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실장이 백악관에서 북한의 메시지 전달하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답변 들어, 미국 정부 전반적인 의심 속 북미 대화는 이뤄질 것으로, 북미 대화에 연동되어 남북 관계가 너무 많이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어, 김여정과 틸러슨 특사 파견 가능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미국 방문의 목적이 달성됐다. 김정은 위원장(북한 노동당)의 북미 대화 의지가 담긴 메시지가 미국에 전달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5월 내에 만나겠다”고 답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8일 19시(현지시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5월 안에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정의용 실장이 백악관에서 북미 대화가 임박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캡처사진=CNN)

정 실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와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이 “가능한 한 빨리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 북한의 메시지였다고 말했다. 또한 관련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특히 메시지에는 “김 위원장이 추가 핵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됐고 이는 비핵화를 위한 전단계로서 핵 동결에 해당한다. 아직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조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 실장은 “말과 행동이 연결될 때까지 북한에 대한 압력은 계속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물론 미국 정부는 전반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6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오랫동안 북한과 핵 문제에 합의를 이루려는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의 시도를 지켜봤지만 과거의 노력은 모두 실패했고 북한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시간만 제공했을 뿐”이라며 “김정은은 예측할 수 없고 매우 계산적이고 핵무기 보유를 자신과 나라의 안위에 필수적인 것으로 여긴다”고 밝혔다.

물론 “북한이 핵 역량을 보유하지 않겠다는데 동의해야 한다”면서도 “그때까지 북한과 합의할 수 없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북한의 의도가 비핵화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동석한 로버트 애슐리 DNI 국장도 “북핵 프로그램의 핵심은 외부위협으로부터 체제를 보존하는 것”이라며 “김정은은 핵무기를 포기한 카다피(리비아의 독재자)의 몰락을 보면서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연설을 앞두고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연설을 앞두고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마이클 케이비 국무부 대변인(동아시아태평양 담당)도 8일 VOA(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말처럼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종식시키기 위해 김 씨 정권에 최대 압박을 가하는데 계속 전념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해왔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기조는 아직까지 북한의 변화 의지에 대해 이렇게 회의적이다. 그런만큼 우리 정부도 너무 북미 대화 주선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도록 남북 관계 진전에 더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제정치를 연구하는 김계동 건국대 초빙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미 대화가 임박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너무 북미 관계에 남북 관계를 연동시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고언했다. 

김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연달아 일어난다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워낙 예측불가능하고 또 그 말이 진심인지 확실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북미 관계가 틀어질만한 요소가 생겨 남북 관계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북미 대화를 중재하는 것도 좋지만 남북 관계 진전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며 “일단 북미 대화도 북측에서 김여정(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나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같이 비중있는 인물을 대미 특사로 보내는 전단계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11일 서울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함께 북한 예술단 공연을 관람하며 대화하고 있는 김여정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2월11일 서울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함께 북한 예술단 공연을 관람하며 대화하고 있는 김여정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관련해서 김 위원장이 김여정 제1부부장을 미국 특사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8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김여정을 한국에 보냈던 것처럼 미국에도 보낼 의향을 갖고 있을 수 있다. 김여정은 현재 북한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밝혔다.

모닝포스트는 김여정 특사설에 걸맞게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대북 특사로 파견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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