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매스터와 폼페이오 만나고 관계 장관 회동,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일정 말미에 만날 것으로 예상,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 내용에 관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북한을 갔다왔고 이제 미국으로 갔다. 특사로 방북했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8일 아침(현지시간) 워싱턴DC에 발을 디뎠다.
이번 방미 일정은 북미 대화에 대한 진전을 얼마나 이뤄내느냐가 키워드다. 미국 측이 이에 대한 어떤 입장을 낼지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과 거기서 논의될 의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직급에 맞는 미국 측 인사(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를 가장 먼저 만났지만 아직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틸러슨 국무장관 등 관계 부처 장관급 인사들과 ‘2+3’ 회동이 진행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조율 중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과의 만남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직접 밝혔듯이 방북 직후 미국에 전화를 통해 특사 성과를 알렸다. 그렇지만 아직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북한의 대미 메시지’를 미국 측 인사들과 직접 만나 설명하고 북미 대화를 주선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출입기자들에게 김정은 위원장(북한 노동당)의 메시지가 담긴 대미 메시지는 문재인 대통령과 대북 특사단 5명만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그 내용을 두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중단이나 폐기,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 석방,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등 구체적으로 미국에 어필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진정성을 강조하는 메시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는 북한과 합의한 6개 사항 중 네 번째(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와 직결돼 있다. 정 실장은 인천공항에서 출국하기 직전에도 “우선은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성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마침 8일 오전 문 대통령도 국가 조찬기도회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큰 발걸음이 됐다”며 “남북 간의 대화뿐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지원이 함께 만들어 낸 성과”라고 발언했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함께 손잡고 북한과 대화하고 한 걸음 한 걸음씩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초석을 놓겠다”고 강조했다.
당장 정 실장과 서 원장의 방미 일정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관련 중대 발표를 할 예정이다. CNN, 로이터, AFP(프랑스 통신사) 등 외신들은 백악관 관계자를 만나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현지 시간 19시(우리시간 9일 9시)에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우리 측 특사단을 만나자마자 1시간 정도 대화하고 6개항의 합의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출입기자들에게 대북 특사 관련 뒷 이야기를 전하면서 이같이 밝혔는데 문 대통령이 올림픽 때 방한한 북측 고위급 대표단에게 먼저 제안한 내용을 김 위원장이 접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사전에 준비했고 이를 우리측 특사단에게 설명하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관련해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을 통해 거론한 한반도 평화 구상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