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정상 개최와 긴급 현안질의 합의, 5.18특별법과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 물관리일원화법은 본회의에 올리지 않았고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통과 불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대 국회는 과거와 달라졌다. 원내 1당과 2당의 명분 싸움에 따른 국회 파행 사태가 줄어들거나 파행되더라도 바로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모든 것을 걸어 반대했던 ‘김영철 방한’에 대해 뭔가 해소할 출구가 필요했다. 천막의총에 밤샘 연좌농성까지 했다. 하지만 국회의 현실은 더 이상 제1야당인 한국당의 맘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원내 교섭단체 3당 체제에 민주평화당과 정의당까지 있다. 

교섭단체 원내대표 3인(우원식·김성태·김동철)이 28일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예정대로 개최하기로 극적 합의했다. 이날 본회의는 7시간 가까이 진행됐고 63개 법률안이 통과됐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63개의 법률안이 통과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본회의에서는 63개의 법률안이 통과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본회의는 9시간 가까이 진행됐던 만큼 정세균 국회의장 외에 박주선 부의장과 심재철 부의장이 번갈아 의사진행을 맡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본회의는 9시간 가까이 진행됐던 만큼 정세균 국회의장 외에 박주선 부의장과 심재철 부의장이 번갈아 의사진행을 맡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3인은 본회의 개회 예정 시간인 14시가 가까워 오자 긴급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영철 부위원장(북한 노동당/통일전선부장) 방한에 대한 대정부 현안 질의와 법안 처리를 본회의에서 함께 진행하기로 합의를 봤다. 

사실 이날 본회의에서는 ‘5.18 특별법·근로기준법 개정안·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매우 중요한 법률들이 많았던 만큼 의결이 늦어질 경우 국회가 받을 비난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법률안 통과를 위해 여야가 애를 쓰고 정세균 국회의장도 묘안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야 원내대표 3인과 정 의장이 본회의 개회 중에 의장석에 모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여야 원내대표 3인과 정 의장이 본회의 개회 중에 의장석에 모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일단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 심사가 미처 완료되지 못 한 법률들도 있던 차라, 본회의 진행과 동시에 투트랙으로 진행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17시5분 “의사일정 협의를 해야할 일이 생겼다”며 3인의 원내대표들을 부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법률안 의결을 먼저 다 하기를 원했던 민주당과 일단 현안 질의부터 하자는 한국당의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나기도 했지만 원내대표들끼리는 약식 합의를 이뤄냈다. 즉 먼저 처리할 법률들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고 법사위에서 심사 중인 법률들이 본회의로 오기 전까지 현안 질의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현안 질의 시간에 많은 의원들이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아 민주당은 우려했고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현안 질의가 끝나고 법사위에서 넘어온 법률들을 의결할 때는 의원들이 착석했고 의결정족수를 충족해 다 통과시켰다. 

정 의장은 20시51분 “이제 공직선거법 개정안 하나가 남았다”며 “이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오늘 꼭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회를 선포했다. 밤 늦게까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로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자치의원 선거구 획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에 대해 이미 합의가 이뤄졌지만 막판 헌정특위(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결되지 못 했기 때문이다. 

끝내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 했다.

‘5.18 특별법’은 모두가 환영, ‘근기법 개정안’은 노동계 반발

5.18 특별법은 사건 발생 이후 38년동안 ‘집단 발포 명령권자·헬기 사격 의혹’ 등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에 따라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통과 절차가 더뎠다. 

탄력이 붙은 것은 지난해 jtbc <뉴스룸>의 특종 보도로 당시 전투기의 출격 대기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 이후부터였고 최근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가 조사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특별법에 대한 요구가 거세졌다. 

광주시는 본회의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결국 정의는 승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며 “특별법을 토대로 5.18에 대한 진실 은폐와 왜곡 등을 벗겨내는 본격적이고 실천적인 작업들을 해내야 한다”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특히 “최초 집단발포 명령자·지휘체계 이원화·행방불명자·양민학살·공군 전투기 폭탄장착 대기의 진실 등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5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근로시간 단축 관련 내용이 핵심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가장 주목받은 법률안들 중에 하나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가장 주목받은 법률안들 중에 하나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토론도 있었지만 무난하게 통과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토론도 있었지만 무난하게 통과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27일 자정을 넘겨 새벽 4시쯤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됐는데. 26일 오전 한국당 의원들이 김영철 방한 관련 장외투쟁 일정을 소화하고 난 뒤 17시부터 그동안 논의됐던 것을 핵심 쟁점으로 좁혀 본격 협상에 들어갔으니 대략 11시간 만에 최종 타결이 이뤄진 것이다. 

주 내용은 기존에 1주일을 5일로 유권 해석하던 것을 폐기하고 1주일을 7일로 법률에 명시해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16시간 축소)으로 줄였다. 기존의 68시간은 하루 8시간씩 5일 근무(40시간)에 연장근무(12시간)·휴일근무(16시간)를 포함했는데 이제는 7일 근무가 40시간으로 바뀐 것이다. 간단히 말해 주말 유급 휴식을 보장한 것이다. 

다만 환노위는 기업별로 잘 정착되도록 하기 위해 법률 적용 기간에 차등을 뒀고 여러 예외사항으로 단서를 달았다. 기업과 공공기관의 인력 규모에 따라 다른 것인데. 직원수 300인 이상은 7월1일부터, 50∼299인은 2020년 1월1일부터, 5∼49인은 2021년 7월1일부터 52시간 개정규칙을 지켜야 한다.

그밖에도 30인 미만의 경우 2022년 12월31일까지 노사 합의에 따라 특별연장근로가 8시간까지 허용된다.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던 법정 공휴일과 유급 휴무가 민간에도 확대된다. 무제한 노동이 가능하도록 한 특례업종의 경우 기존의 26종에서 21종을 폐지하고 나머지 5종(육상운송업·수상운송업·항공운송업·기타운송서비스업·보건업)만 유지된다. 노선 버스업은 운송업에 들어가지만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에 따른 대형사고가 사회문제가 된만큼 제외됐다. 

다만 양대 노총은 이번 근기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비판적이다. 민주노총은 28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집권여당의 민주노총 패씽 태도와 입장은 묵과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강력히 성토하고 규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종훈 의원은 원내 진보정당인 민중당 소속으로 노동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근기법 개정안을 반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종훈 의원은 원내 진보정당인 민중당 소속으로 노동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근기법 개정안을 반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관련해서 본회의에서 민중당 소속의 김종훈 의원이 반대 토론을 진행했다. 김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 노동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그것은 주중 40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하면 받게 될 연장근로수당 추가 50%와 휴일에 일하면 받게 될 휴일근로수당 추가 50%를 더해 두 배 즉 200%(100+50+50)를 받게되는 것인데 이번 개정안에는 1.5배 150% 현행대로 유지됐다. 

민주노총도 “관련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휴일중복할증수당 폐지와 탄력근로시간제 부칙조항 삽입은 현행법보다 후퇴한 명백한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중복할증 200%는 이미 하급심 법원 판결에서 대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법원에서도 인정될 것으로 법률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는데 왜 서둘러 개정하는지 모르겠고 재계의 어려움을 풀어주기 위해 개악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고 너무 이르다는 점을 주장했다.

다음 본회의에서 할 일

이번 본회의에서 통과가 예상됐던 모든 게 처리된 것은 아니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77개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공직선거법도 오늘 처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불발됐다.

이날 물관리일원화법에 대해서도 통과시키기로 했지만 원내대표 회동에서 한국당의 주장에 따라 미뤄졌다. 물관리일원화법의 핵심은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수량을 환경부의 수질 관리로 이관해서 통합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대선 후보 4인이 공통으로 공약했고 여러 의원들이 현실화를 위해 이미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한국당은 더 논의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7월19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환경부가 4대강 사업을 전반적으로 총괄하게 되어 환노위가 이것을 전적으로 다루게 된다. 한국당 입장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과거 문제가 본격적으로 파헤쳐지게 되는 것에 대해 걱정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지방선거에서 자치의회 선거구획정 문제가 걸려있는데 이날 헌정특위의 문턱을 넘지 못 했다. 당초 헌정특위에서 합의한 안은 제주도와 세종시를 제외한 광역의원의 정수를 27명 늘린 690명으로 하고 기초의원 정수를 29명 증원한 2927명으로 조정하는 것이었다. 

한국당 헌정특위 위원들은 이날 밤 막판에 합의안의 내용에 문제제기 했고 민주당은 자정 직전에 법사위의 법안 심사를 뛰어넘어 직권상정하려고 했지만 끝내 헌정특위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 했다.  

헌정특위는 본회의가 산회하자마자 국민의 원성이 두려웠는지 부랴부랴 3월1일 자정이 넘어서야 최종 개정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이미 본회의는 끝난 터였다. 정 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는 새벽에 긴급 회동을 갖고 5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당장 3월2일 광역의원 예비후보 등록일 내에 선거구를 획정하는 일은 물 건너갔다. 뒤늦은 처리 속도에 다당제를 강조하는 정당들과 시민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이밖에도 김성곤 전 의원(민주당)의 신임 국회 사무총장(장관급) 임명안이 통과됐고,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과 감사요구안(보건복지위원회·EBS 출판유통구조)도 의결됐다.

이날 본회의는 한국당 의원들이 벼르고 있었다. 김영철 방한 관련 긴급 현안질의를 얻어내고 본회의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본회의는 한국당 의원들이 벼르고 있었다. 김영철 방한 관련 긴급 현안질의를 얻어내고 본회의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아래는 이날 통과된 63개의 법률안이다.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안
△수산업·어촌 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도서개발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광융합산업 진흥법안
△지방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지진·화산재해대책법 일부개정법률안
△인천광역시 남구 명칭 변경에 관한 법률안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무역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성별영향분석평가법 일부개정법률안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공무원 재해보상법안
△공무원연금법 전부개정법률안(대안)
△대한소방공제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소방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유선 및 도선 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 전부개정법률안(대안)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산지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식품 등 기부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수산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산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대안)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대안)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제품안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기초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장애인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아동수당법안(대안)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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