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전국위원회에서 공동 교섭단체 구성 의결,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이 거대 양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2인으로 재편, 이정미 정의당 대표 강력 비판, 양당 외의 다른 상대적 소수당들 합심해 비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잔뜩 화가난 상태로 정론관에 들어왔다. 이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 풀뿌리 민주주의는 사망 직전”이라며 “모든 기초의회 선거구가 쪼개기로 난도질당하고 있다”고 강하게 표현했다.

전국의 기초의회 선거구가 4인에서 2인으로 쪼개지는 문제에 대해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기득권 수호라는 것이다. 

당장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되면 협상 테이블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보이고 개헌 정국에서도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이 대표는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이 절대과반을 차지하는 부산 시의회는 선거구획정위가 제안한 4인 선거구 7곳을 결국 모두 없애버렸다”며 “자신의 텃밭은 독식하고야 말겠다는 끝없는 탐욕”이라고 맹비판했다. 한국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북·인천도 같은 상황이다. 

이 대표는 '민주주의도 쪼갤 것이냐'고 민주당에 항의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는 '민주주의도 쪼갤 것이냐'고 민주당에 항의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는 “(공동 교섭단체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면 이 문제를 요구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때도 말할 것이고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는 3~4인 선거구가 대폭 확대되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어려운 게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 대표는 “불가능하지 않다. 당대표들이 책임있게 지방의회 소속 의원들한테 그딴 짓 하지마라 이렇게 얘기하면 된다. 이런 중대한 사안에 당대표가 책임있게 해야하는데 아무 말씀 안 하고 계신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추미애 대표를 콕집어 이 문제와 관련해서 강하게 항의한 바 있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최근 선거구획정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대놓고 쪼개달라는 요청을 했고,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기도와 대전시에서는 4인 선거구로 예정된 곳을 다 없애버렸다. 다수를 점하는 서울시의회에서도 역시 초반에 제안된 35개의 4인 선거구가 7개로 줄었고 더 줄 가능성도 있다.

정의당은 그동안 선거제도의 개혁을 부르짖었다. 이는 1등만 당선되고 나머지 득표율은 다 무효가 되는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개혁해 비례성을 높이자는 상식적인 차원과 함께 정의당의 존립 기반과도 직결돼 있다.

지역주의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호남과 영남을 핵심 지역기반으로 갖고 있고 그 외의 지역에서도 양당의 지배력이 상당하다.최근 들어 중앙 의회는 그나마 원내 5당 체제로 다당제화가 이뤄졌지만 지역 정치판은 양당의 독점구조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방의회에서 다양한 정당들의 진출을 도모하고자 2등 득표자까지 당선되게 하는 것은 중대선거구제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2인 선거구제에서는 거대 양당이 싹쓸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상정 의원은 지난해 12월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고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했지만 현재 기초의원 선거구 1034개 가운데 612개가 2인 선거구다. 3인 선거구는 393개, 4인 선거구는 29개에 불과하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예컨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은평구의회를 보면, ‘은평구마선거구’의 경우 새누리당의 유명란 의원(43%)·새정치민주연합의 기노만 의원(41%)까지 당선됐다. 만약 3인 또는 4인 선거구였다면 녹색당의 박종원 후보(9%)와 무소속 김성문 후보(5%)까지 당선될 수 있었을 것이다.

2014년 은평구의회 마선거구에서 3~4인이 당선되는 구조였다면 녹색당 박종원 후보와 무소속 김성문 후보도 구의회에 진출할 수 있었다.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14년 은평구의회 마선거구에서 3~4인이 당선되는 구조였다면 녹색당 박종원 후보와 무소속 김성문 후보도 구의회에 진출할 수 있었다.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초의회의 2인 선거구가 지배적인 것도 문제지만 3인 선거구가 있어도 거대 양당에서 후보를 복수로 내면 의석 독점의 문제는 여전하다. 2014년 지방선거 서울시 성북구의회 ‘성북구나선거구’의 경우 새누리당 후보 3명,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2명이 출마했다. 전체 9명의 출마자 중 3명의 당선자(새정치민주연합의 김춘례·새누리당의 유경상·새정치민주연합의 윤만환)도 거대 양당 소속이었다.

서울시 기초의회 선거구 중 3~4인이 당선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거대 양당 후보들이 복수로 출마한 경우가 많았다.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울시 기초의회 선거구 중 3~4인이 당선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거대 양당 후보들이 복수로 출마한 경우가 많았다.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실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336명 기초의원 당선자 중 거대 양당 후보가 아닌 경우는 딱 4명 1.1%에 불과했다. 

이런 실정이다보니 ‘정부형태’와 ‘시점’이 주요 이슈로 개헌 정국을 지배해왔는데 최근 들어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의 비례성 강화가 중요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정의당은 당론으로 내놓은 개헌안과 관련해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를 위한 전단계로서 기초의회 3~4인 선거구 확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전국 기초의회 선거구는 각지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제안 방향과는 달리 대부분 4인 선거구를 쪼개 2인 선거구로 만들고 있고, 이에 대해 거대 양당 외에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 대표는 분명 민평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한 뒤 협상 테이블에서 이 문제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의원들이 17일 전국위원회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의당 의원들이 17일 전국위원회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의당 의원단과 지도부의 공동 교섭단체 추진에 대해, 일부 정의당원들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의당 의원단과 지도부의 공동 교섭단체 추진에 대해, 일부 정의당원들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마침 17일 정의당은 국회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민평당과의 공동 교섭단체 구성을 사실상 의결했다. 최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여러 전국위원들이 당의 정체성, 지방선거에서의 혼란 등을 이유로 반대와 우려를 표명했다”면서도 “정의당은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원내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협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확히 말하면 이날 전국위는 공동 교섭단체 관련 민평당과 협상할 권한에 대해서 의결한 것이다. 공동 교섭단체가 구성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제안한 추경(추가경정) 예산에 대한 입장이나 여러 정책적 이슈에 대해서 두 당의 견해차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 교섭단체의 원내대표 및 지도부를 어떻게 꾸려갈지에 대해서도 합의해야 한다. 

한편, 두 당의 협상을 통해 합의 사항이 도출되면, 정의당은 차후 전국위를 다시 열어 최종 승인 절차를 밟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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