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원내대표 3인 회동, 보이콧하기도 쉽지 않은 한국당의 상황, 합의안 도출 실패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자유한국당이 결사반대한 김영철 부위원장(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이 한국 땅을 밟았다. 끝내 오게 된다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한다”고 공언했던 한국당이 향후 국회 운영에 어떤 대응 자세를 취할지가 중요하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여야가 만났다.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26일 오전 10시 반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의 정례회동이 있었다. 당장 이틀 후(28일) 2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라 여야 간의 협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지만 합의된 것은 없었다.

26일 열린 정례회동은 특히 주목이 많이 됐다. 전날 자유한국당이 김영철 방한 관련 초강경 투쟁에 나섰던만큼 향후 국회 운영에 비협조적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6일 열린 정례회동은 특히 주목이 많이 됐다. 전날 자유한국당이 김영철 방한 관련 초강경 투쟁에 나섰던만큼 향후 국회 운영에 비협조적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할복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만큼 무거운 분위기였다. 

19일 열린 정례회동 때는 민주당의 유감 표명과 한국당이 사과를 수용하고 보이콧을 하지 않는 등 각각 한 발씩 양보해서 합의를 이뤄냈지만 이번에는 그런 결과에 도달하지 못 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당 입장에서 보이콧 외에 국회에서의 투쟁적 기조를 어떻게 유지해갈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전면 보이콧을 선언해도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다당제적 구조 때문에 실효성이 과거에 비해 떨어진다. 개헌 이슈만큼은 한국당 의석만으로 실력 저지가 가능하지만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상임위원회 구성에 따른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한다. 권성동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마냥 법사위원장의 권한을 빌미로 몰아붙이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런 현실을 체감한 듯 “교섭단체 영수회담을 그렇게 간절히 요청해도 수용하지 않고 대통령은 야당을 탄압하고 집권여당 원내대표는 야당을 무시하고 있다. 국회의장께서 직권으로 오후에 열리는 운영위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불러달라”며 “이렇게 철저하게 야당을 무시하고 탄압하니 정말 할복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강한 불만을 토로한 김성태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강한 불만을 토로한 김성태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특히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 사무처 직원이나 상임위 직원을 보면 (자신은 인사를 하는데 그들은) 고개를 획 돌리고 가고 있다. 아무리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했다고 하지만 국회를 이렇게 끌고 가나”라며 “앞으로 언론인들에게 포즈 한 번 잡는 의례적인 정례회동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여당의 독단적인 국회 운영으로 인해 국회 직원들도 제1야당 원내대표를 무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피해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한국당의 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 의장은 “제1야당 원내대표를 (어떻게) 홀대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여러 번 얼굴을 붉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여러 번 얼굴을 붉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제는 김영철 방한을 이유로 이미 초강력 행동에 나선 한국당으로서 이런 기세를 풀고 국회 일정에 협조할 명분이 약하다는 점이다. 바른미래당이 중재안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민주당이 먼저 손길을 내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영철 방한을 두고 얼굴을 붉힌 바 있고, 한국당의 강경한 주장에 민주당이 납득하지 않고 있고 반론할 근거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우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최고위회의에서 “2014년 10월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황병서 북한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김양건 노동당 비서 등 북한 최고실세 3인방이 우리나라에 왔다”며 “군사회담은 아니었지만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환영 논평을 냈다”고 밝혔다. 

이어 “천안함의 김영철과 북한의 모든 도발의 배후이며 최종결정권자인 황병서·최룡해 그 책임의 무게가 어디가 더 할 것인지는 분명해 보인다. 2018년 자유한국당 논리대로 한다면 김영철보다 백배천배 응징해야 될 인물에 대해 당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그들의 방남을 환영했고 기꺼이 여야는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김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는 주사파 친북정권을 용납할 수 없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문재인 정권이 남남갈등과 분열의 큰 선물을 안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림픽 기간 고생 많이 하셨다”며 “감당하지 못할 나랏일을 접어두고 이참에 컬링을 배우러 나서는 게 어떤지 권하고 싶다”고 조소를 날렸다. 

특히 “김영철 방한을 반대하는 우리의 투쟁은 결코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당은 국회 국방위·정보위·외교통일위·운영위를 소집해 민족의 원흉 김영철을 받아들인 배경과 무슨 일을 위한 만남이었는지 밝혀낼 것”이라고 발언해 향후 여야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 

김동철 원내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을 들으면서 불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동철 원내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을 들으면서 불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동안 중재자를 자처했던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정 의장과 발을 맞춰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이번에는 실패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국회가 무력화되는 단초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제공했다”며 “(야당이 무조건) 반대하든 말든 갈 길을 가겠다는 게 무슨 대승적 협조인가”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자유한국당의 행태에도 동의할 수 없다. 강대강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양비론을 폈다.

이어 “김영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 먼저 이해를 구해야지 우리가 결정했으니 국민과 야당은 따르라는 것”은 문제라며 “긴급현안질의를 (위해 임종석 비서실장 등 국회 출석 요구를) 정식으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정 의장도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워야지 싸움 때문에 민생을 볼모로 해선 안 되는데 아직 (2월 임시국회에서) 손에 쥔게 없어 걱정”이라며 “각 당 지도부는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면서 일할지 지혜를 모아달라. 모레 본회의에서 일용할 양식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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