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전대열] 메이저신문의 한 기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문재인정권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물었다. 박근혜의 허망한 정권운용 실태가 촛불저항을 가져왔고 잇따른 탄핵으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은 여론조사에서 아직도 압도적 지지세다.

겉으로 봐서는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데 태극기부대의 저항도 만만찮기에 기자로서는 문정권의 미래를 유추하고 싶었을 것이다. 문정권은 출범한지 아직 1년도 못된다. 박근혜와 다른 모습만 보여줘도 박수를 받는다.

문정부는 과거정권을 철저히 징치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른바 적폐청산이다. 적폐라는 게 박근혜정부에서만 생성된 것이 아니라 역대정권의 유산이지만 모두 박근혜가 떠안았다. 그리고 이제는 이명박이다. 비리와 부정의 복마전으로 발표되며 구속되었다.

전두환 노태우가 동시에 구속된 전력이 있어 전 대통령 두 사람이 한꺼번에 수감되는 진기록이 계속되는 셈이다. 따지고 보면 4.19혁명으로 쫓겨난 이승만 역시 하와이로 망명하지 않았으면 186명의 살인죄로 구속되었을 것이고, 10.26으로 암살된 박정희도 유신이 끝나면 사법 처리될 운명이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들도 아들과 형의 부정을 요새처럼 철저히 추궁했다면 연루의혹이 드러날 수도 있었겠기에 한국의 대통령들은 불행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하겠다.

이런 역사를 잘 알고 있는 기자들이 현재 잘나가는 문정권의 성공여부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그 기자에게 “문재인의 성공은 남북미 연쇄 정상회담을 성공시키는데 달렸다”고 확언했다.

문재인은 지금 여러 가지 일을 벌여놓고 있지만 국내적으로는 박근혜 이명박을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처벌하는 일이다. 이들은 이미 구속재판에 들어가 있어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사법부 몫이다.

두 번째는 개헌이다. 제왕적 대통령을 양산한 1987년 직선제 개헌이후 31년을 지탱해온 현행헌법을 고쳐야 된다는 것은 국민적 합의사항이다. 모든 정당이 개헌에는 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부사항에 들어가면 노는 물이 달라진다.

가장 민감한 부분이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느냐 여부인데 문재인정부는 분권을 싫어한다. 청와대가 주도하여 새로운 헌법안을 3회에 걸쳐 발표했지만 여당인 민주당을 제외하고는 모든 야당이 이에 비판적이다.

6.13지방선거와 동시투표를 주장하는 것도 제일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반대한다. 개헌안을 누가 발의하더라도 반드시 국회에서 3분의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되고 국민투표에 붙여질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개헌이 안 되면 문재인은 가만히 앉아서 제왕적 대통령 노릇을 하게 된다.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개헌은 반드시 해야 할 국민과의 약속이고 지방선거와 동시투표를 하는 것은 막대한 투표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문제는 여야합의인데 청와대 개헌안으로는 국민과 야4당을 납득시킬 수 없다. 따라서 야4당이 주장하는 내용을 수렴하여 권력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와야만 한다.

설득과 양보는 민주정치의 필수조건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국회에서 마련한 개헌안으로 6.13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 모처럼 불붙은 개헌의 촛불을 환하게 밝힐 수 있는 길이다. 세 번째는 나라의 운명이 걸린 문제다.

남북미 연쇄 정상회담이다. 극도의 불신과 일촉즉발의 위기에 내몰렸던 북한과의 대결에서 문재인정부는 극적인 성과를 거뒀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팀의 참가를 얻어낸 것이다.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로 전 세계를 향하여 앙탈을 부리던 북한을 순한 양처럼 이끌어드린 문재인의 끈기는 돋보였다.

김여정과 김영철이 다녀가고 정의용과 서훈이 김정은을 만나고 왔다. 남북정상회담이 4월말, 북미정상회담은 5월중으로 합의되어 여유롭게 준비 중이다.

북한이 여기까지 오기에는 유엔이 주도하는 북핵제재의 강도가 더 이상 숨을 수 없는 경지까지 숨통을 틀어막은데 있다. 따라서 김정은이 핵을 무기로 미국을 겁박하고 한국을 농락하던 태도를 멈추고 협상장에 들어온 것은 김일성 김정일로 이어지는 70년간의 3대 세습정권이 저질러왔던 거짓투성이를 벗어나 갑자기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게 아님은 한눈으로도 알게 한다.

그렇더라도 억지 효도도 효도임에는 틀림없다는 말과 같이 본심이 아니더라도 현실에 맞춰주기만 하면 된다. 그것은 핵 폐기다. 문재인의 성공은 김정은을 만나 핵 폐기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렸다.

동결 등으로 얼버무리는 것은 당당하게 거부하고 트럼프와 만나는 김정은이 가시적이고 불가역적인 폐기를 확약할 수 있는 정지작업을 끝내줘야만 한다. 이러한 로드맵은 문재인의 손에서 매듭지어진 뒤 트•김이 만나야 새로운 세계사를 쓰게 되는 것이다.

6.25이후 어정쩡하게 정전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못했던 것을 일거에 남북의 인적교류 경제교류가 실행에 옮겨지고 북한이 공산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중국과 베트남처럼 시장경제를 도입하여 활발한 경제성장의 도상에 들어가면 자유로운 왕래는 필지의 순서다.

그동안 너무 각박하게 대립되었던 남북관계가 갑자기 무지개처럼 아름답게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 의심하고 있지만 핵 폐기가 구체화되면 싫어도 그렇게 진행되는 게 역사의 수순이다.

미군주둔은 민족의 자주성을 좀 먹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의 평화를 담보할 것이기에 괘념할 필요 없다. 남북미 연쇄 정상회담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전 대 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전대열 칼럼니스트.[자료사진]
전대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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