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황병서 만남 사례로 인해 궁색해져,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 한국당의 주적 공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자유한국당은 벼르고 또 벼렀다. 민족의 원흉 김영철을 왜 방한하도록 했는지 정부 관계자를 불러 맹공격을 퍼부어야 하는데 드디어 국회에서 기회를 잡았다. 

2월2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김영철 부위원장(북한 노동당)의 방한 관련 대정부 질의가 진행됐다. 

28일 20시반까지 3시간 넘게 김영철 방한 관련 대정부 현안 질의가 진행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28일 20시반까지 3시간 넘게 김영철 방한 관련 대정부 현안 질의가 진행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국당은 주말(2월24일~25) 내내 김영철 방한을 규탄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지만 끝내 김영철은 한국 땅을 밟았고 아무 일 없이 북으로 돌아갔다. 독기가 잔뜩 오른 한국당의 목소리를 쏟아낼 출구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한국당이 마냥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 할 수도 없었다. 지난해 9월과 10월 김장겸 전 MBC 사장 체포영장 때와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 선임 관련 보이콧을 해봤는데 초라하게 복귀했다. 2018년 예산안 정국에서도 116석의 한국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했지만 예산안은 보란듯이 통과됐다. 

‘한국당 패싱’이란 말까지 나왔다. 다당제를 표방하는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있고 이런 체제를 만들어준 국민의 여론이 있어서 양당의 명분 싸움으로 더 이상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갈 수가 없는 시대라는 것을 체감하게 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월26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렇게 철저하게 야당을 무시하고 탄압하니 정말 할복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혀 그런 현실을 하소연했다. 

어찌됐든 2월 마지막날에 열릴 본회의도 파행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웠는데 본회의 개회 시간이 다가워오자 3당의 극적 합의가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이 한국당의 요구를 들어줬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김영철 방한 관련 현안 질의를 정식 요청했지만 사활을 걸만한 명분은 한국당에 있었다. 민주당은 대정부 현안 질의에 동의해준 대신에 한국당은 본회의에 참석해서 예정된 법률안 표결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당의 ‘찬스’ ··· 결과는 ‘글쎄’

그렇게 마련된 본회의 현안 질의는 전반부 법률안 의결 중간에 진행됐다. 민주당 4명, 한국당 4명, 바른미래당 1명, 민주평화당 1명 총 10명의 의원들이 국무위원을 대상으로 질의했다.

힘들게 마련한 김영철 공세 기회였는데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아니 마이너스였다. 패인은 한국당이 이미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의 2·3인자와 만나 환대해준 적이 있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이 점을 파고들었고 한국당의 방어논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방어가 어렵다. 군사회담도 아닌 아시안게임 폐회식에 초대했었다. 김영철은 종범이고 김정일과 김정은이 주범인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면 권한이 더 많은 황병서(당시 총정치국장)와 최룡해(당시 노동당 비서)는 4년 밖에 안 지난 시점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에 책임이 덜 한지에 대해서 한국당이 할 말이 없었다. 

김영철 방한저지 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무성 의원은 그 당시 새누리당 대표로서 황병서와 악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 사실을 거론하며 본회의장에 큰 화면으로 띄우기도 했다.

본회의 화면에 띄어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아시안게임 당시 모습과 트위터. (사진=박효영 기자)
본회의 화면에 띄어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아시안게임 당시 모습과 트위터. (사진=박효영 기자)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이 사람들이 인공기 옆에서 <우리는 하나다>라고 북한 선수들을 응원했다. 황병서, 대남 강경파 최룡해, 김양건 이런 사람들과 악수하려고 뛰어다녔다. 왜 그때는 공항에 드러눕지 않고 이번에는 고속도로에 드러눕는가. 왜 그때는 김영철을 체포 사살하지 않았나. 그때는 옳았고 지금은 틀렸나”라고 한국당의 정곡을 찔렀다. 

이러한 발언들이 나올 때마다 이를 지켜보던 김무성 의원은 큰 소리로 “김영철과 다르다”고 외쳤다.

박지원 의원은 과거 새누리당이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행태와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의 모습을 비교해서 꼬집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지원 의원은 과거 새누리당이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행태와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의 모습을 비교해서 꼬집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무성 의원은 본인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김무성 의원은 본인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김영철과 다르다"고 외치면서 웃기도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국당의 이은재·김도읍 의원은 특히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의 주적이 누구냐”라는 질문 공세를 폈고 송 장관의 원론적인 답변이 나오자 집단 성토장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바로 “북한이다”라는 답이 나와야 하는데 “대한민국에 위해를 가하는 모든 세력이 다 적이다”라고 답하니까 “어떻게 국방부장관이 그렇게 답할 수가 있어”라는 식으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은재 의원은 “주적도 대답을 못 하면서 무슨 국방장관을 하냐”고 몰아붙였다.

허나 이런 공세는 색깔론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주적은 북한이라는 답을 절대화시켜놓고 그것을 물어본 뒤 강하게 동조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종북적이라고 몰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은재 의원은 송영무 국방부장관에게 주적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 한다며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은재 의원은 송영무 국방부장관에게 주적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 한다며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역공’에 나선 민주당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오히려 한국당을 몰아세웠다. 김 의원은 “오직 한국당만 평화 올림픽을 반대해서 실망스러웠다”며 “(한국당의 김영철 방한 저지 도로점거를 두고) 남북 대화 자체를 가로막으려는 광기어린 극우집단의 모습”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이채익 의원 등 한국당 의원들의 고성과 반발이 쏟아졌다. 

김 의원은 “2014년 당시 내려왔던 황병서·최룡해는 북한 서열 2·3위이고 김영철은 10위권 내외인데 왜 2·3위는 되고 10위권 내외는 안 되는지 한국당의 논리가 황당무계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영철의 방남 목적이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것이었다면 이 목적 달성의 1등 공신은 자유한국당 아닌가”라고 말하는 순간 한국당 좌석에서 성토가 극에 달했다.

김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2003년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야당은 경제 잘 되게 하는데 신경 쓸 필요없다. 경제가 나빠야 여당 표가 떨어지고 야당이 잘 된다고 말했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평창 올림픽에 훼방을 놓고 남북대화를 방해하는 것인가”라고 한국당을 자극했다. 

이에 전희경 의원은 바로 옆 좌석에서 “여당 의원이면 여당답게 하라”고 반발했다.

김경협 의원은 한국당을 "광기어린 극우집단"이라고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경협 의원은 한국당을 "광기어린 극우집단"이라고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평소 색깔론을 자주 구사하던 전희경 의원은 김경협 의원의 발언을 듣고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평소 색깔론을 자주 구사하던 전희경 의원은 김경협 의원의 발언을 듣고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노태우 정권이 88년 서울 올림픽을 활용해 한국·소련 및 한국·중국 수교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남북기본합의서까지 이뤄냈다는 점을 거론하며 운을 뗐다. 합의서는 의회 비준 사안이었는데 북한은 최고인민회의에서 비준했는데 한국의 국회는 이를 비준하지 않았다. 

홍 의원은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자유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선거 때문에 비준을 거부하고 남북 대결구도를 만들려고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홍 의원은 “(자기 당의) 노태우 대통령의 그 성과조차도 방해했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이런 대북 정책에 대해서 어깃장 놓고 통일대교에서 드러눕고 하는 게 그렇게 놀랍지도 않다”며 “너무나 이분들에게 익숙하고 한때는 그게 잘 먹혔는데 이제는 잘 안 먹혀서 애잔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말 “이것(색깔론과 남북 대결 분위기 조장) 밖에 없나 싶다”면서 홍 의원은 한국당 좌석 쪽을 바라봤다. 이어 “한미통상문제가 생겨도 한미동맹, FTA 문제가 생겨도 한미동맹 뭐 정부가 일만 하면 좌파친북정부, 다른 논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를 듣던 한국당 쪽에서 “왜 자꾸 남의 당 이야기만 하나”라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홍익표 의원은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마저도 도와주지 않은 보수 정당의 과거를 거론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익표 의원은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마저도 도와주지 않은 보수 정당의 과거를 거론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이날 의원들의 질의 과정에서 주목할만한 지적도 있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굴욕적인 김영철 방한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북핵으로 인한 전력 균형이 무너진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며 냉엄한 남북관계의 현실을 환기했다. 

김경협 의원은 “북미 갈등의 불씨를 해소하기 위한 낮은 단계에서 먼저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고 한미는 연합훈련을 조정하고 두 번째 단계로 북한이 핵동결을 선언하고 한미는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책을 논의하고 세 번째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우리는 평화체제와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을 위한 제도적 마련이라는 3단계 방안이 현실적이라 본다”고 단계적 비핵화 전략을 제시했다.

박지원 의원은 “대북 특사를 파견하기 전에 한미 정상회담을 한 번 더 추진하거나 미국 특사를 먼저 보내야 한다”며 “이럴수록 한미동맹이 더욱 철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 대미특사·한미정상회담 후 대북특사·남북정상회담”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운명이다”며 “박 의원의 제안을 대통령께 그대로 전하겠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