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9일 서울 코엑스 회의실에서 ‘미 무역확장법 232조 최종결정과 관련해 민관합동대책회의 결과’와 관련해  기자단에게 브리핑을 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사진출처:산업통상자원부]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지난 9일 서울 코엑스 회의실에서 ‘미 무역확장법 232조 최종결정과 관련해 민관합동대책회의 결과’와 관련해 기자단에게 브리핑을 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중앙뉴스=전성오 기자] 미국은 지난 9일(현지시간 8일)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철강재에 대해 25% 관세를 일괄 부과하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에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오는 23일 시행예정이다.

현재 한국은 미국의 철강관세 대상국에서 빠지기 위한 다양한 외교채널을 가동하며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이번 미국발 철강관세 부과여부에 따라 한국경제와 관련 업계에 미칠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의 232조 조치에 대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수입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치라고 평가하고, 미국 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또한 철강업계는 미국 현지 수요기업,투자기업 등과 함께 미국 내 공급 부족 품목을 중심으로 품목 예외(exclusion)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미국발 철강관세 부과의 내면에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 전쟁'의 일환으로 미국발 보호무역주의로 대변되는 '미 철강관세'부과가 현실화됐고 이에 미국과 중국과의 균형잡힌 '통상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인 현실에서 한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 무역구제 조치 당분간 지속될 것"

21일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최근 통상현안 점검 및 우리 기업의 대응전략'세미나에서 첫번째 발표자로 나선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제현정 차장은 "미국의 무역구제 조치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 기업들은 미국 업계가 주장하는 피해내용을 가능한 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제 차장은 "미국발 보호무역주의는 기업, 정부, 유관기관이 공동 대응해야 하지만 수입규제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은 기업의 몫이기 때문에 우선 제소를 당하지 않도록 경쟁 기업의 제소 움직임 등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무역협회가 운영하는 수입규제통합지원센터를 통해 경쟁국 기업들의 수출추이 및 미국의 수입규제 이력 파악, 밤덤핑 절차 컨설팅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경화 회계사는 "2015년 미국이 무역특혜연장법에서 개정한 일부 조항이 미 조사당국의 재량권을 확대해 반덤핑 규제의 수위가 높아졌고 덤핑 조사과정도 엄격해졌다"면서 "우리 기업들은 미 상무부의 관행을 정확히 숙지하고 요구 자료를 철저히 준비해 조사관이 조사 대상 제품의 제조·판매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의 철강 관세 대상국에서 빠지기 위한 '묘수'는 현재 한국이 미국과 진행중인 FTA개정에서 좀더 양보하는 방법이 제기되지만 상대적으로 타 산업에 피해를 줄 우려가 제기돼 이 또한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5일 이베스트투자증권 최광혁 애널리스트는 리포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25%, 알루미늄 10%의 관세 부과를 결정한 것에 대해 "최근 보호무역과 관련된 논란은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며 "보호무역과 관련해 트럼프가 본격적으로 실천해 나갈 경우 경제에는 예기치 못했던 불안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이제야 살아나기 시작한 글로벌 교역이 다시 침체될 가능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가정은 트럼프가 던진 관세 인상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미국 경제에서 철강산업이 가지는 역할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이유"리고 지적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IT버블을 지나가면서 산업 구조가 단순 제조업 중심 국가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졌다."며 "더욱이 소비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철강가격의 상승은 대부분의 물가 상승압력으로 직결되고, 최종 제조업 측면에서도 비용의 상승을 반기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이어 최 애널리스트는 "인프라 투자 역시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의 상승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무역전쟁 예상 시나리오와 보호무역주의의 전개 

19일 현대경제연구원은 '관세전쟁의 시작과 한국경제의 위기'현안과 과제 리포트를 통해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경제 정책을 추진하며 무역협정 재협상, 세이프가드 조치, 수입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미국이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이에 반발해 EU는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며, 중국은 국부펀드의 미국 사모펀드 투자 지분을 매각하는 등 글로벌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서 주목하는 무역전쟁 예상 시나리오는 국지적 무역전쟁으로 미국의 수입품 전체에 대한 관세 부과 및 인상과 이에 대응한 EU, 중국의 미국산 수입품 전체에 대한 보복적 관세 부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국지적 무역전쟁으로 상대국 간 교역이 줄어들고 글로벌 경제 질서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보고서에서 제기한 또다른 시나리오는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국지적 무역 전쟁이 확대되며 미국, EU,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로 관세 전쟁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는 과거 사례인 대공황 당시와 유사하게 다른 국가들의 경쟁적인 수입 관세 인상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전 세계로 확산하며 세계교역량이 급감하고 과거 수입에 의존하던 영역을 자국 상품으로 대체한다고 전망했다.

또한 글로벌 자유무역 시스템의 기반이 훼손되며 WTO를 통해 이루어진 세계 무역의 기초와 자유무역기조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무역전쟁,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보고서는 관세 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교역량은 국내의 수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전망했다. 이는 대외 부문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특성상 실물경제의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것.

전 세계 평균 관세율이 현재인 4.8% 수준에서 10%로 높아질 경우 국내 수출액은 173.0억 달러 줄어 들고 전 세계 평균 관세율이 20% 수준으로 높아질 경우 국내 수출액은 약 505억 8000만달러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어 "소국개방경제인 국내의 경우 무역전쟁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는 국내 경제 성장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구체적으로 전 세계 평균 관세율 4.8%에서 10%로 인상시 국내 경제성장률은 0.6%p 하락,15%로 상승시 경제성장률은 1.2%p 하락하고 20% 인상할때 경제성장률은 –1.9%p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전세계 평균 관세율 4.8%에서 10%로 인상시 고용 15만 8000명 감소,15%로 오를 시 고용 31만 1000명 감소, 20% 인상 시 고용 46만 3000명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이번 미국발 철강관세 부과가 궁극적으로 통상분야에 중국과 맞설 세력을 결집시키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력을 통해 미-중간 무역전쟁에서 승리하고자하는 트럼프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미국이 오는 23일 철강 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앞두고 관련국에 미국 관세 면제조건으로 '중국 무역정책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대표는 최근 EU와 관세 면제를 협의하면서 다섯 가지 면제 조건을 제시했다. 

관세면제 조건은 대미 철강 및 알루미늄 수출량을 2017년 수준으로 제한하고 미국과의 안보협력의 강화,중국의 다양한 무역 왜곡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처, G20 세계철강포럼에서 미국과의 협조, 미국과 협력해 WTO에서 중국 관행에 맞선 사례 발굴 등이다.

미국이 제시한 관세면제 조건중 미국의 '대중 무역압박'카드가 포함되어 있어 여전히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깊은 고민을 떠안을 수 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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