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배 편집국장
김경배 편집국장

[중앙뉴스=김경배] 민주정치의 기본원리중 하나가 평등권이다. 평등권은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헌법도 11조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통 자유와 평등을 논할 때 자유는 민주국가에서 평등은 공산국가에서 그 이념적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동서간 이념논쟁이 희석된 현재에는 가치측면에서 상호 보완적 요소로 존재 근거의 핵심이 되기도 한다.

1988년 교도소 이감 중에 도망쳐 서울에서 인질극을 벌였던 지강헌 사건은 우리사회에 큰 파문을 던졌다. 그는 당시 '돈 있으면 무죄, 돈 없으면 유죄'라는 뜻으로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며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 절규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의 주장이 파문을 던진 이유는 500만 원의 절도를 저지른 자기보다 70억 원을 횡령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동생인 전경환의 형기가 더 짧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만 상황에 따라 형량은 달라진다.
 
스스로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불행한 사회가 된다. 이런 사회에서 소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 괴리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집행유예에 대해 말이 많은 것도 바로 그 이유다.

과거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그만큼 더 도덕성이 요구됐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들만의 특권인 것처럼 행동했었다.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서 일고 있는 미투운동에서 보듯 시민의식이 성숙한 사회에서는 더욱 강력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특히 한나라를 이끌어가는 국가수반의 경우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 바로 도덕성이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는 사리사욕을 채우지 말고 오직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노력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배신하게 되면 범국민적인 지탄의 대상이 된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대한민국 사회에 웬만한 시민들은 최소한 고등교육 이상을 받은 지성인이다. 생각이 있고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지성체이다.

대통령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실수도 계속 되풀이 한다면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실수와 고의는 다르다. 실수보다 더 나쁜 것이 고의다. 단순히 호구지책을 위해 빵 한 조각 훔친 것과 최고 권력자로서 그 권력을 이용해 사익을 취한 것 중 어느 것이 더 엄벌에 처해져야 할까.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평등한 국가이다. 대통령도 국민이다. 국민이기 때문에 법 앞에 평등하다. 오늘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석하면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기실 틀린 말이 아니다. 한나라를 이끈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결코 편하지 않다. 그러나 직시해야 하는 하나는 죄를 지은 것이라면 설령 대통령이라도 법정에 서야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수많은 대통령이 나올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이 역사에서 마지막이 되려면 문재인 현 대통령을 비롯한 차기 대통령들이 죄를 짓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권력을 사욕에 쓰지 않으면 된다.

죄를 지으면 죗값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대통령은 죄 없이 정상적인 국정을 수행한 대통령이지 죄를 지은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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