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문방구 비싸서 다이소 간다"
문구업계 "다이소 문구, 더 커지면 힘들어"

염리초등학교 5학년 신 모양(12)은 동네 문방구는 비싸서 문구류를 셋트로 사기위해 다이소까지 왔다고 말했다. (사진=오은서 기자)

[중앙뉴스=오은서 기자] “학교 근처 문방구는 네임펜 한 개에 천오백원이고요. 다이소는 한 셋트에 천원으로 저렴해요. 디자인도 이쁘고 다양해서 공책이랑 필기구를 한꺼번에 사려고 염리동에서 버스타고 신촌 다이소까지 왔어요”. 신학기를 맞아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의 문구판매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생계형 문방구측은 "동반성장을 위해 다이소의 문구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동네 문방구의 위기가 꼭 다이소 때문인지 짚어봐야 한다"면서 "소비자의 선택권도 존중해야 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소비자, “동네 문방구가 비싸니까 다이소까지 온다”

신학기를 앞두고 문구용품을 장만하기 위해 다이소(신촌점)을 찾은 염리초등학교 5학년 신 모양(12)은 동네 문방구는 우선 비싸고 제품 디자인도 다양하지도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동네 문방구가 이렇게 저렴하게 팔면 다이소까지 먼길 안 와도 되는데 비싸게 팔아요. 다이소에서 문구를 팔면 동네 문방구가 피해를 본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파는 사람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사는 사람 입장도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다이소에 문구가 없어지면 아무리 비싸도 동네 문구점에 가야하니까….”

신 모양은 학교에 준비물실이 있어서 미술 수업시간에 작품에 필요한 펜이나 골판지 같은 재료는 나눠주지만 지우개, 연필, 볼펜 등은 본인들이 집에서 준비해야 하다고 말했다. 

 

다이소 문구코너에서 사무용품을 고르고 있는 사람들. (사진=오은서 기자)

최근 동네 문방구를 보호하기 위해 생활용품 판매점 다이소의 문구 판매를 규제하려는 목소리가 커지자 다이소 협력업체와 가맹점주 등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과 소비자들의 다이소 문구판매 규제를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 등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 다이소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소비자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문구류, 생활용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진열했다. 소비자는 제품 선택의 폭이 넓고 가격도 전문매장에 비해 저렴해서 다이소를 찾는다. 

 

염리초등학교 근처에서 40년 동안 문방구를 운영해 왔다는 박 모씨(70세)는 최근에 문방구 장사가 너무 안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진=오은서 기자)

동네 문방구 주인, “학교에서 문구용품 다 주니까 안 팔려”

“손님이 너무 줄었어요. 가게 문을 닫을까 말까 고민해요, 주변에 다른 점포들도 많이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데 내가 줄기차게 해온 거죠. 근데 도저히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염리초등학교 근처에서 40년 동안 문방구를 운영해 왔다는 박 모씨(70세)는 문방구 장사가 안되는 이유로 세가지를 꼽으며 “우선 정부에서 학생들한테 문구용품을 다 나눠주니까 문제다. 학교에서 다 대행해서 준다고 하면서도 실제는 많이 주지도 않는다”고 말하며 “옛날에는 찰흙도 엄청 팔렸다. 학생 한 명당 한 개씩만 사가도 수량이 천개를 넘었다. 지금은 거의 안 나간다. 정부에서 준다는데 실질적으로 주지도 않는다. 초등학교 교육과정, 자율화를 외치는데 결국 실습을 하는 학생만 하고 안 하는 학생은 안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모씨는 “대형문구점, 백화점, 다이소 등, 이런 것들이 생겨서 장사가 안 된다”고 말하며 스마트폰이 생기고 디지털문화가 발달하면서 문방구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문방구 주인 박 모씨는 학생 수요에 맞게 낱개 판매도 가능하고 학용품, 완구류, 생활용품까지 다 갖추고 있으며 필요한 제품이 있으면 공급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사진=오은서 기자)

박 모씨는 다이소 때문에 문방구 장사가 힘들어 진 것 보다 실제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문구용품을 나누어 주는 정부의 정책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하며 “다이소가 문구가 아무리 종류가 많아도 동네 문방구처럼 다양한 제품을 팔지는 않는다. 우리는 학생들 수요에 맞게 낱개로도 살 수 있도록 스폰지부터 실내화, 학용품, 완구류, 생활용품까지 다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손녀와 함께 문방구를 찾은 이 모씨(70)는 “다이소랑 문방구는 다르죠. 여기 문방구는 없는 게 없어요. 올챙이 알도 있고 장난감도 있죠. 그래도 손님이 없는 건, 학교에서 준비물 사와라 이런 게 없어서 아이들이 문방구를 안 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선생님, “학교 준비물실, 왠만한 문구점 보다 나아”

현재 서울 소재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최 모씨(32)는 “교육청에서 아이들 준비물 예산이 따로 책정되어 나온다. 학교마다 준비물실이 있어서 웬만한 문구점 보다 잘 갖춰져 있다. 일회용품 아니면 빌려서 쓸 건 쓰고 반별로 반납한다. 그 외에 과목마다 필요한 전자키트 바느질 도구 등 실습용품도 학년별로 준비물비가 책정됐거나 교사가 필요한 용품을 선택해서 고르면 학교 행정지원사가 기안을 올려서 구입해 준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준비물을 사 올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최 모씨는 “바느질 할 때 필요한 실, 단추, 천, 이런 것들도 선생님이 다 장봐서 준비해 준다. 미술시간에 그리기에 필요한 물통, 붓, 파레트까지 학교에 다 있다”고 말하며 “준비물을 집에 요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교육부 방침이며 문구용품 수요가 적은 게 아니라 원칙대로 하면 수요가 없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신촌 지하철역 바로 앞의 다이소 매장. (사진=오은서 기자)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덩치 커지는 다이소, 문구류 취급 자제해 달라“

“애초에 다이소가 처음 시작할 때는 ‘저가용 생활용품점’이었고요. 다이소에 일본자본이 상당히 많이 들어와 있죠. 처음엔 생활용품이었는데 차츰차츰 문구류를 많이 취급하더라구요. 결국 저희 동네 문방구랑 같은 문구류를 취급하면서 문구시장을 잠식했죠.”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장문영 전무이사는 “우리 문방구는 제조업에서 생산된 부분을 구매해서 판매한다. 다이소는 전국 지점에 대량으로 공급받아서 저가로 판매한다. 그러다 보니 공급가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고 말하며 “다이소 매장이 학교 앞이 아니라 청소년이 드나들기 쉬운 지하철 역세권에 대형매장으로 들어서서 학생들이 드나들기 좋은 만남의 장소로도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문구류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사회적 여건과 정부가 학교에다가 학습용품을 일괄 공급한 것이 문방구가 사라진 배경이라고 말한 장 이사는 “다이소가 처음에는 물건 값을 천원으로 시작했는데 이천원, 삼천원까지 계속 올라가고 있고 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커졌다. 다이소에서 문구용품 취급을 이제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 이사는 “문구점은 생계형으로 가족단위로 운영하는 분들이 많은데 어찌 보면 대형 매장격인 다이소와 겨루는 셈”이라며 “이 때문에 생계형 문구시장이 점점 잠식되니까 좀 자제해달라는 이야기”라고 속내를 비췄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원들은 현재 다이소가 문구류를 저가에 대량 공급받아서 낮은 단가에 판매하는 것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공정거래위원회에 검토해 달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 이사는 “정부가 학교에다가 학습용품을 일괄 공급하는 것을 우리가 역행할 수는 없다. 다만 생계형 문구점을 운영하는 영세업자들이 고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신장을 보이는 다이소가 대기업 프렌차이즈에 속하는지에 대해 동반성장위원회에 알아보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서로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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