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근 YTN 노조 수석부위원장 인터뷰, 이사회가 내려준 최 사장에 대한 면죄부, 기자가 아닌 엔지니어로서 파업을 하는 목적, 언론사 파업과 가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나는 기자는 아니다. 기술국 소속 엔지니어다. 기자들은 펜과 마이크와 카메라를 내려놓겠지만 엔지니어는 드라이버를 내려놨다고 표현해야 하나 싶은데. 일터를 살려야겠다는 다짐으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오종근 YTN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수석부위원장은 기자가 아닌 엔지니어지만 파업에 참여하는 이유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기자는 오 부위원장과 지난 2월21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만났다. 

오종근 부위원장은 13일 YTN 이사회가 있던 날 오전에 국회 정론관에서 최남수 사장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김종훈 의원실)
오종근 부위원장은 13일 YTN 이사회가 있던 날 오전에 국회 정론관에서 최남수 사장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김종훈 의원실)

YTN 이사회의 허탈한 '결정' 

오 부위원장은 “우리가 이사들을 설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사장 선임 시스템)도 신경써야겠지만 당장 이사회를 통한 최남수 해임도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일단은 최남수부터 물러나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지만 이사회는 최근 실망스러운 결정을 내렸다. 

YTN 이사들은 3월13일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파업 이후 처음 이사회를 열었고 <YTN 경영정상화를 위한 주문>이라는 3가지 안을 내놨다. 

△YTN 노사는 파업 및 방송 파행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를 즉각 시작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사 합의안을 도출하도록 성실히 노력한다. △최남수 사장의 신임 여부를 묻는 중간 평가를 2019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이사회 전까지 실시한다. △노사 합의 사항의 중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 등을 소집한다.

13일 열린 YTN 이사회에서 최남수 사장 해임 청원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캡처사진=YTN 노조)
13일 열린 YTN 이사회에서 최남수 사장 해임 청원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캡처사진=YTN 노조)
노조는 이사들에게 최 사장 해임 청원서를 전달했다. (캡처사진=YTN 노조)
노조는 이사들에게 최 사장 해임 청원서를 전달했다. (캡처사진=YTN 노조)

노조는 이사회가 열리기 전 이사들과 만나 최남수 사장 해임 청원서를 전달했지만 이날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박진수 노조위원장은 이사회의 중재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조는 최 사장이 거론될 때부터 임명에 반대했을 만큼 자격 미달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보도국 정상화를 위해 겨우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최 사장이 파기했기 때문에 이사회가 최 사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는 지난해 12월 우여곡절 끝에 노종면 기자를 보도국장으로 재지명 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었는데 최 사장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합의안 파기의 전력이 있는 최 사장과 또 합의를 도모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박진수 노조위원장은 “이번 주문으로 이사회가 책임을 YTN 직원들에게 떠넘긴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사회가 최 사장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진수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 하에서 임명된 이사들이 최 사장을 선임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YTN 노조)
박진수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 하에서 임명된 이사들이 최 사장을 선임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YTN 노조)

그동안 노조는 최 사장의 자진사퇴 기미가 보이지 않자 YTN 대주주 공기업(한전KDN·한국인삼공사·한국마사회)을 직접 찾아가 의사를 피력했다. 이사회에서 최 사장을 해임해달라는 취지였다. 

최 사장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YTN 노조에 낸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할 것”이라며 “우리 진솔하게 대화부터 하자. 미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노사 대화에서 어떤 의제라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구체적으로 “오는 3월28일까지 회사 정상화를 위한 노사 합의안을 도출해보자”며 이사회가 제안한 1년 후 주총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사회에 참석한 최남수 사장의 모습. (캡처사진=YTN 노조)
이사회에 참석한 최남수 사장의 모습. (캡처사진=YTN 노조)

이사회와 최 사장이 합심해 노조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으나 이미 배수진을 치고 파업에 돌입한 노조 입장에서 이런 대화 제안에 응할 리가 만무한 상황이다.

이상엽 YTN 촬영기자는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사회의 실망스런 결정에 대해) 이미 예상했다”며 “물론 되면 좋겠지만 파업을 시작할 때부터 이사회 해임안 상정과 가결을 최종 목표로 둔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특히 “(최 사장의 대화 제안에 대해서는 노조가) 일단은 응하지 않을 것이다”며 “그 세 가지 주문도 기존에 최 사장이 계속 제안했던 것이고 어찌보면 이사회 내부에서는 사장추천위원회 제도를 만들어서 첫 타자부터 그렇게 낙마를 해버리면 자신들의 면이 안 선다는 목소리도 있는 걸로 안다(그래서 노조의 요구를 불수용한 것으로 보임). 그 이사진이 최 사장과 같이 갈 필요는 없는데 첫 사장부터 낙마하면 (선임했던) 자신들에 대한 책임 추궁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지금 하고 있는 걸(사옥 안에서 하는 파업 집회) 계속 할 것이고 앞으로 3월28일 주총이 또 있어서 그날 새 이사들이 선임되면 바로 이사회가 열릴 것이라 그때를 또 노려보고 있다”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엔지니어가 파업하는 이유
 
이사회는 노조가 파업하는 절박함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 못 하고 그런 결정을 내렸지만 오 부위원장은 입사 초기부터 의구심을 가졌었다. 스스로 공정 방송에 대한 가치와 파업을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이다. 

오 부위원장은 “9년 전부터 투쟁해왔지만 공영방송에 대해서 엔지니어인 내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이 많았다”며 “나는 공대 출신의 엔지니어인데. 선배들 싸우는 모습을 계속 보고 많은 고민을 해보고 나서. 우리는 보도 전문 채널이기 때문에 보도는 밥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보도가 바로 서지 못 하고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다면 우리의 밥줄이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엔지니어라고 해서 따로 가는 게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한 배를 타야만 한다”고 노조에 가입하고 파업하는 이유에 대해 강조했다.

무엇보다 “평범한 국민으로서 공영방송은 중요할진데 마찬가지로 내부 구성원이자 엔지니어로서 YTN 호라는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기사 하나가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엔지니어의 손이 안 가는 게 없다. 기술이 안 붙어있는 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도국의 문제가 기술국과 다른 게 아니”라고 밝혔다. 

오 부위원장은 그런 의미에서 최 사장에 대해 “그 사람이 YTN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해사 행위다. 성희롱 발언이나 여러 부적절한 인식이 이미 국민들게 많이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YTN을 신뢰하고 시청하겠나. 지금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동안 계속 해사 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본질이고 합의 파기는 구성원들 모두를 기만한 것이고. 공적 자본을 갖고 있는 방송사이기 때문에 국민들도 기만하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이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장이라면 애초에 노사 간의 합의가 필요없을 만큼 믿을만한 인물이 왔어야 한다”며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왔다면 그 사장이 알아서 보도국 개혁하고 미래 혁신하고 적폐청산도 했을텐데 그게 하나도 담보되지 않는 사람이 왔기 때문에 (파업 이전에 보도국 정상화가 시급해서) 어쩔 수 없이 노조가 합의라도 하려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오 부위원장은 애초에 믿을만한 사장이 YTN 사령탑으로 왔다면 노사 합의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종훈 의원실)
오 부위원장은 애초에 믿을만한 사장이 YTN 사령탑으로 왔다면 노사 합의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종훈 의원실)

3월 이사회 결과는 결국 노조에 큰 실망만 안겨줬다. 

하지만 오 부위원장은 “파업이 개인적으로는 길어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명백히 부적절한 인사이고 대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사장이다. 좋은 방송을 하면 그 이익이 다 대주주에게 돌아갈 거니까. 대주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전망했다.  

파업 당사자에게 ‘가족’이란

보통의 기업처럼 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을 내걸고 파업하는 것이 아닌 언론사의 파업은 여러 가지 명분이 있겠지만 ‘공정한 보도와 독립성’이라는 가치를 두고 싸운다. 월급을 받지 않고 몇 달을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당연히 가족들 입장에서는 말리고 싶어진다.

오 부위원장은 “가족들은 사실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 와이프는 잘 모를 때 왜 하냐고. 꼭 파업을 해야하나. 다른 방법은 없나. 앞으로 잘못하지 말고 지금부터 잘 하라고 하면 되잖아. 최남수는 이제부터 잘 할 수는 없는거냐. 이렇게 말했다. 실질적인 질문이다.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이라며 그럴 때마다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고민이 깊었다고 회고했다.

오 부위원장은 “(최 사장이 노조의 출근 저지를 못 하게 하려고 법원에 제출한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 서류가 집으로 갔다. 와이프가 직접 받았다. 와이프는 큰 일이 난줄 알고 너무 놀라서 이런 파업에 대해서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며 궁극적으로는 “아내와 딸 둘을 먹여 살리려면 회사를 살려야 하는데. 회사 살리려고 (파업)하는 거지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는 말로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간단하게 “올바른 보도 못 하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간다. 예컨대 대기업 편에서만 보도하면 그 피해는 일반 소비자에게 가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곧 죽어가는 YTN에 대한 ‘응급처방’

오 부위원장은 “(YTN에) 심폐소생술하는 느낌”이라며 “죽어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파업을 한다. (최 사장은) 마치 암덩어리와 같다. 암덩어리가 불법은 아니지만(최 사장 선임 절차) 꼭 떼어내야 하듯이 (우리는) 전신마취하고 집도하는 의사와 같다”고 말해 파업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오 부위원장은 YTN의 수술은 “적폐청산”이라며 지난 9년의 투쟁 기간 동안 3년 이상 근무했던 부역 간부에 대해서 보직 배제 원칙을 세우거나 판단 과정을 거쳐서(YTN 바로세우기 위원회) 보직 임명 여부를 결정하는 것에 대해 최 사장이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조는 13일 이사회가 열린 팔레스 호텔 앞에서 시위를 열어 최 사장에 대한 해임을 촉구했다. (캡처사진=YTN 노조)
노조는 13일 이사회가 열린 팔레스 호텔 앞에서 시위를 열어 최 사장에 대한 해임을 촉구했다. (캡처사진=YTN 노조)

노조는 최 사장에 대한 임명을 처음부터 반대했지만 많이 양보해서 두 번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첫 번째 협상이 결렬된 이유가 위와 같았는데. 이때 노종면 기자 보도국장 1차 지명과 함께 노사가 보도국 정상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최 사장은 위와 같은 방안을 거부했고 결렬됐다.

이후 마지막 두 번째 협상 과정에서 노사가 김환균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의 중재로 3자 회동을 가졌고 여기서 노 기자 보도국장 재지명에 합의했는데 합의 직후 최 사장이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최 사장 체제 하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노조가 최종적으로 내리게 된 것이다. 

오 부위원장은 최 사장의 합의 거부 배경에 대해 “그 사람(김호성 상무)을 보호하기 위해 적폐청산 합의를 안 받은 것 같다. 그때 최 사장은 <이 합의안 가지고 가면 제가 맞아 죽습니다>라고 말했다. 어찌보면 최순실이 우리 사내에 있는 거다. 합의 과정에서 최 사장이 합의를 받았다는 이유로 간부가 엄청난 고성을 질렀다고 기사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노조는 최남수에만 집중하는 이유가 있다. 오 부위원장은 “(물론 적폐 지도부 인사에 대해서도 사퇴를 주장하고 있지만 대외적인 구호는) 파업의 동력이 분산되기 때문에 최남수로 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부위원장은 (리셋 KBS 뉴스9·MBC 파업 뉴스데스크와 같이 파업 뉴스를 만들어 볼 생각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아이디어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 지금 모든 노조 인력이 엄청 소모되고 있어서 벅찬 게 현실이다. 좋은 방안인 것 같긴 하지만 제작팀, 진행팀, 노보팀 등 여러 조합원들이 너무 고생이 많아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오 부위원장은 끝으로 “우리는 지지 않는다. 왜냐면 이길 때까지 싸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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