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만 반대, 취학연령을 이유로 반대하는 한국당, 정치적 반대를 위한 조건부 찬성이 아니라는 한국당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하루 이틀 거론된 주제가 아니다. 선거권을 18세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나왔던 이슈다. 현재 원내 모든 정당은 찬성하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명목상 찬성 입장이다. 하지만 취학연령도 1살 낮춰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그러니까 만 7세의 취학연령을 만 6세로 낮춰서 만 18세의 청소년도 투표할 수 있게 하되 고등학교 재학생이 아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당의 주장이다. 그 주장에는 선거권 연령 인하의 반대 근거로 자주 제시된 “교실의 정치판” 방지가 대의명분으로 깔려있다.

한국당의 나홀로 단서 제시로 인해 선거권 연령 인하가 벽에 가로막힌 가운데, 이런 현실의 답답함을 돌파해보고자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 정치인들이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뜻을 함께하는 정치권 인사와 선거권 연령인하를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뜻을 함께하는 정치권 인사와 선거권 연령인하를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2월2일 보도된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실의 정치화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겠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18세에 투표를 하더라도 대학생이 되어서 하라는 이야기다. 

학교가 선거판이 되는 것을 반대한다면 학교 밖 청소년에게는 투표권을 주겠다는 것인지 의문점이 남지만 어쨌든 현실적으로 국회 헌정특위(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합의되지 않으면 선거권 연령 인하는 공염불이다. 특히 취학연령을 낮추는 등 학제 개편을 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취학연령을 낮추려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필요해서 사실상 선거권 연령 인하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같다”고 강조했다.  

임지웅씨는 촛불혁명 이후에도 청소년의 삶은 달라진게 없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임지웅씨는 촛불혁명 이후에도 청소년의 삶은 달라진게 없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발언대에 선 임지웅씨는 1999년생으로 올해 나이 스무살이지만 만 19세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당 가입도 불가능하고 지방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임씨는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민주주의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하지만 청소년은 아직도 정치의 사각지대 속에 살고 있다”며 “청소년은 아직도 촛불 혁명 이전과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만 19세 이상 성인들의 표심에만 영향을 받는 정치권의 관심사에는 당장 입시위주교육과 청소년 인권 문제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임씨는 그런 이유로 “아직도 청소년들이 교사의 체벌과 폭언 속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언젠가 거리에서 젊은 친구와 대화를 했는데 사회문제에 대해서 소신도 뚜렷하고 말을 참 잘 하더라.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친구가 초등학교 6학년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우리가 청소년들의 의식 수준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변혁을 이끌었던 사건의 중심에 불의에 항거해 정의를 외쳤던 수많은 학생들이 있었다”며 1929년 광주학생운동·4.19혁명·5.18 민주항쟁·2016년 촛불혁명의 사례를 언급했다.

우 원내대표, 박 시장, 조 교육감은 하나같이 청소년도 충분히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을만큼 성숙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우 원내대표, 박 시장, 조 교육감은 하나같이 청소년도 충분히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을만큼 성숙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에 대해 기자와 만난 신보라 한국당 대변인은 “한국당 의원들마다 다 생각이 다를테고 나는 개인적으로 당연히 찬성한다”며 “우원식 원내대표나 민주당이 자꾸 조건부라고 말하는데 실질적으로 선거권 하향의 쟁점이 되는 문제 중에 하나라고 본다”고 발언했다. 

신 대변인은 “교육의 정치화 방지라는 문제의식에 어긋날 수도 있고 실제 취학연령이 높아진 상황에서 빠르게 취학해서 빠르게 졸업하게 하는 교육제도의 근본 변화와 함께 선거 연령 하향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취학연령을 낮추는 것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며 “그걸 마치 선거권 하향을 반대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일은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했다.

신 대변인은 정치적 반대가 아니라 꼭 취학연령 하향이 선행돼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신 대변인은 정치적 반대가 아니라 꼭 취학연령 하향이 선행돼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우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한국당이 취학연령 인하라는 조건을 떼고 바로 민심에 맞게 선거권 연령 인하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은선 인권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가 주장하는 것의 의미를 사라지게 만든다”며 “민주시민으로서 교육받고 훈련되어야 할 청소년들에게 학교에서 정치 이야기를 자유롭게 못 하도록 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밝혔다. 

학교에서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성찰하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학교의 정치판 방지라고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한국당과는 애초에 대화 자체가 어렵게 된다는 취지다. 

한편, 우 원내대표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탄핵도 국회 구성을 봤을 때 누가 될 것이라 예상했겠는가”라며 “현실적으로 이 문제가 우선 정치개혁 소위에서 합의돼야 하기 때문에 4월 임시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선거권 연령 인하나 교육감 선거에 청소년이 참정권을 행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선거권 연령 인하도 성과를 못 냈기 때문에 하나씩 해나가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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