로 “정찰총국”이 천안함 어뢰 공격의 직접적 책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지점을 출입기자가 따져묻자, 백 차관은 이에 대해 천안함의 책임 소재를 누구로 한정하긴 어렵다는 기조에서 벗어나 다시 대승적인 차원을 강조했다. 

백 차관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현재 북한에서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장으로서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책임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해 통일부가 고심 끝에 방한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정은과 함께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정은과 함께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국정원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에 발을 맞추는 차원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의 책임소재를 확정할 수 없다는 취지를 강조했다.

이날 김상균 제2차장(국정원 대북담당)은 국회 정보위원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추측은 가능하지만 명확하게 김영철이 지시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석호 정보위원장(자유한국당)은 이와 같은 사실을 국정원 직원이 발언했다며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특히 “김영철이 남북관계 최고 책임자이고 군사적 긴장완화와 남북관계 진전, 비핵화를 포함한 여러 관계를 실질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적임자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받아들인다”는 게 국정원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에 따라 여타 정치적 여건(천안함 사건의 주범 논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서훈 국정원장이 지난 1월 비밀리에 미국을 방문한 것과 관련 그 당시 북측과의 접촉이 있었냐는 것도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이날 국정원은 이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국정원의 입장과 발을 맞춘 듯 이날 오전 논란 해소 차원에서 이례적으로 <김영철 부위원장 방남 관련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A4 용지 6장 분량으로 상세히 구성됐는데 김 부위원장의 방한 수용 배경과 대승적이고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양해를 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구체적으로 천안함 사건은 명백한 북한의 소행임을 적시하면서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도 중요하지만 더욱 필요한 것은 이러한 도발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한반도에 실질적 평화를 구축해나가는 노력”이라고 밝혔다.

국제 정치 전문가인 김계동 건국대 초빙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영삼 대통령은 한국전쟁을 일으킨 김일성과 정상회담을 하려 했는데 지금 야당이 공격하듯이 하면 대화를 못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적대적 상태에서 일어난 불분명한 적대행위 책임자에 대하여 거부를 한다면 평화협상과 평화구축은 어렵다”며 통일부의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메시지를 던졌다.

펜스의 초고강도 ‘2차 테스트’ ·· 북한이 극복할 수 있을까

펜스 미국 부통령이 22일 메릴랜드주에서 개최된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모든 언론들이 북한 독재자의 여동생에 아첨하고 있고 그가 누구이고 무슨 일을 했는지 모든 미국인들이 아는 게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펜스 부통령은 대북 강경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캡처사진=FOX TV)
펜스 부통령은 대북 강경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캡처사진=FOX TV)

방한 때 했던 대북 강경 발언을 좀 더 정교하게 타겟팅한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9일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를 방문해 ‘연평해전·대청해전·천안함 피격·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공격으로 인한 남한의 피해를 알려주는 여러 전시들을 둘러봤다. 탈북자들을 만났고 웜비어 아버지도 만났다. 북한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만나서 북한이 가장 예민해하는 ‘인권 문제’를 부각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 당시 펜스 부통령은 이미 김여정 제1부부장(북한노동당 중앙위원회)과 다음날(10일) 청와대에서 만남이 약속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1월 말 미국 CIA(중앙정보국)를 통해 접촉을 시도한 북한의 요구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을 허락했고 대신 강경한 메시지를 분명히 밝히라는 대응 방침을 펜스 부통령에 준 것이다. 그래서 펜스 부통령은 천안함과 연평도를 둘러볼 수 있는 장소에 가서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냈던 것이다. 이렇게 도발적으로 해도 참고 견디면 만나주겠다는 것, 즉 미국 정부의 북한 기선제압 차원이고 일종의 ‘테스트’인 것이다.

20일 애슐리 파커 백악관 출입기자(워싱턴포스트)가 관련 외교 비화를 보도할 수 있었던 것은 명백한 미국 정부의 언론 플레이로 풀이되는데, 그런 테스트 전략을 뒷받침해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펜스 부통령은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이 모인 자리이긴 하지만 더욱 가혹하게 “살인적인 독재정권과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 미사일을 포기할 때까지 강력히 맞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구체적으로 “김여정은 2500만명의 주민들을 잔인하게 탄압하고 굶기며 감금하는 악의 가족 패거리”라고 맹공격을 퍼부었다. 이어 “유엔조차 이런 유린 행위의 심각성과 규모는 현 시대에 비교할 곳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방카 고문이 23일 16시가 넘어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캡처사진=연합뉴스TV)
이방카 고문이 23일 16시가 넘어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캡처사진=연합뉴스TV)

올림픽의 시작과 끝에 북미 대화가 가능한 두 번의 기회가 형성됐지만 한 번은 불발됐다. 펜스 부통령이 10일 미국으로 돌아가고 열흘이 지난 후에 관련 비화가 소개됐다. 북미 만남의 2차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다. 

당장 김여정 제1부부장과 같이 트럼프 대통령의 혈육이자 실세인 이방카 트럼프 선임고문(백악관)이 곧 방한한다. 

이방카 고문을 대표로 하는 미국 대표단은 23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에 머무를 계획이다. 방한 첫 날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주최하는 청와대 만찬에 참석하고 24일과 25일 평창에서 폐막식 참석, 경기관람, 선수단 격려 등 일정을 수행할 예정이지만 그 외에 얼마든지 유동적으로 조율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번에도 사전에 북미 대화와 관련 합의된 것이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25~26일 이틀 간 북미 고위급 인사들이 다시 한번 한국에 동시에 머무르는 상황 자체는 조성됐다. 

지난번 청와대의 중재가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번에는 북미 대화의 주선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지만, 한편으론 미국의 국익 관점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북미 대화 자체 집중하기보다 우리 정부가 남북 관계 진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 교수는 “(오바마든 트럼프든)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따르면 국익 관점에서 남북 관계 개선에 별 관심이 없는 게 당연하다”며 “현실적으로 북미 대화가 어렵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너무 북미 대화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남북 대화가 진전되면 미국 정부 스스로 패싱될 것이 두려워 끌려오듯 대화에 참여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그런 역사적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즉 북미 대화는 크게 △미국이 국익적 차원에서 자진해서 추진하거나(1994년 ‘제네바 합의’) △남북 대화 분위기에 이끌려서 하거나 두 개의 경우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 교수는 “오히려 국내 정치적 요소로 언론과 야당의 공격을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잘 극복해서 남북 관계를 주체적으로 잘 진전시키느냐가 핵심이지 너무 미국의 심기에만 집중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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