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관계에 대해 정부의 역할 인정,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는 야당, 개헌 문제에 대해 이원집정부제와 권력축소형 대통령제 사이에서 유연한 고민, 2인 선거구제 고수하는 양당 비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안 전 대표에 대해 너무 ‘반문’ 일변도라고 그를 평가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2012년 18대 대선 때부터 사적 감정이 남아 있어서 항상 반문의 선봉에서 맹렬히 비판했던 것으로 해석됐었다.

그런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의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돌아와서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칭찬했다. 

안 위원장은 “대북 문제에 대해서 현 정부가 정말로 잘 끌고갔다.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전적으로 정부가 잘 한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평가했다.

18일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발언을 통해 안 위원장은 지방선거, 개헌, 서울시장 출마설 등에 대해 입장을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 잘 했다고 인정했다. (사진=바른미래당)
안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 잘 했다고 인정했다. (사진=바른미래당)

기자는 지난해 12월4일 기자간담회에서 안 위원장에 대놓고 ‘너무 반문인 것 아니냐’고 질문을 던졌는데 그때도 “문재인 정부가 잘 하는 게 많고 그게 높은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잘못한 것들(적폐)을 잘 고치고 있고 그게 지지율로 반영되는 것”이라고 답변한 적이 있었다. 

특히 “탈권위주의적인 행보에 국민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정권의 권위적인 행보를 고치려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정농단 이후 보수의 궤멸 과정을 겪으면서 바른정당이 창당되고 자유한국당과의 차별화된 ‘개혁 보수’가 기치로 떠오르는 등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 관습을 탈피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실제 그런 차원에서 가장 적극적이다. 

예컨대 하 의원은 9일 화개장터에서 “요즘 문재인 대통령을 더 화끈하게 도와주자.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성사) 축구로 보면 월드컵 경기가 확정된 것이다. 한국 대표팀이 나가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잘 싸우라고 응원해주자”며 “한국당은 분명 발목잡을 것이다. 우리 바른미래당은 한국이 똘똘 뭉쳐야 할 때 흔쾌히 밀어주는 정당이 되자”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안 위원장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이끌어온 장본인으로서 통합 완성 이후 신당에서 공식 직함을 맡지 않다가 한 달만에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안 위원장은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선을 긋고 당분간 인재영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2월13일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 안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2월13일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 안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특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안 위원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봤자 3등이라고 도발한 것에 대해서 “내가 출마할까봐 무섭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개헌에 대해서는 논의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서 “대통령제의 권력축소형 개헌을 국민이 원하고 있다”고 말해 문재인 정부의 개헌 추진에 쓴소리를 했다.

안 위원장은 “(정부 개헌안에 대해) 권력축소형이 아니라 임기연장형이고 방향도 잘못됐다. 청와대에서는 개헌하려 하는데 국회가 방해해서 못 했다고 이 중요한 개헌 의제를 지방선거 전략용으로 소비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불행한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고언했다.

지방선거 동시투표에 대해서는 “그런 입장(동시투표)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지금부터 국회에서 밤을 새워서라도 치열하게 토론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세 가지 정부형태(의원내각제·이원집정부제·권력축소형 대통령제)를 거론하면서 “현재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신뢰가 아주 낮아서 의원내각제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면 나머지 두 가지가 남는다. 현실적 방법은 권력축소형 대통령제와 이원집정부제 둘 사이에서 유연한 입장을 갖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지금 5대 권한(예산권·인사권·감사권·입법권·집행권)을 모두 가진 대통령이 그중에서 행정부 집행권만 남기는 정도의 그런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월12일 국민의당 대표로서 마지막 일정인 기자간담회를 가진 안 위원장. (사진=박효영 기자)
2월12일 국민의당 대표로서 마지막 일정인 기자간담회를 가진 안 위원장. (사진=박효영 기자)

최근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외에 나머지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반발하고 있는 기초의회 3~4인 선거구 쪼개기에 대해서, 안 위원장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보다 훨씬 더 양극단의 갈등이 심하고 폐해가 극심하다”며 “시대역행적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이 서로 생각이 똑같고 희희낙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기초의회) 2인 선거구는 중선거구제가 아니”라며 “민주당이 당선되는 지역에서 2명을 뽑으면 둘 다 민주당(소속 후보들)이 된다. 한국당이 뽑히는 지역에서 2명을 뽑으면 둘 다 또 한국당이 된다. 3인 이상 선거구제일 때만 중선거구로 기능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 지역 구의회의 경우 2인 선거구제는 양당이 1, 2등을 독점하고 3인 선거구제더라도 복수의 양당 후보가 출마해 당선자를 독점한다. 전체 300석이 넘는 서울시 기초의회 의석 중 거대 양당 외의 정당 소속은 고작 4석에 불과하다. 

한편, 안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인정하면서도 북한의 태도 돌변에 따른 합의 무산, 한미동맹 훼손 방지, 주한미군에 대한 원칙 등에 대해서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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