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부인으로 일관, 측근의 잘못으로 책임 떠넘기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사, 구속될 가능성 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14일 아침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기 직전 측근들이 자택에 모여들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나는 재벌들한테 돈 안 받고 깨끗하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밑에 사람들이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다. 나만 깨끗하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결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 며칠 동안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선거 때도 깨끗하게 하려고 했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왼쪽)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왼쪽)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어떤 진술을 할 것인지는 사전 발언한대로 이어지고 있다. 측근들의 잘못이지 자신은 관여한 바가 없다는 식으로 전면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증거들 앞에서 부인으로 일관하게 되면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돼 구속영장이 청구될 여지가 더 커진다.

jtbc <뉴스룸>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김희중 전 부속실장은 “검찰의 증거가 방대하고 구체적이다. 조사를 받으면서 당황한 적이 많았다. 조사에 임하면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즉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한 증거와 재산 관리인들을 통한 진술들을 많이 확보해놔서 최측근인 자신도 놀랐다면서 마냥 부인만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11월과 올 1월 정치보복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한 것과 달리 이번에 이 전 대통령은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며 한 발 물러서는 태도와 함께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만은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입장문 원고는 전략 수정의 손길을 엿볼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전 대통령의 입장문 원고는 전략 수정의 손길을 엿볼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과와 말 아끼기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략 변화와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0월24일 태블릿pc 보도 이전까지는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을 전면 부인했었다. 그러다가 관련 보도가 나간 이후 하루 만에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 했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고 한 발 물러섰다.

이 전 대통령도 정치보복이라며 완전 결백을 주장하다가 측근이 잘못했을 수 있다, 즉 박 전 대통령처럼 코너에 몰리자 측근 관리 실패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읽지 않은 원고의 한 구절.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전 대통령이 읽지 않은 원고의 한 구절.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전 대통령이 준비한 입장문 원고를 보면 “엄중한”, “심려 끼쳐드려”,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라는 이 세 구절에 밑줄이 그어져있다. 그리고 “이번 일이 모든 정치적인 상황을 떠나서 공정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라는 구절은 읽지 않았다. 입장의 수위를 조절한 것이다. 

구속영장 청구를 피하기 위해서 이 전 대통령 측이 강조할 것은 아무래도 전직 대통령이었다는 점이다. 전직 대통령인데 형사소송법 70조 1항의 측면에서 도주 우려가 없고 이미 검찰이 증거를 많이 확보해서 인멸할 증거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2항에서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의 위험성”이 명시돼 있고 박 전 대통령조차 구속된 전례가 있다. 박 전 대통령도 똑같은 논리를 내세웠었다. 당시 검찰은 영장 청구서에 도주 우려라는 말 자체를 꺼내지 않았다. 

특히 안종범 전 수석 등 핵심 실행자들이 구속되다보니 형평성 차원에서 지시자인 박 전 대통령의 구속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김백준 전 기획관 등 이 전 대통령의 측근도 구속된 상태다. 결국 ‘본인의 적극 부인,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전례, 구속된 측근과의 형평성’ 등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발부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이 객관적인 현실이다.  

한편,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14시간이 넘어가는 23시55분에 끝이 났고 방대한 분량의 신문 조서에 대한 검토를 마친 뒤 다음날 동틀 즈음 귀가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