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악어새’를 통해 일찍이 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이재인 소설가가 에세이집 ‘한국문인 인장의 숨은 이야기’를 내놓았다.

전 경기대교수이며 한국문인인장박물관의 관장인 이재인 저자는 이번 ‘한국문인 인장의 숨은 이야기’를 통해 박물관 소장의 인장과 한국문단을 주름잡은 작가들의 인장 수집에 얽힌 비화들을 걸쭉한 입담으로 풀어냈다. 
  
“1985년도 수필가 김진식 선생의 출판사에서 나는 처음으로 하유상 선생을 만나 뵈었다. 그가 직설적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역사에 남을 만한 직인 한 개 이 교수한테 주지, 그게 말야 내가 잘 나갈 때 영화와 연극을 만들 때 쓰던 직인이 있어, 그곳에는 내 삶과 문학, 연극 영화가 흥건히 묻어 있는데 이제 내가 이것을 누구에게 준들 스토리를 알겠어? 이 교수 내가 줄 테니 주소 여기다 적어줘” 나는 하 선생과 헤어진 후 선생과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드디어 인장인 직인이 등기로 부쳐져 왔다.

아하, 이 어른 참 약속하나는 칼이네...

나는 얼른 봉투를 찢고는 나무로 특이하게 새긴 양각의 지인을 꺼내들었다. 이 묘한 인연에 우리 문단사에서 하유상 선생이 영화사 사장이었다는 기록이 나로 하여금 알려지게 된 셈이다.”(본문 43쪽)

“그가 예총회관 2층 복도의 재떨이에 내동이친 도장 네 개를 주워다 문협에 두었으니 그리 알라는 전화를 해온 것이다. 나는 마니아답게 장항선 유일의 특급새마을호를 타고 서둘러 예총화관을 찾아 문협으로 올라갔다...(중략)... 신문지에 둘둘 말린 종이 뭉텡이에 나는 가슴이 두근두근 방망이질을 했다.

그 종이 뭉텡이를 한꺼풀 벗겨냈다. 이게 뭐야? 동랑 유치진 선생의 낙관...이렇게 하여 모인 인장이 청록파를 비롯하여 미당, 동리, 편운, 난계를 비롯하여 이어령, 강인숙, 한무숙, 조경희 전숙희, 김후란, 김우종, 장백일, 윤병로, 이희철, 문효치 박제천 등 거명하기 외람된 문인의 인장에서 폐인감과 갖가지 스탬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 본문 66쪽)

이처럼 저자는 에세이집을 통해 문인들의 인장 수집과정은 물론 문단의 숨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엮어 한국문단사의 또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게 했다.  


■ 한국문인 인장의 숨은 이야기

이재인 저자| 도서출판 혜민기획 |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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