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철강 25%, 알루미늄 10% 관세 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중앙뉴스=신주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자국 산업과 노동자 보호를 내세워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의 관세부과를 강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면제를 예고했던 캐나다와 멕시코만 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철강 업계 노동자와 노조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규제조치 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서명식에서 동맹국보다는 자국 경제 우선시하는 보호무역 기조를 유지하고 이를 위해 통상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국내 철강업계, "미국 수출 큰 타격"

국내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9일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가 대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휴스틸 박훈 사장은 9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민관 합동대책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25% 관세의 영향에 대해 "다들 생각하는 그 정도"라며 "관세가 부과되면 판매처가 과연 한국 물건을 계속 사야 하는지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해외공장 등 대응 방안에 대해 "동남아로 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고 캐나다에도 들어갔는데 거기 물량이 미국만큼 많지 않다"면서 "미국 정부에 봐달라고 하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 정락 부사장은 "수출에 영향이 있을 것이며 그것을 정부와 같이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아제강 이휘령 부회장은 "철강업계 전체가 다 많이 힘들고 타격이 크다"며 "상당히 안타깝고 아쉽다"고 밝혔다.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민관 대책회의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제공)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민관 대책회의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美철강관세 WTO 제소 적극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수입산 철강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를 확정하자 정부가 유감을 표명하며 관련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정부는 관세 면제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되, 주요국과 공조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백운규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규제조치 명령에 서명한 데 대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수입을 부당하게 제한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1년간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미국에 한국산 제외를 요청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 경감(또는 면제)을 위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관련 협의를 조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트럼프 관세 도발에 각국 전면전 선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8일(이하 현지시간) 세계 각국의 반발을 무시하고 관세 폭탄을 터트리자 이들 상대국에서는 전면전을 선언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유럽 주요국은 일제히 전면전을 예고하고 나섰다.

프랑스 경제 장관인 브뤼노 르메르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유감스럽다"고 밝히고, "유럽연합(EU) 회원국과 공동으로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리엄 폭스 영국 국제통상장관도 이번 관세 조치가 "잘못된 방법이며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조치는 실제로 효과를 낸 적이 결코 없다"고 반발했다.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어 미 관세 부과 결정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28개 회원국의 승인을 구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주요 타깃으로 꼽혀온 중국도 즉각 반발했다. 상무부는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에서 자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며, "미국이 다자 무역 시스템의 권위를 존중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미(對美) 철강 수출국 2위인 브라질도 미국발 무역 전쟁에 항전을 선언했다. 브라질은 8일 정부 성명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한 양자, 다자 협의에서 모든 필요한 행동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최측근 우방 중 하나인 일본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관세 부과 명단에서 또 다른 미 동맹국인 캐나다는 제외됐지만 일본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한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호적인 국가에 대해서는 유연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보고 "내용을 정밀 검토한 후 미국 측에 대해 일본을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구할 것"이라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반면 대미 철강 수출국 1위인 캐나다는 관세 명단에서 자국이 제외되자 기존 보복 경고를 거두고 환영 입장으로 선회했다.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민관 대책회의에서 철강업계 대표들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제공)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민관 대책회의에서 철강업계 대표들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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