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분량의 양측의 서류조사 끝에 구속영장 발부 결정, 20일 간 검찰의 조사 끝에 4월 초에 기소 예정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야심한 밤에 구치소로 송치됐다.

도곡동, BBK. 다스. 11년 전부터 제기됐던 무수한 범죄혐의들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이 전 대통령은 3월22일 23시40분 구속됐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에 이어 헌정사상 네 번째로 구속된 대통령이 됐다.

특히 9년의 보수정권 책임자(박근혜 전 대통령)가 1년 사이를 두고 나란히 구속돼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시 구속과 오버랩됐다.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이 사건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므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및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한 배경을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 판사는 이 전 대통령이나 변호인단과 대면하지 않고 오직 영장청구서, 의견서 등 서류심사만으로 구속을 결정했다. 이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실질심사 불출석 입장에 따른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면 과연 검찰의 영장청구가 이뤄졌음에도 심사에 불출석할 수 있는 것인지 과연 어디에서 대기를 하는 것인지가 논란거리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은 207쪽에 달하고 이중 117쪽 분량으로 범죄 혐의의 날짜와 액수 등을 표로 정리한 일람표를 만들어 첨부했다. 이밖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서도 별도 첨부됐는데 그 분량이 무려 1000쪽이 넘는다.

박 판사는 이 모든 것을 3일동안 읽고 결단을 내렸다. 방패 역할을 하는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검찰이 제기한 범죄 혐의를 반박한 100여쪽 분량의 의견서를 준비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법원 판례 등 각종 첨부 자료까지 더하면 수백 장에 달한다. 수사팀 검사들은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을 들고 논현동 이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아가 영장 집행에 나섰다. 3월14일 이 전 대통령이 소환됐을 때 직접 조사를 맡았던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송경호 특수2부장이 수사관들과 함께 직접 갔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동부구치소 독거실에 수감됐다.

영장발부가 결정된 이후 이 전 대통령의 자택에는 인파가 몰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영장발부가 결정된 이후 이 전 대통령의 자택에는 인파가 몰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보통 영장전담판사는 영장 발부 요건으로 실체적 요건과 형식적 요건을 고려한다. 전자는 범죄 소명 정도이고 후자는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 등을 보는 것이다. 검찰 조사에서 전면 부인으로 일관했던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후자가 충족됐다. 핵심은 전자다. 박 판사가 이 전 대통령이 뇌물성에 대한 인지를 했다는 것과 다스 실소유주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오랜 시간에 걸쳐 범죄 혐의를 만들어왔다. 집권 전과 집권 중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혐의는 20여개에 달한다. 큰 틀에서는 세 가지의 범주로 분류된다. 특수활동비 수수, 다스 관련, 개인 뇌물. 검찰이 가장 먼저 물어볼 것은 다른 공범의 공소장에 주범이라고 적시했던만큼 국정원의 특활비 수수 의혹이지만 구속을 결정할 핵심은 역시 다스(자동차부품업체) 실소유주 여부다. 다스와 줄기처럼 연결된 범죄 혐의들이 크고 굵직하다.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면 삼성의 소송비 대납과 국가권력을 동원해 140억원을 돌려받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도 따라 나오게 된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수감되기 직전 페이스북에 올린 자필 입장문. (사진=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이 전 대통령이 구속수감되기 직전 페이스북에 올린 자필 입장문. (사진=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검찰은 3월19일 제출한 영장청구서에 이 전 대통령의 110억원대 뇌물과 350억원대 비자금 등 12개 내외의 혐의를 적시했고 수많은 증인 진술과 영포빌딩에서 발견한 문서들을 통해 혐의가 소명됐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뇌물 액수가 1억원이 넘으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적용을 받아 10년 이상의 무거운 형이 나올 수 있다. 범죄의 중대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편, 앞으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수사를 구치소로 찾아가 20일간 진행하고 4월 초에 기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이 전 대통령은 검찰에서 측근 관리의 소홀함 외에 전면부인으로 모든 진술을 마친 상태라 앞으로 수사할 때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구속이 되면 심리상태가 급격하게 변해 진술의 태도가 급변할 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이 집행되기 직전 페이스북에 “지금 이 시간 누굴 원망하기 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고 자필로 심경을 밝혔다. 특히 “지난 10개월 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며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정치보복이라는 종전의 입장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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