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방한한 김영철, 한국당의 총력전, 김영철 논란 따져볼 것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영철이 한국 땅에 왔다. 

김영철 부위원장(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25일 오전 자유한국당이 점거 농성 중인 파주 통일대교를 피해 동쪽인 전진대교를 통과해 서울로 들어왔다.

자유한국당은 나흘 간 사활을 걸었다. 총력 투쟁에 임하는 결기가 어마어마하다. 북측이 올림픽 폐회식에 보낼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김영철 부위원장을 택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던, 22일 목요일부터 점점 달아오르더니 주말에 폭발할 기세다. 

25일 16시15분의 시점에서 나흘 간 ‘7번의 논평·3번의 성명’을 냈고 ‘3번의 긴급 의총·1번의 천막 의총·2번의 현장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국당은 김무성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김영철 방한저지 투쟁위원회’를 결성했고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 다섯 곳(운영위·법사위·국방위·외통위·정보위)에 긴급 소집을 요구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한 결정에 대해 정부가 즉각 철회하지 않으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김 부위원장이 결국 방한했기 때문에 향후 한국당이 어떤 대응을 할지가 주목된다.

한국당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김영철을 맹비난하는 동영상 뉴스가 재생된다. (캡처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한국당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김영철을 맹비난하는 동영상 뉴스가 재생된다. (캡처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한국당은 25일 아침부터 파주 통일대교를 점거하고 김영철의 방한을 육탄전으로 막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당은 25일 아침부터 파주 통일대교를 점거하고 김영철의 방한을 육탄전으로 막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구사하는 표현의 수위로 봤을 때 국회 전면 보이콧 및 장외투쟁도 불사할 모양새인데 당장은 농성에 들어가서 결사항전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흥분해 있는 상태에서는 사실 조율과 합의는 불가능해 보인다. 주말임에도 기자는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에게 세 번이나 전화를 걸었다. 한국당의 입장에서 꼭 들어볼 이야기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연결된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2014년 군사회담과 2018년 올림픽 폐회식에 환영 인사로 오는 것은 다르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동시에 정부가 김 부위원장과 같은 북측 실권자와 만나려면 만남의 형태를 달리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즉 군사회담과 같은 판문점에서의 협상으로 형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사실 이 문제에서 한국당의 당위와 민주당의 당위만 강하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김영철 논란>을 뜯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강대 강은 국회 스톱 외에 국익과 국민을 위해 하나도 얻을 게 없다. 

24일 오후 자유한국당 김무성 김영철방한저지투쟁위위원장을 비롯한 김성태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겸 통일전선부장의 방한 철회를 주장하는시위를 하던 중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4일 오후 자유한국당 김무성 김영철방한저지투쟁위위원장을 비롯한 김성태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겸 통일전선부장의 방한 철회를 주장하는시위를 하던 중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원내대표는 23일 청와대 앞에 가서 “저잣거리에 목을 내걸어도 모자랄 판에” “쳐 죽일 작자”라고 표현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격정적 감정은 “사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정도 수위라면 △2014년 10월 열렸던 군사회담에 김영철 부위원장이 오는 것을 보이콧했어야 했고 △오더라도 사살하거나 체포했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새누리당의 기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2014년 10월16일 권은희 전 의원은 새누리당 대변인으로서 “비록 현재 남북관계가 대화와 도발의 국면을 오가는 상황이긴 하지만 대화의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은 매우 바람직하다”며 “남북의 갈등은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부작용이 덜하다”고 논평했다.

박근혜 정권 하의 남북 관계는 4년 내내 최악이었고 2014년의 경우 인천 아시안게임을 두고 북한의 급 화해 제스처에 따라 최고위급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때 새누리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남북 대화와 화해 기조를 “바람직하다”고 평한 것이다. 

한국당은 지속적으로 화전양면(평화를 이야기하면서 전쟁을 준비하는 양면적인 북한의 전술)을 비판했지만 그 당시 새누리당 정권은 북한의 화전양면에 대비하기 위해 북한측 고위급 대표단을 배척하거나 치밀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실제 북한은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나서도 도발을 지속했고 2015년에는 목함 지뢰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 새누리당의 과거가 불과 3~4년 전에 있었음에도 이번 김 부위원장의 방한에 대해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체제 변경의 일환으로 추진한 일이라고 확대 해석했다. 

홍 대표는 24일 현장의총에서 문재인 정부가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제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거론하고 궁극적으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그 근거로 “문재인 대통령이 내 기억으로 박근혜 대통령하고 대선 때 하던 공약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이런 식으로 한국의 체제변경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번에 김영철 방한도 하나의 수순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홍 대표의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대북 공약의 일환으로 ‘남북경제연합’을 꺼냈다. 이는 “경제분야에서 먼저 통합을 이루어서 사실상의 통일로 나가겠다는 구상”이었고 “북한을 거쳐 북방대륙으로 진출하여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남북이 함께 잘 사는 협력성장의 시대”를 만들자는 게 문 후보의 취지였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연방 국가적 성격으로 통일을 이룩하자는 북한의 통일 방법론으로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이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6.15 공동선언을 발표할 때 2항에 수록된 부분이다. 당시 김대중 정부의 통일 방법론은 “연합 제안”이었고 남북의 방법론에 공통점이 있다는 차원으로 합의가 있었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이 6년 전 제안한 남북경제연합이라는 공약이 김대중 정부의 연합론에서 나왔고 이는 6.15 공동선언에 따라 북측의 연방제와 성격이 같고 이런 식으로 체제 변경을 꾀한다는 억지 3단 논법을 구사한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는 진보 진영 중에서도 NL(민족해방)이 주로 외치는 슬로건이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그들로부터 비판받았었지, 문 대통령이 이를 추진할 것이라고 보는 건 무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적이 있었고 이는 과거 군사정권에서 반공을 이용해 간첩 조작 사건을 양산했고 이런 일의 근거가 된 법률로서 국보법 폐지를 거론했지만 당시 한나라당의 거센 비판을 받고 시도조차 되지 못 했다.  
 
다시 돌아와 보면 바른미래당 뿐만이 아니라 한국당도 군사회담과 환영 행사는 다르다고 밝혔다. 

홍지만 한국당 대변인은 23일 논평을 통해 “2014년 김영철은 군사회담의 당사자이고 2018년 김영철은 세계인의 평화축제 평창올림픽에 오겠다는 당자사”라며 “천안함 폭침의 살인전범 김영철이 완장차고 군사회담에 나오는 것과 꽃다발 받으면서 잔치집에 오는 것은 차원이 다르고 그와 마주 앉아 눈싸움하며 협상을 벌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를 얼싸안고 콧노래 부르며 축배를 들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23일 긴급 의총에서 “일부 언론은 2014년 판문점 회담을 두고 그때는 왜 자유한국당이 아무 말 못했냐고 비아냥거리고 있다”며 “2014년 판문점 회담은 북측의 대표로 참여했다. 한국 땅을 밟지 않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세계인의 한마당 잔치다. 거기에 천안함 폭침의 주범 연평도 도발의 주범 김영철이 세계 평화를 이야기하는 그곳에 설 대상자가 결코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도 24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비핵화를 위한 남북 대화는 필요하지만 창구를 열고 남북대화를 하는 것과 우리 청년들을 죽인 살인마를 손님으로 맞이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14년 10월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황병서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김양건 노동당 비서 등 북한 최고 실세 3인방이 우리나라에 왔다. 군사회담이 아니었다. 환영받는 자리였다.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여당의 당대표로 이들을 만나 웃으며 대화하기까지 했다. 

2014년 10월4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황병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4년 10월4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황병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5년 8월23일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북한 군부의 1인자이고 김양건 노동당 대남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은 대남정책의 1인자로 흔히 분류된다. 또 두 사람은 모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측근 실세로 이너 서클 멤버”이며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특히 오래 전부터 김정은 제1위원장과 알고 지내온 완벽한 김정은의 사람이고 김정일 체제에서 군 총정치국의 말단 장교로 출발해 노동당의 핵심인 조직지도부에서 군을 관장하는 과장·부부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 박근혜 정권의 고위급 인사들은 “박 대통령이 북측 대표단을 만날 용의가 있다”며 청와대에 방문해줄 것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황병서가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황병서가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4년 북한 정치 체제에서, 인민군을 관장했던 요직을 두루 거쳐 군부 서열 1위에 오른 황병서와 대남 정책 1인자로 분류되는 김양건과 최룡해는 천안함 폭침의 책임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천안함이 폭침되던 2010년 3월26일, 정말 이들은 책임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직책을 맡고 있어서 아시안게임 폐막 행사에 참석시켜도 되는 인물들인지 따져볼 일이다. 

총정치국은 우리의 국방부인 ‘인민무력부’와 함께 군사정책과 대남공작을 총괄하는 라인에 있는 조직으로서, 북한군의 지휘체계는 국방위원회(2016년 폐지)의 후신인 국무위원회 산하 인민군 총정치국·인민군 총참모부·인민무력부·정찰총국으로 구성돼 있다. 

홍지만 대변인은 23일 낸 첫 번째 논평의 제목을 통해 “상대가 김영철이라면 상대가 누구이며 과거 행적이 어떤가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는데 황병서·최룡해·김양건의 과거 행적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이고 김영철 보다 배로 남한에 적대행위를 일삼은 책임이 있는 최고위급 인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남북관계 전문가인 김계동 건국대 초빙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가의 군사행동이 있었을 때 군대에만 책임을 묻게 되나”라며 “군사 당국자에게 최종 지시를 내리는 대통령이나 군통수권자 탓을 하는 게 상식이 아니겠다”라고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김 교수는 “지난번 행사에 참석했는데(국회 정보위원회 주최 국정원 개혁에 대한 공청회) 한국당은 논리가 없고 아무말이나 내뱉는 것 같다”며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을 인민군 정찰총국장이 책임을 지고 단독으로 일으킨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한국당이 “북한체제에서 모든 명령은 최고 지도자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모를리 없는데 그때 그 사건의 총책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지금은 남한과의 대화를 총괄하는 직위에 있는 사람을 거부하는 것은, 평상시에 북한체제를 1인 독재체제로 비판하던 논리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자유당은 한국당의 전신) 한국전쟁을 일으켜 (450여만명의 사망자를 양산한) 김일성과 정상회담을 하려 했다”며 “적대적 상태에서 일어난 불분명한 적대행위 책임자에 대하여 거부를 한다면 평화협상과 평화구축은 어렵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권성주 대변인은 그럼에도 정부여당이 사전에 야당이나 천안함 유족들에게 양해를 구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통일부와 국정원 등 논란 초기에 여권의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고 말하면서도 김영철 부위원장이 주범이 아니라는 늬앙스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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