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과 위선의 끝에서 ‘안희정의 몰락’ 
기만과 위선의 끝에서 ‘안희정의 몰락’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3.06 0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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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혀, 민주당 사건 알려진 뒤 1시간 만에 긴급 최고위원회의 소집 초강력 징계와 추미애 대표 사과, 안희정의 개인 성향과 신념을 믿던 지지자들의 배신감과 상실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폭로가 있었던 당일에도 “최근 확산하는 미투 운동은 남성 중심적 성차별 문화를 극복하는 과정이고 우리 사회를 평화롭고 공정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자”며 “충남도는 지난 3년 동안 인권도정이라는 관점에서 일체의 희롱이나 폭력 인권유린을 막아내는 일에 힘써왔다”고 발언했다.

이어 "우리는 그동안 남성중심의 권력 질서 속에서 살아왔고 그에 따른 폭력이 다 희롱이고 차별"이라며 "미투 운동을 통해 인권 실현이라는 민주주의 마지막 과제에 동참해 달라”고까지 말했다.

안 전 지사는 폭로가 있던 당일에도 미투 지지 발언을 해서 기만의 끝판왕을 보여줬다. (사진=충청남도 제공)
안 전 지사는 폭로가 있던 당일에도 미투 지지 발언을 해서 기만의 끝판왕을 보여줬다. (사진=충청남도 제공)

안희정 충남지사는 5일 9시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3월 행복한 직원 만남의 날 행사’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특강을 진행했고 11시간 후인 jtbc <뉴스룸>에는 안 지사가 직속 비서관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폭로됐다. 사건이 알려지게 된지 약 1시간 만에 더불어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고 이 자리에서 안 지사에 대한 제명 및 출당 조치가 결정됐다. 추미애 대표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민주당은 바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고 최고수위로 안 전 지사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그리고 추미애 대표가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건이 알려진 직후 민주당은 바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고 최고수위로 안 전 지사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그리고 추미애 대표가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후 약 3시간 만인 6일 0시49분 안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문과 함께 지사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안 전 지사가 자정이 넘긴 시각 올린 입장문. (캡처사진=안 전 지사 페이스북)
안 전 지사가 자정이 넘긴 시각 올린 입장문. (캡처사진=안 전 지사 페이스북)

탄핵 이후 본선과 같은 민주당 경선에서 안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위협하는 유력 대선 주자였다. 돌풍의 이재명 성남시장을 따돌리고 전체 대선 후보 지지율 2위를 차지했던 다크호스이자 내공과 소신을 인정받았던 그야말로 차기 대선 후보감이자 여권의 유력 정치인이었다. 정치 데뷔 28년 만에 안 지사 최고의 전성기였다. 그런 그가 1년 가까이 추악한 진실을 숨기고 있었고 그것이 까발려지자 마자 급전직하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2016년 10월24일 <뉴스룸>에서 최순실의 태블릿PC가 공개되던 날과 맞먹는 파급력이었다. 안 지사가 그렇게 각광받고 주목받았던 만큼 지지자들의 상실감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안 지사가 올린 입장문에는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A씨는 “끝이라도 좀 당당하게 냅시다. 당신은 김지은씨는 물론 당신을 지지하고 당신이 지향했던 가치에 공감한 지지자 모두에게 사기를 치고 2차 가해를 저지른 범죄자입니다. 부디 당신이 들었던 깃발만은 더럽혀지지 않길 바랄 따름입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B씨는 “피하지 마세요. 모듬 비난과 처벌을 받아들이시고 피해자에게 속죄와 반성의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한때 당신을 지지했던 이들과 정치적 동지들에게 의리를 지키세요. 더 이상 이로 인해 피해가 가지 않도록”이라며 그의 정치적 비전을 지지했던 것에 대한 상실감과 배신감을 드러냈다.

C씨는 “미투 운동이 아니였다면 언제까지 갖고 노셨겠네요. 그게 더 끔직하다. 미투 운동이 잠잠 해지고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질쯤 보복 같은 건 하지 마십시요. 그분 눈빛에 두려움이 가득합니다”라며 안 지사의 추악한 사후 보복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D씨는 “믿고 따르고 좋아한 충남도민들에게 수치와 분노를 안기셨습니다. 민주당 지지자와는 별개로 충남도민들이 마음으로 안희정이라는 개인을 좋아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배신하시는군요”라며 전국에서 가장 높게 직무수행 평가 점수를 내려준 충남도민으로서의 배신감을 가감없이 표현했다.

안희정의 '인생' 속 모습과 '위선'

인간 안희정의 삶은 ‘소신’과 부끄럽지 않은 ‘당당함’으로 가득차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비서관에 대한 성폭행 의혹이 충격적이고 기만의 끝이라고 볼 수 있다.

안 지사는 사퇴를 선언했기 때문에 이제는 전직이다. 안 전 지사는 1965년생으로 중학생이던 시절 함석헌 ‘씨알의 소리’를 읽고 러시아혁명사·김대중 내란음모 사건·5.18 민주화운동을 보고 소위말해 운동권 사상을 처음 접하게 된다. 

실존주의자 샤르트르의 책을 읽고 자퇴를 단행한 안 전 지사는 학생운동을 하기 위해 검정고시에 응시해 대학에 들어간다. 그렇게 입학한 고려대 철학과에서 학생운동을 위해 학교를 결석했는데 하루는 경찰에서 취조를 받다가 혁명 사상 외에 그 어떤 대안도 제시할 수 없는 제 모습을 보고 현실 정치에 뛰어들게 된다. 

안 전 지사는 정의감만으로 싸워보기도 했고 이후 현실 정치인의 길에 뛰어들었던 만큼 항상 소신대로 자신의 길을 갔다.

향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과정에서 총대를 메고 선거법 위반으로 옥살이를 했는데 당시 최후진술에서 안 전 지사는 “자신을 엄벌에 처해서 승자도 처벌받는다는 교훈을 남게 해달라”고 밝혀 감형 없이 형기를 채우고 출소했다.

이렇게 눈 앞의 이익이 아닌 옳음과 대의를 챙겼던 안 전 지사의 모습은 마치 바보 노무현 정신을 연상하게 했고 이것이 후일 정치적 자양분이 되기도 했다. 

올해 설인사를 하는 안 전 지사의 모습. 이때까지만 해도 안 전 지사가 차마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그 누구도 알지 못 했다. (캡처사진=jtbc 뉴스룸)
올해 설인사를 하는 안 전 지사의 모습. 이때까지만 해도 안 전 지사가 차마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그 누구도 알지 못 했다. (캡처사진=충청남도 영상)

하지만 안 전 지사는 jtbc 취재진이 성폭행 의혹에 대해 입장을 물었을 때 “피해자에 대한 성폭행은 없었다”며 “비서와 부적절한 성관계는 인정한다. 다만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해명했다. 성범죄 가해자가 흔히 변명하는 ‘성관계는 있었지만 강압이나 폭력은 없었다’는 식이다.

안 전 지사가 보여준 정치 역정 뿐만이 아니라 단순히 그의 인품을 믿었던 대중은 그가 저지른 끔찍한 성범죄 혐의와 변명하는 대응 기조에 대해 소위 말해 멘붕이 왔다. 안 전 지사에 대해 이중인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충격을 금치 못 하고 있다. 

안 전 지사측의 1차 입장에 대해 피해자 김지은씨는 “저는 지사님이 이야기하시는 것에 반문할 수 없었고 늘 따라야 하는 존재였습니다”라며 “그가 가진 권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저는 늘 수긍하고 그의 기분을 맞추고 항상 지사님 표정 하나 일그러진 것까지 다 맞춰야 되는 게 수행비서였기 때문에 아무 것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원해서 (하게) 된 관계가 아닙니다”고 밝혔다.

더불어 “저는 지사님이랑 합의를 하는 그런 사이가 아닙니다. 지사님은 제 상사시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그런 사이입니다. 저와 지사님은 동등한 관계가 아닙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와의 권력 관계에 심리적으로 완전히 장악된 상태였다. 권력으로 눌러놓은 상황에서 김씨를 유린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인터뷰 내내 불안함을 고스란히 보였고 힘든 모습이 역력했다. (캡처사진=jtbc 뉴스룸)
김씨는 인터뷰 내내 불안함을 고스란히 보였고 힘든 모습이 역력했다. (캡처사진=jtbc 뉴스룸)

김씨가 안 전 지사에 느낀 공포감은 엄청났다. 

김씨는 “저한테 제일 두려운 것은 안희정 지사입니다. 실제로 제가 오늘 이후에도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저의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게 방송이라고 생각했고. 이 방송을 통해서 국민들이 저를 좀 지켜줬으면 좋겠어서. 제가 너무 지사와 다른 존재이기 때문, 그 힘을 국민들에게 얻고 싶은 거고 그리고 그를 좀 막고 싶었습니다”고 고백했다. 

안 전 지사는 김씨가 보였던 거절 의사를 충분히 알아들었을 것이다. 

김씨는 “제 위치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표현을 했습니다. 일할 때 거절하거나 어렵다는 말을 하지 않았기에, 저로서 그때 머뭇거리고 어렵다고 한 것은 저한테는 최대한의 방어였습니다. 최대한의 거절이었고 지사님은 알아들으셨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내가 증거이고 제가 지사와 있었던 일들을 모두 다 이야기할 것입니다. 내 기억 속에 모두 다 있습니다”라며 “(안 전 지사측이 최근 보낸 사과와 잘못 인정 문자들이 사실이라면 합의 하의 관계가 아닌 게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습니다. 지사가 무엇보다 더 잘 알 겁니다”라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급진적인 운동권 출신이었지만 충남도정을 이끌면서 깨달았던 만큼 정치적 반대자에게 적폐라고 딱지 붙이지 않고 “선의”와 “대연정” 발언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조차 이해하려고 했다. 욕을 많이 먹었지만 안 전 지사는 반대 진영마저 이해하고 존재를 배려하려는 태도를 갖췄다는 평가도 받았다. 특히 최근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이 충남도의회에서 통과돼 올라왔을 때도 소수자에 대한 헌법적 권리를 강조하면서 반려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 전 지사는 가장 약자이자 직속부하인 여성 비서관에 대해서는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완전히 유린했고 그의 삶을 철저히 파괴했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잘못을 분명 알고 있으면서도 폭로가 나올 때까지 나쁜 짓을 멈추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짓밟았다.

안 전 지사는 아무렇지 않게 잊어 버리라는 식의 텔레그램 문자를 보냈다. 텔레그램은 카카오톡과 달리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된다. (캡처사진=jtbc 뉴스룸)
안 전 지사는 아무렇지 않게 잊어 버리라는 식의 텔레그램 문자를 보냈다. 텔레그램은 카카오톡과 달리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된다. (캡처사진=jtbc 뉴스룸)

김씨는 “지사님이 그 일 이후 저에게 했던 말 비밀 텔레그램이 있어요. 미안하다, 괘념치 마라, 내가 부족했다, 잊어라, 다 잊어라. 그냥 아름다운 스위스와 러시아의 풍경만 기억해라, 잊으라고 저에게 말했기 때문에 제가 잊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한테는 있는 기억이지만 없는 기억으로 살아가려고 다 도려내고 도려내고, 그렇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라고 밝혔다. 

모든 이가 분노했던 대목이 있다. 안 전 지사는 미투 운동이 있던 시기에도 김씨에게 성폭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지사가 최근(2월25일)에 저를 밤에 불러서, 미투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미투에 대해 불안해하는 기색을 보이셨던 것 같은데, 저에게 <미투를 보면서 너에게 상처가 되는 줄 알게 됐다. 그때 괜찮냐>고 얘기해주셨다. 그래서 오늘은 안 그러시겠구나라고 생각 했는데 결국엔 그날도 그렇게 하시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날의 안 전 지사 만행이 김씨가 국민 앞에 서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손석희 앵커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담담하게 김씨와 인터뷰하기 위해 애를 썼다. (캡처사진=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담담하게 김씨와 인터뷰하기 위해 애를 썼다. (캡처사진=jtbc 뉴스룸)

김씨는 “미투 언급을 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하신 상태에서 또 다시 그랬다는 게 저한테는 아 여기는 벗어날 수가 없다, 지사한테서 벗어날 수가 없겠구나, 나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라며 “지사가 저한테 미투를 언급한 것은 미투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는 걸로, 무언의 지시로 알아 들었습니다”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성범죄는 2017년 6월 말부터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올해 2월말까지 8개월 간 지속됐다. 김씨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네 차례의 성폭행과 수시로 성추행을 범했다. 김씨는 지난 대선에서 안 전 지사의 캠프 홍보팀에서 일했다. 그러다 안 전 지사의 눈에 띄어 지목을 받아 스카웃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로 일하게 됐고 정무비서관이 된 이후로 본격적인 성폭행이 범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 역시 용기를 내준 다른 미투 피해자들처럼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뜻이 있음을 밝혔다. 김씨는 “제가 벗어나고 싶었고 그리고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걸 압니다.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라며 “국민들이 저를 지켜주신다면 그분들도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분명 안 전 지사에게 당한 추가 피해자가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한편, 김씨를 돕기 위한 변호인단이 이미 구성된 상태이고 6일 안 전 지사에 대한 형사고소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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