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여점의 지역문화재 전시, 거제문화 보존과 홍보에 진력  

(사진=김경배 기자)
거제문화지킴이 황수원 거제박물관장 (사진=김경배 기자)

[중앙뉴스=김경배 기자] <삼국지〉위지 동이전에 따르면 과거 한반도 남쪽지역에는 마한과 진한 변한이라는 삼한이 존재하였는데 마한은 50여 개의 소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진한과 변한은 각 12개씩의 소국이 존재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당시의 소국의 규모가 평균적으로는 2,000~3,000 호로 영역상으로는 현재의 군(郡) 정도의 세력범위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더 많은 소국이 존재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중 변한의 두로국은 거제설과 동래설이 분분하지만 최근에는 거제에서 삼한시대 유물 등이 출토되고 어원 등을 볼 때 거제설이 보다 유력하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잊혀진 두루국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 잃어버린 두루국 찾기에 일생을 바친 이가 있다.

황수원 거제박물관장. 거제출신인 황 관장은 평생을 거제문화 알리기에 앞장서온 인물이다. 황 관장은 1991년 거제박물관을 개관하면서 본격적으로 거제문화 알리기에 나섰다. 사실 그때만 해도 박물관에 대해서 잘 모르던 때였다.

황 관장이 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출근길에 공사현장에서 발굴된 토기 등의 유물들을 보고 이러한 유물들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보다는 거제사람들의 정체성을 위해서라도 거제출토 유물들을 한곳에 모아 거제의 찬란한 과거 문화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거제박물관을 개관하면서 현재 90% 이상 거제출토 유물로 무려 3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서 출토된 녹유합(綠釉盒)은 유약의 연구 과정에 귀중한 연구 자료가 되고 있다는 것이 황 관장의 설명이다.

이밖에 머리에 고깔을 쓰고 있는 토기 그릇의 뚜껑도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유물이며 이 지역 출토의 구멍 단지나 각종 석기류는 한반도 남부 지역의 문화와 일본 키타큐우슈우(北九州) 문화와의 상관관계를 가늠케 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지난해 6월 사천정동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2017년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그림으로 말해효(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진=거제박물관 제공)
지난해 6월 사천정동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2017년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그림으로 말해효(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진=거제박물관 제공)

현재 거제박물관 1층은 기획전시실 공간으로 지역 내의 여러 문화행사(전시행사)를 치룰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삼국시대의 토기에서 현대의 도자기까지 그 변천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입체 공간에는 디오라마 기법을 이용한 신석기 시대의 움집과 거제도 곳곳에 산재해 있는 지석묘가 복원되어 있다. 또한 지심도 앞바다에서 인양된 제2차 대전 당시의 폭격기 랜딩기어가 전시되어 있다.

2층은 민속실로 거제에서 채집한 민속품이 진열되어 있다. 특히 섬이라는 환경조건으로 반농반어의 생산형태를 갖게 되어 농경과 수산에 관계되는 용구가 있다. 3층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이러한 박물관 본연의 사업 외에 난, 수석, 사진 등의 지역 주민을 위한 일반전시회와 민속품, 소장품 등의 기획전시, 유물사생대회와 클래식 음악회, 명사초청강연회 와 가족캠프 등의 문화와 예술에 관한 많은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황 관장은 그가 직접 설립한 거제박물관대학과 대학원 등을 통해 지역민의 교양을 넓히고,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사회교육기능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황 관장의 거제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거제문화재단을 설립하여 거제문화의 보존과 홍보에 진력하고 있다.

그는 또 경남신문과 거제신문 칼럼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꾸준히 신문 연재 등을 통해 지역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거제 사랑에 지나치리만치 집착하는 황 관장에게 특이한 이력이 하나 있다. 그것은 황 관장이 그의 나이 39세 때 당시로는 전국 최연소로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경력이다. 

당시 비록 낙선의 쓴잔을 마셨지만 거제시장 후보로 출마하여 거제문화 발전과 지역발전에 이바지 하고 싶었다고 한다. 어쩌면 그의 이려한 이력과 경력이 오히려 지금에 와서는 보다 더 거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밑바탕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수필로 문단에도 등단한 작가이기도 한 황 관장의 꿈은 오히려 소박하다. 과거에 살아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거제 알리미’로 남고 싶다는 것이다. ‘넘치면 모자람보다 못하다’라는 말이 있지만 그의 거제사랑은 넘쳐도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을 듯하다.

오늘도 거제문화를 알리기 위해 서울까지의 원정도 마다하지 않은 황 원장. 기자에게 한참을 거제문화에 대해 홍보하고 다른 일정을 위해 자리를 뜨는 그의 뒷모습에서 잊혀진 두로국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한다.

▲ 황 수 원
    거제 장승포 출생
    거제문화재단 이사장
    거제박물관 관장
    거제사랑의집 운영위원장
    한국사립박물관협회 정책위원장
    저서 : 『정든 거제, 정들인 사람』, 『오래된 미래』
    수상 : 거제개발대상, 계간 문예와비평 신인문학상, 자랑스런 박물관인 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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