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를 꿈꾸는 시진핑①] ‘임기제한’ 폐지로 ‘영구 집권’ 기도
[황제를 꿈꾸는 시진핑①] ‘임기제한’ 폐지로 ‘영구 집권’ 기도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3.05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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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에서 시진핑 사상 수록, 5년씩 두 번 연임이 가능한 헌법 규정 삭제, 샤오캉이라는 경제 발전이 명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한국인에게 흔히 알려진 중국 역사에서의 절대 권력자는 진시황제와 마오쩌뚱 정도가 된다. 최근 들어 현 시진핑 국가주석도 이에 버금가는 절대 권력자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2017년 10월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전대)는 시 주석의 권력 강화가 얼마나 이뤄지는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결과는 예상대로 펼쳐졌다. 당의 최고 규범이라 할 수 있는 ‘당장’에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란 표현이 들어갔다. 마오쩌뚱·덩샤오핑과 같이 권력자의 이름이 들어간 사상이 공식화됐고 마오쩌둥에 이어 두 번째로 헌법에 자기 이념이 수록됐다.  

시 주석은 개막 연설에서 “중국특색 사회주의라는 위대한 깃발 아래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샤오캉은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린다는 의미인데 결국 인민들의 경제적 풍족을 위해서 장기 집권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2020년까지 군의 기계화를 실현하고 2050년에는 미군을 넘어서는 세계 최대의 군사력을 건설한다는 명분도 강조됐다.

심지어 204명의 19기 중앙위원이 시 주석과 가까운 인맥들로 채워졌다. 

2017년 12월1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공산당과 세계정당 고위급 대화' 개막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7년 12월1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공산당과 세계정당 고위급 대화' 개막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대에서의 시 주석 권력 강화가 점점 본격화 되고 있다. 당은 2월26일 국가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했다. 중국 헌법 79조는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임기는 전국대표대회 회기와 같고 두 회기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5년마다 전대가 열리기 때문에 국가주석의 임기를 최대 10년으로 못 박고 있는 것이다. 이런 헌법을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삭제하기로 한 것이다. 

당 중앙위원회가 이런 안건을 제안했는데 이것이 3월5일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대표 당원 75%가 동의하면 그대로 시 주석의 장기집권 시대가 실현된다. 전인대는 전대와 성격이 조금 다른 중국 최고의 의사결정기관이자 집행기관으로 매년 1회 개최되는데 사실상 거수기나 다름없어 임기 조항 삭제 결정이 점쳐진다.

당이 ‘양회’ 개최 타이밍에 이런 민감한 결정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각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양회는 두 개의 회의를 이르는 말인데 전인대와 인민정치협상회의(최고 국정자문기구)가 매년 비슷한 시기에 열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목을 끄는 중국 최대의 정치 이벤트다.

시 주석은 마오쩌뚱과 덩샤오핑에 버금가는 중국의 절대 권력자가 되어가고 있다. (캡처사진=CCTV)
시 주석은 마오쩌뚱과 덩샤오핑에 버금가는 중국의 절대 권력자가 되어가고 있다. (캡처사진=CCTV)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로서 당이 국가 통치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데 공산당의 당수인 ‘총서기’와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주석’과 ‘국가주석’을 최고 지위라고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사실상 세 가지를 모두 차지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총서기직과 중앙군사위의 주석직이 실질적인 권력이라고 하면 국가주석직이 상징적 최고 원수 자리인데 앞의 두 자리는 임기 제한이 따로 없다. 

따라서 이번 중앙위의 결정을 두고 공산당의 기관지인 ‘환구시보’는 “형평을 맞춘 이성적 선택”이라며 찬양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중앙위의 기관지 ‘인민일보’와 국영방송 ‘CCTV’도 “인민 속에서 나와 인민을 근심했고 인민의 행복을 도모했다”는 내용을 담은 선전 프로그램을 공동 제작해서 내보냈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있는 중국이지만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마오쩌뚱 시대에나 가능했던 “개인 숭배”가 재현돼 덩샤오핑 이래로 구축된 집단지도체제가 붕괴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학생 신분으로 89년 천안문 민주 운동을 이끌었던 왕단은 “시 주석이 개헌 시도로 황제의 야심을 드러냈다”며 “40년 개혁개방을 철저히 부정하는 것이자 결국 중국 인민들에게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중국 안팎의 학자들만 100여명에 이른다. 왕단도 중국 당국의 탄압을 피해 대만에 거주하고 있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조치에 대한 서구 언론의 평가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캡처사진=연합뉴스tv)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조치에 대한 서구 언론의 평가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캡처사진=연합뉴스tv)

지식인 뿐만이 아니라 일반 여론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져가자 관영 언론들에서 찬양과 옹호의 보도조차 내지 않고 아예 침묵 전략으로 나가고 있는 분위기다. 당국의 대응이 방향을 틀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중국 내 인터넷망에서는 ‘시진핑 장기집권’을 검색하지도 못 하고 웨이보(중국의 대표 SNS)에서는 연관 검색어가 모두 차단됐다. 임기 조항 삭제를 비판하는 외신 기사들도 접속이 차단됐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월25일 “서구 언론은 맘대로 추측하지 말고 중국 인민의 폭넓은 목소리를 직시하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미국 정부는 공식 논평을 자제하면서도 ‘중국 내정의 일일 뿐’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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