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일부 민주당원들의 진영논리적 사고로 피해자 폄하 심각, 민주당은 관련 조치 발표했으니 앞으로 적극 대응하나, 안희정 전 지사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안희정 전 도시사를 지지하는 어떤 분이 최근의 성폭행 사태와 관련해 쓴 글을 봤습니다. 그는 폭로를 한 수행비서가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말하더군요. 너무 담담하게 말한다고, 오히려 그녀를 의심하는 투로 말했습니다. 그런 게 바로 팬덤의 부작용입니다. 내가 지지하는 이를 공격하는 이는 무조건 적으로 모는 것. 거기에는 이성과 합리가 따라 붙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평론가 최광희씨가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최씨는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시민이 대통령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소신을 밝혔다.

“저는 아직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합니다. 그러나 그를 <대통령님 우리 이니님>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감읍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는 국민이 뽑은 대리인 즉 국민의 머슴이지 우리가 모시는 상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가 잘 한다면 당연하게 여길 것이고 그가 못 한다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이 나라의 주권자는 우리 즉 국민이니까요.”

기자들 사이에서 돌고있는 김지은씨 관련 찌라시. (카카오톡 캡처사진)
기자들 사이에서 돌고있는 김지은씨 관련 찌라시. (카카오톡 캡처사진)

최씨의 말처럼 최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을 폭로한 김지은씨에 대해서 악의적인 공격이 쏟아지고 있다. 기자들이 자주 받는 찌라시를 보면 ‘김씨가 사생팬 수준으로 안 전 지사를 쫓아다녔다든지 김씨가 이혼녀였다든지 안 전 지사와 사귀는 사이라든지’ 이런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담겨 있다. 

이런 내용의 진위 여부는 사실 사건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핵심은 유력 정치인의 추악한 성폭행이라는 점과 이게 충청남도 시스템에서 예방되지 못 했다는 것과 피해사실을 바로 알리지 못 할 정도로 위계적인 조직 문화가 여전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 민주당원들이 이런 기본을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일부의 경우 안 전 지사로 인한 악재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불리하다는 것이 우려돼 피해자를 의심하고 그것을 보도하는 jtbc를 비난하고 있다. 

예컨대 여권 지지자인 M씨는 jtbc 뉴스룸이 처음으로 보도한 5일부터 8일까지 13건의 피해자 비방 및 jtbc 폄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M씨는 이런 식의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글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캡처사진=M씨의 페이스북)
M씨는 이런 식의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글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캡처사진=M씨의 페이스북)

M씨가 주장하는 것을 굳이 소개하기도 민망하지만 결국 그렇게 악의적이어지는 심리 상태를 드러내 보일 필요가 있다. 즉 악성 댓글을 달고 피해자에 2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배경을 알아야 예방과 제도 마련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M씨의 주장을 짚어보려고 한다.

△김지은씨가 인터뷰할 때 눈을 위로 치켜떴기 때문에 의심스럽고 뒷배경이 있어 보인다 △도지사의 비서라면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지위인데 그러지 못 했기 때문에 스스로 성상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지원을 많이 받은 안희정 전 지사가 삼성 관련 불리한 보도를 덮어주고 있다 △친일 자본으로 만들어진 거대 권력인 jtbc와 맞서 싸워야 한다 △삼성이 jtbc를 앞세워서 프레임 전환에 나섰다 △매우 깊게 취재하는 다른 삼성 보도들과 달리 jtbc의 삼성 보도는 매우 부실하다 △대북특사 파견 소식을 jtbc가 다 묻히게 했다 △서지현 검사는 한 차례의 성추행에서 바로 문제제기해서 미투에 해당하지만 김지은씨는 수 차례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투가 아니다 △jtbc는 김지은씨가 당했다는 수 차례 성폭행에 대한 설명이 없고 안 전 지사의 비서실 해명인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안 전 지사의 입장인 것처럼 오보를 냈다

7일 jtbc '뉴스룸'에서는 안 전 지사에 대한 추가 피해 폭로 사실이 보도됐다. (캡처사진=jtbc 뉴스룸)
7일 jtbc '뉴스룸'에서는 안 전 지사에 대한 추가 피해 폭로 사실이 보도됐다. (캡처사진=jtbc 뉴스룸)

jtbc <뉴스룸>의 5일 보도를 보면 “안 전 지사 측”이라고 표현했다. 즉 비서실에서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입장을 냈는데 그걸 전달한 건 오보가 아니다. 더구나 비서실이 안 전 지사로부터 직접 입장 확인을 하지 않고 jtbc에 해명을 했을 리가 만무하다. 만약 비서실이 안 전 지사에 묻지도 않고 jtbc에 자체적으로 입장을 낸 것이라면 그게 더 문제다. 정무조직이 안 전 지사의 추태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해당 인터뷰 영상을 끝까지 보면 김지은씨가 눈동자를 위로 잠깐 뜬 것이 어색한 게 아니라 매우 자연스럽다. 김지은씨는 불안한 심정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게 보인다.

M씨는 도지사의 비서급이라면 충분히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었을 거라고 단정했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검사’도 당했다. 서지현 검사는 임은정 검사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사건 초반에 문제제기를 하지 못 했다. 8년이 흘러 성범죄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방송 인터뷰를 통해 문제를 시정하려고 한 것이다.  

김지은씨는 인터뷰 내내 힘든 기색을 보였다. (캡처사진=jtbc 뉴스룸)
김지은씨는 인터뷰 내내 힘든 기색을 보였다. (캡처사진=jtbc 뉴스룸)

서 검사의 경우는 미투에 해당하고 김씨의 경우는 미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전자는 자유한국당에 불리하고(최교일 당시 검찰국장의 사건 무마 의혹/이명박 정권 시기에 발생) 후자는 민주당에 불리할 것 같다고 판단돼서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 보인다.

성폭행 피해자마저 자신의 정치적 진영에 불리하게 작용하면 음해해버리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이런 진영논리적 사고방식은 한국 정치 발전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M씨는 jtbc가 삼성의 허물을 덮어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jtbc의 태블릿PC 및 국정농단 보도로 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까지 됐고 그동안 지상파 방송에서 잘 다루지 않는 ‘삼성의 백혈병 문제•노조와해 문건•장충기 문자•비자금’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한 곳은 jtbc였다.

실제 M씨와 마찬가지로 일부 민주당원들은 페이스북 그룹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당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번 사건에 대해 김씨와 jtbc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그런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자정 노력을 기울이는 활동도 눈에 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공언했기 때문에 이런 당원들의 2차 가해 행위에 대해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7일 <전국윤리심판원·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연석회의를 통해 권력형 성폭행에 대한 대응 방향을 발표했다. 

주 내용은 ‘피해자 보호주의 원칙’에 따라 △2차 피해 방지 매뉴얼 마련 △피해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보호 △역고소에 대한 피해자 법률상담 지원 △허위사실 유포 등 2차 가해자 조치 등이다.

민주당은 안 전 지사의 사건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고 긴급 최고위회의를 바로 개최해서 제명 조치를 기정사실화 한 바 있다. 추미애 대표는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1월 이미 디지털소통위원회 차원에서 ‘가짜뉴스법률대책단’을 출범시켰고 악성 댓글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젠더폭력대책 TF’를 출범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일부 민주당원들의 일탈에 대해서 민주당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하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민주당 소속 정춘숙·권미혁 의원은 정론관에서 기자와 만나 관련해서 제대로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번 미투 운동에 대해서는 선거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의원은 이번 미투 운동에 대해서는 선거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권 의원은 의원들 스스로 진영논리에 따른 김지은씨 공격을 자제시켜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권 의원은 의원들 스스로 진영논리에 따른 김지은씨 공격을 자제시켜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의원은 “젠더폭력대책 TF에서 그런 식의 2차 가해가 특정되면 엄벌하겠다는 기조”라며 “우리 당은 이 문제에서 선거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정무적으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도 “(일부 민주당원들의 2차 가해 흐름에 대해서) 알고 있다”며 “지금 내부에서도 진영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걸 의원들은 다 인식하고 있고 (악의적인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개인에 대해서도) 나부터가 당장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당에 이야기해보겠다”고 약속했다.

가짜뉴스법률대책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조용익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명백히 허위사실이거나 비방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올리는 악성 댓글에 대해서 대응하고 있다”며 “당에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대책도 나왔고 관련 조직도 이미 만들어졌고 우리 대책단이 하는 것은 정치적 분야에 국한되긴 하지만 (이미 넷상에서 가짜뉴스 검증 모니터링을 진행한 경험을 살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문제는 당연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 차원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아야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며 “그래서 미투 지원단과 법률자문단을 만들고 관련 법률도 발의했다”고 밝혔다.

8일 15시 안 전 지사의 기자회견이 예고됐던 충남도청 브리핑룸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8일 15시 안 전 지사의 기자회견이 예고됐던 충남도청 브리핑룸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9일 17시 서울 서부지검에서 4일 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안 전 지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9일 17시 서울 서부지검에서 4일 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안 전 지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안 전 지사는 전날(8일) 충남도청에서 예고한 기자회견을 긴급 취소하고 이날 서울 서부지검에 17시경 자진 출두했다. 안 전 지사는 "국민 여러분께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 제 아내와 아이들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다. 성실히 검찰 조사에 따라 수사를 받겠다. 국민 여러분이 저에게 주신 많은 사랑과 격려 정말 죄송하다"고 짧게 입장을 밝히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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