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에서 맞닥뜨린 최남수 사장과 노조, 조합원들의 봇물터지는 항의, 주주들에게 호소하는 공정 방송의 가치, 나연수 앵커의 성희롱 추궁에 “아름다운 분들” “성희롱 인정 안 한다”는 최 사장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조합원들은 격양돼 있었다. 파업 56일차 그동안 최남수 사장 퇴진을 주장하며 겪었던 모든 일에 대해 직접 따져 물었다.

YTN은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총에서는 제무제표 승인과 신임 이사 선임의 건이 주요 의제였지만 당장 파업 사태와 YTN 정상화가 시급했던 만큼 최종 책임자인 최남수 사장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최남수 사장은 노조의 끊임없는 항의를 받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남수 사장은 노조의 끊임없는 항의를 받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주총에서는 조합원들이 최 사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주총에서는 조합원들이 최 사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조합원(전국언론노조 YTN지부)들은 최 사장의 자질과 도덕성의 측면, 보도 독립성을 수호하지 못 할 것이라는 우려 이 두 가지 지점에 대해서 주로 발언했다. 사실상 최 사장에 대한 청문회를 방불케했다. 

구체적으로 최근 불거진 최 사장의 불륜 논란을 비롯해서 성희롱 트윗, 노사 합의 파기, 류제웅 전 기획조정실장 관련 논란 등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지만 최 사장은 제대로 답변하지 못 했다.

박진수 위원장은 격양된 목소리로 최 사장의 자격 미달을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진수 위원장은 격양된 목소리로 최 사장의 자격 미달을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위원장은 발언하던 중에 최 사장의 답변에 흥분해 단상으로 접근해서 격하게 항의 표시를 하기도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위원장은 발언하던 중에 최 사장의 답변에 흥분해 단상으로 접근해서 격하게 항의 표시를 하기도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진수 노조위원장은 파업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노사 합의 파기에 대해서 “본인만 합의 파기가 없었다고 하는데 파업 사태가 300일, 500일, 600일 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최 사장은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중재 과정에 성실하게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조합원들 사이에서 “당신과 중재할 생각 없다. 사퇴하고 나가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박 위원장은 “최 사장은 YTN 경영할 수 없다. 우리가 성직자의 자격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YTN의 기본적인 윤리강령을 요구하는 것이다. 최 사장은 사과도 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성희롱 트윗을 수차례 올리고 불륜을 저지른 YTN 직원이 있다고 할 때 사장으로서 인사위원회에 회부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나연수 기자는 앵커로서 최 사장의 성희롱 트윗 발언에 대해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나연수 기자는 앵커로서 최 사장의 성희롱 트윗 발언에 대해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뉴스 클로징 멘트로 파업에 참여하게 됐다는 소식을 직접 전달해 화제가 됐던 나연수 기자는 “최 사장은 과거 트위터에서 자사(MTN) 앵커들과 회식 자리를 가지면서 미녀 앵커들과 번개 중 싱글분들 손이라고 올린 적이 있다. 나도 YTN의 여성 앵커다. 그걸 보면서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다니는 회사의 수장이 앵커를 얼굴로 평가하고 미녀인지 추녀인지 평가하고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싱글 손? 결혼 안 한 남자들을 술자리에 부르고 이런 식으로 여성 앵커들을 바라볼 것인가”라고 최 사장에 항의했다.

최 사장은 “술자리가 아니라 회식자리였다”고 말했고 “말장난 하지 말라”는 조합원들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최 사장이 2009년 MTN 보도본부장 시절 올렸던 트윗 내용. (캡처사진=최남수 사장의 트위터)
최 사장이 2009년 MTN 보도본부장 시절 올렸던 트윗 내용. (캡처사진=최남수 사장의 트위터)

나 기자가 “우리 앵커들 이런 취급 받으면서 방송하도록 사장 이대로 놔둘 것인가. 왜 간호사에게는 사과하고 우리 앵커들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나. 성희롱 발언을 했는가 안 했는가?”라고 재차 묻자 최 사장은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 사과했고 성희롱이라는 규정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최 사장의 답변 태도에 화가 난 나 기자는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는데 왜 인정 안 하나. 그런 식으로 사내 성범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성희롱이 아닌가? 나는 우리 회사에서 최남수 사장에게 사내 성폭력 문제를 믿고 맡길 수가 없다. 그러면 우리 여사원들은 인사위원회를 믿을 수 없는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회사 생활 계속 해야하는 건가. 성희롱이 무엇인지. 성희롱을 규정하는 게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구분도 못 하는 사장 때문에 많은 사원들이 불안해서 회사 다닐 수 있는가. 나중에 우리 앵커실과 회식하면 싱글분들과 미혼 남성들을 불러 모을 건가. 우리가 노리개인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최 사장은 이날 조합원들의 비판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 사장은 이날 조합원들의 비판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 사장은 “(미녀 앵커의 기준은 도대체 뭔가라는 물음에) 외모를 따져서 그런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모든 분들이 아름다운 분들이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해 또 한 번 원성을 샀다.

주주 이익의 관점에서 YTN의 보도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호소도 있었다. 

임성호 기자는 뉴스전문채널 YTN의 컨텐츠 경쟁력은 뉴스라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임성호 기자는 뉴스전문채널 YTN의 컨텐츠 경쟁력은 뉴스라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임성호 기자는 “내가 주주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최근에 SBS에서 삼성 용인 에버랜드 땅값의 심상치 않은 상승이 승계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4일에 걸쳐서 무려 탑부터 중반까지 10~20여분 보도한 적이 있었다”며 “시청률이 3%대에서 6%대까지 치솟았다. (동시간대) jtbc는 3%대로 떨어졌다. jtbc의 독주 체제로 가는 판도에서 SBS가 재벌의 비리 석연치 않은 부분 비판하고 공정하게 보도하니까 시청률 올라가고 방송 점유율 확장으로 이어지고 광고수익 증대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최 사장은) 맨날 컨텐츠 혁신 말하는데? 우리 컨텐츠가 뭔가? 뉴스 아닌가? 라디오와 웨더 라이프 분들(비 뉴스 컨텐츠 부문) 존중하지만 우리의 주 컨텐츠는 뉴스다. 뉴스부터 제대로 하는 게 수익 개선하는 것이고 경영 환경 개선하는 것이고 그게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사로서 컨텐츠 경쟁력 증진의 측면에서 최 사장에게 “컨텐츠 개선을 위해 뭘 했는가? 공치사 남발하지 않았나? 오보 나가고? 출연진 땜빵시키고? 기자들 파업한다고 이명박 검찰 출석 때 외부 변호사를 중앙지검에서 인터뷰시키고(최진녕 변호사)”라며 추궁했다.

임 기자는 “주주분들 제발 공정 방송이 수익률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평가해달라”고 호소했다. 

최진녕 변호사는 14일 서울중앙지검에서 YTN 앵커와 속보를 진행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진녕 변호사(오른쪽)는 14일 서울중앙지검에서 YTN 앵커와 속보를 진행했다. (캡처사진=YTN)

YTN은 1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 소환 당시 현장에서 최진녕 변호사와 속보 중계를 한 바 있다. 최 변호사는 2016년 총선에서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인재 영입 1호라는 평가와 함께 공천도 받았다. 

한편,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21일 방통위 전체 회의에서 “직접 노사 양측의 의견을 듣고 규제기관 수장으로서 노사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심정으로 엄정한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YTN 문제는) 기본적으로 저희가 개입할 수 있는 어떤 법적 장치가 없다”면서도 “더 이상 지켜보는 것은 방송 분야 규제기관장으로서 지나친 방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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