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청와대 회동에 응한 홍준표 대표, 회동 내내 부정적이고 까칠했던 홍 대표, 북미 대화의 필요성 강조, 제재 완화는 우리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회동 말미에 홍준표 대표에게 “이제는 오십니까. 얼마나 좋습니까”라고 말했다. 만남 내내 까칠하고 공격적인 언사를 가장 많이 구사한 홍 대표에게 문 대통령은 일단 만났으면 좋겠다고 의사를 표한 것이다. 

원내 5당 대표와 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났다. 그동안 홍 대표는 청와대의 초청에 한 번도 응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날 만남은 이목이 집중됐다. 

홍 대표와 문 대통령 간의 심리전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이번 5당 회동은 두 사람이 주인공이었다. (사진=청와대)
홍 대표와 문 대통령 간의 심리전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이번 5당 회동은 두 사람이 주인공이었다. (사진=청와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어제 밤부터 맘이 많이 설렜다”며 “홍준표 대표와 함께 이 자리에 하게 된다니 너무나 기뻤고 우리가 이제 드디어 완전체로 모이게 됐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제1야당의 불참은 어금니가 빠진 것 같았는데 딱 오니까 어금니가 채워져셔 안보를 주제로 해서는 여야가 같이 관심을 가지고 논의를 모아야지만 해외에서도 한미 간에도 같이 갈 수 있겠구나”라고 말했다. 

사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대여 강경투쟁 기조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동석하는 여야 영수회담을 자주 하게 되면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해왔다. 당장 김영철 방한을 두고 통일대교를 점거하고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했던 것이 열흘 전인데 어떻게 얼굴을 맞대고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인지라는 차원이었다.

당초 홍 대표의 요구대로 이번 만남의 주제는 안보로 좁혀졌다. 마침 전날(6일) 대북 특사단이 방북하고 돌아온 것에 대한 결과를 5당 대표들과 공유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정리한 ‘방북 결과와 후속 조치 방향’이라는 문건이 대표들에게 배포됐고 이를 통해 구체적인 후속 방안이 논의됐다. 

문 대통령이 직접 설명한 ‘여건’ 성사

문 대통령이 말하고 싶은 것의 핵심은 “북미 대화”였다. 북미 대화가 빠르게 진전되는 것이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서 “여건 성사”를 판단할 주요변수이기 때문이다. 

공개대화와 비공개대화로 나뉘어진 이번 회동은 정당 수석대변인들의 백브리핑을 통해 모두 알려졌다. (사진=청와대)
공개대화와 비공개대화로 나뉘어진 이번 회동은 정당 수석대변인들의 백브리핑을 통해 모두 알려졌다. (사진=청와대)

배석한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비공개 대화 내용을 설명하면서 “문 대통령은 특사단 파견의 이유와 의미에 대해서는 비핵화와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차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뜻을 직접 듣는 것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의 조건과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은 남북만으로, 한미만으로, 북미만으로 되지 않고 남북미 3국 간의 노력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 국제사회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며 “이런 것들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여건이 조성됐다고 보아 정상회담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핵동결이 궁극적 목표가 될 수 없다”며 “궁극적 목표는 핵 폐기와 비핵화 이고 이를 위해 정교한 로드맵을 만들고 이를 통해 완전한 핵 폐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가 중시하는 제재와 압박 기조에 대해서,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 제재 압박이 이완되는 것은 없으며 선물을 주거나 하는 것도 없다. 절대로 이면 합의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안보리와 미국 제재 압박이 완화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제재와 압박은 국제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고 한국도 제재와 압박이라는 틀 속에서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할 수 없다는 우리 의견을 (북측에) 설명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향후 5당 대표들과 문 대통령과의 회동이 자주 성사될지 주목된다. (사진=청와대)

두 대표가 우려하는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성급한 낙관을 해서도 안되지만 <다 안 될 거다 저쪽에 놀아날 거다>라고 해서도 안 된다”고 발언했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의심하고 압박만 하자는 보수 정당의 우려에 대해서 어느정도 수용하면서도 그렇게만 할 수 없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추 대표도 관련해서 “홍 대표의 지적은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북한의 의도를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남북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항상 상대방(북한) 이면의 속셈이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은 의도가 무엇인지 굉장히 살펴야 하고 머리가 복잡하다”면서도 평창올림픽을 통해 주어진 기회를 우리 국민도 매우 환영하고 있고 특히 (북측의) 방한 대표단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먼저 1차 대화를 하고 만찬을 진행했다. (사진=청와대)
먼저 1차 대화를 하고 만찬을 진행했다. (사진=청와대)

김영철 부위원장(노동당 중앙위원회)의 방한에 대해서 보수 정당 대표들은 강하게 비판했지만 문 대통령은 “천안함 용사를 생각하면 마음 아프지만 포괄적 책임 만으로 대화를 안 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두발언으로 밝힌 여야 대표의 안보론은 크게 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진보진영과 한국당·바른미래당의 보수진영으로 구분됐다. 

전자는 올림픽을 계기로 만들어진 이번 기회 자체가 매우 중요하고 앞으로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긍정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후자는 북한을 믿을 수 없고 그동안 그래왔듯이 항상 예의주시해서 속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홍 대표에게 꼭 해줄 말이 있다면서 2월28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정부 현안질의에서 “빛나는 업적”이라고 평가했던 박정희 정권의 7.4 남북공동성명과 노태우 정권의 남북 기본합의서를 거론했다. 

이 대표는 “정말 홍 대표에게 간절히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사실 6.15와 10.4를 많이 얘기하지만 한국의 분단사를 극복해나가는데 그 전에 보수 정권이 했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한 디딤돌을 놨다. 박정희 정권의 7.4 남북공동선언과 노태우 정권의 남북 기본합의서처럼 한반도 평화의 문을 열 때는 진보와 보수에 상관없이 큰 틀에서 그런 진전을 이뤄왔던 공이 있어왔다”고 말했다. 

홍 대표에게 그렇게 큰 틀에서의 보수 정권의 유산을 계승해달라는 당부를 한 것이다. 

홍준표의 의도적 ‘까칠함’

위에서 언급했듯이 홍 대표는 당초 이번 만남에 조건(안보에 국한/실질적인 논의/비교섭단체 배제)을 내걸었고 참석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더 이상 한국당만 불참하면 스스로 패싱당할까 우려되고 민주당과 진보성향의 정의당은 홍 대표와의 지속적인 만남으로 한국당의 개혁 정책 저지를 완화할 수 있기 때문에 윈윈의 측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홍 대표는 입장할 때부터 무례함을 무릅쓰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미투 운동에 무사한 걸 보니 참 다행”이라며 “안희정 사건 딱 터지니까 임 실장이 기획했다고 이미 소문 다 퍼졌어”라고 도발적으로 말하는 등 상당히 부정적이고 까칠한 태도를 유지했다. 

홍 대표와 문 대통령 간의 언쟁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내내 까칠했던 홍 대표는 의도적으로 강하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사진=청와대)
홍 대표와 문 대통령 간의 언쟁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내내 까칠했던 홍 대표는 의도적으로 강하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사진=청와대)

비공개 대화로 전환이 된 이후로도 홍 대표는 날카롭게 따져 물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이 전달해준 비공개 대화에 따르면 홍 대표는 크게 5가지를 지적했다. 

그것은 △4월 말 남북정상회담은 한미연합훈련 무력화 의도이자 지방선거용이 아닌가 △2005년 6자회담에서의 ‘9.19 합의’ 때는 구체적인 핵폐기 로드맵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북측이 요구한대로 합의해준 것이 아닌가 △문정인 외교안보특보는 한미 간 이견을 노출시키고 한미관계를 이간질시키기 때문에 파면 요구 △정상회담에서 핵동결과 탄도미사일 개발 잠정 중단 수준으로는 합의해주면 안 됨 △정상회담 합의는 거의 완성화 된 북핵에 대해서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라는 비판 등이 있다. 

특히, 장 대변인의 표현으로 “언쟁”, 청와대 관계자의 표현으로는 “열기” 또는 “논쟁”이 있었던 장면이 있었다. 그것은 정상회담이 시간벌기용이라는 홍 대표의 비판에서 시작됐는데. 

홍 대표는 CIA(미국 중앙정보국)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북핵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시간을 벌어가는 것 아니냐는 점을 경계했다. 문 대통령에 이에 대한 대안을 물었는데 문 대통령이 역으로 “그렇다면 홍 대표는 어떤 대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홍 대표는 “모든 군사상황과 국제사회의 정보를 총망라하고 있는 대통령께서 그것을 나에게 물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목소리가 좀 높아졌던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정의용 실장은 전날 방북 결과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했듯이 이날도 북측이 미국에 주는 메시지가 있다는 점을 밝혔다. 박범계 대변인에 따르면 정 실장은 이날 오전에도 미국측과 전화해서 그것을 대략 전달하긴 했지만 8일 미국에 방문해서 제대로 설명할 것이고 향후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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