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정부 개헌안, 키워드는 ‘민주화’ ‘사람’ ‘노동’ ‘직접 민주주의’
첫 번째 정부 개헌안, 키워드는 ‘민주화’ ‘사람’ ‘노동’ ‘직접 민주주의’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3.21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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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운동 3개 명시, 국민을 사람으로 근로를 노동으로, 노동권 강화, 국회의원 소환제와 국민 발안제, 야당의 비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3일간 발표될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 개헌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첫 날은 ‘전문과 기본권’이 발표됐다. 앞으로 21일은 ‘지방분권과 국민주권’, 22일은 ‘정부형태와 헌법기관의 권한’에 대해 발표될 예정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20일 청와대에서 정부 개헌안의 기본권과 전문에 대해 요약 발표했다. 

조 수석이 이번 정부 개헌안을 발표하는 역할을 맡았다. (캡처사진=KTV)
조 수석이 이번 정부 개헌안을 발표하는 역할을 맡았다. (캡처사진=KTV)

먼저 눈에 띄는 두 가지로 전문에 포함될 역사적 사건과 기본권의 주체 변경이 있었다. 헌법 전문에 법적으로 공인된 역사적 사건으로서 ‘4.19 혁명·부마항쟁·5.18민주화운동·6.10 항쟁’을 적시해 민주주의 이념을 계승하기로 했고, 글로벌 시대인데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200만명에 가깝기 때문에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 다만 적극적인 권리로서의 사회권에 대해서는 국민으로 한정했다.

헌법 전문에 민주화 운동들이 수록되고, 국민이 '사람'으로 바뀌게 된다. (자료=청와대)
헌법 전문에 민주화 운동들이 수록되고, 국민이 '사람'으로 바뀌게 된다. (자료=청와대)

이밖에도 신설되고 삭제되는 기본권과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로 정리되는 특징은 대략 9가지다.

△선거권·공무담임권·참정권 등에 대해 보장 범위를 축소하는 대신 보장성을 강화 
△군인 인권 조항 신설 
△지속가능 발전과 동물보호에 대한 조항 신설 
△노동권의 강화 차원에서 ‘근로’를 ‘노동’으로 수정하고 공무원의 노동 3권 보장 
△생명권과 안전권을 명시하고 정보기본권을 신설 
△성별과 장애 등 차별에 대한 국가의 개선 노력 의무를 신설 
△주거권과 국민 건강권을 신설하고 어린이·청소년·노인·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동등한 권리 명시 
△현행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군인 등 공무원의 국가 배상 청구권 제한 조항 삭제 
△국민의 국회의원 소환과 발안제를 신설

노동권 강화와 관련 조 수석은 “노동 조건은 노사가 대등하게 결정한다는 원칙을 명시하는 한편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 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 3권을 인정했지만 현역 군인 등 법률이 정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제한했다”고 밝혔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 삭제와 관련해서 조 수석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그리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헌법에 영장신청 주체를 두고 있는 나라가 없다”며 “영장신청 주체에 관련된 내용이 헌법사항이 아니라는 것일 뿐 현행법상 검사의 영장신청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조 수석은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형사소송법에 영장청구권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냐는 국회의 몫”이라며 “헌법에서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유지되면 그 논의가 불가능한데 삭제되면 논의는 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헌법에 명시할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삭제됐고,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소환제와 발안제가 추가됐다. (자료=청와대)

조 수석은 국회의원 소환제와 국민 발안제 등 직접 민주주의적 제도를 헌법에 실었다면서 세 가지 사례를 통해 시민의 정치 참여 열망을 강조했다. 즉, 국회의원의 비리가 발각돼도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현직을 유지하는 점,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600만명의 서명이 있어도 정치권이 반응하지 않은 점, 촛불집회와 청와대 국민청원의 인기 등을 통해 봤을 때 주권자인 국민의 참정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 자리에 동석한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국민소환과 국민발안의 구체적 요건은 국회가 논의해서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회의원 스스로가 <이런 정도라면 따를 수 있겠다>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다.

조 수석과 양 옆에 동석한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왼쪽)과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오른쪽). (캡처사진=KTV)

문 대통령의 정부 개헌안 발의에 대해 야 4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이미 비판적이었던 만큼, 이번 발표 자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결연하게 반대하고 만약 대통령 발의안이 국회 표결에 부의된다면 자유한국당 의원 전원은 불참할 것”이라며 세 가지 측면에서 입장을 밝혔다.

△정부 개헌안이 여야 합의를 방해하고 개헌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다 △사건의 진상규명이 다 이뤄지지 않거나 역사적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사건을 전문에 포함시키면 안 되고 좌파적 입장에서만 의미 있는 사건을 나열한 것은 문제다 △직접 민주주의를 대폭 강화하는 것은 촛불 포퓰리즘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 대의제의 원칙에 어긋난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모든 야당이 대통령 개헌안에 반대하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대통령 개헌안 발표를 강행했다”며 “바른미래당은 청와대가 발표한 개헌안의 내용에 일체의 평가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 하는 모습이 나오길 바라는 청와대가 연출한 개헌쇼에 어울릴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민정수석은 인사채용 비리, 검찰개혁, 민생 및 공직사회 기강을 챙겨야 한다”며 “오늘처럼 개헌 특강을 하고 싶다면 민정수석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조 수석이 개헌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이어 “아무리 국회 합의가 난망하더라도 청와대와 집권 여당은 인내력을 갖고 국회의 모든 주체들이 참여하는 개헌안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청와대가 계속 밀어붙이기식·여론몰이식 개헌 추진을 강행한다면 개헌은 진정으로 물 건너 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동석했던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형사 피의자에 대한 국선변호인 선임권 등 그밖에 추가된 기본권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기존에는 기소된 피고인에 한해서만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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