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내린 정봉주, 끝까지 ‘이미지 챙기기’
꼬리내린 정봉주, 끝까지 ‘이미지 챙기기’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3.28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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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의사 밝혔지만 피해자와 프레시안에 사과 안 한 정봉주, 3주 간의 팽팽한 미투 공방, 피해자의 스모킹건으로 사태 종결, 스스로 카드 이용 내역 공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마침내 끝났다. 정봉주 전 의원은 꼬리를 내리고 사과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도 철회했고 모든 공적 활동을 접고 자숙하겠다고 선언했다. “자연인 정봉주”로 돌아가겠다던 정 전 의원은 “여전히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는 말을 했다.

정 전 의원이 28일 오전 자신을 성추행 가해자로 고발한 프레시안과 해당 기자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고 관련해서 성추행 현장(렉싱턴 호텔)에 갔다는 결정적인 증거로서 카드 결제 내역(2011년 12월23일 18시43분경 렉싱턴 호텔에서 결제)을 공개했다. 오후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상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정 전 의원이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미투 고발에 대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전 의원이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미투 고발에 대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3주 동안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던 미투 고발자 안젤라(가명)와의 모든 진실공방이 이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마음 상하신 분들 믿음을 갖고 지켜보았지만 실망하신 분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만 표현하고 피해자와 프레시안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전에 낸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그래서 처음부터 분명하게 입장을 밝혔고 관련 사진, 관련자들의 진술, 제보내용 등을 통해 더욱 자신했다. 하지만 직접 나서서 결제 내역을 확보했고 이를 눈으로 확인한 이상 모두 변명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기억이 없는 것도 내 자신의 불찰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혀 여전히 자신의 이미지를 신경쓰는 듯한 늬앙스를 풍겼다.

정 전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기존 입장’과 ‘A씨의 기자회견 이후 상황(당시 현장에 안젤라가 있었다는 어플리케이션 시간과 사진 기록 공개)’을 구분했다. 

전자에서는 정말 기억이 없었고 현장 부재 입증이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피해자와 프레시안에 맞설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반대로 후자에서는 급하게 현장 부재 증거를 찾으려다가 자신이 그날 현장에 있었다는 결제 내역을 발견했고 정직하게 변호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전 의원이 28일 오전에 배포한 보도자료. 본인이 직접 말하는 어투로 보도자료의 내용이 구성됐다. (자료=정봉주 전 의원)
정 전 의원이 28일 오전에 배포한 보도자료. 본인이 직접 말하는 어투로 보도자료의 내용이 구성됐다. (자료=정봉주 전 의원)

하지만 정 전 의원의 말대로 정말 기억이 나지 않았다면, 렉싱턴 호텔에 갔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었다고 해도 사과를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본인이 성추행을 저지른 기억도 나지 않았을텐데 사과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되물어 볼 일이다.

애초에 현장 부재의 팩트 싸움으로 가져가면서 유리한 증거를 제시하고 기자회견을 자처하던 중에 정 전 의원은 분명 “호텔에 간 적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기억이 없다면 현장에 갔는지 안 갔는지 조차 기억에 없다고 말해야 신빙성이 있었는데 그때는 안 갔다고 했다가 이제 와서 기억이 정말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실관계 하나하나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프레시안과 안젤라의 허점을 파고들었던 정 전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관계 하나하나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프레시안과 안젤라의 허점을 파고들었던 정 전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정 전 의원은 기자들의 여러 질문에도 당당하게 결백함을 주장했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전 의원은 기자들의 여러 질문에도 당당하게 결백함을 주장했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프레시안을 고소했을 뿐 아니라 일부 진술을 번복했다고 피해자까지 공격했다. 심지어 피해자가 정치적으로 자신을 저격한다고도 했다”며 “용기를 내 미투 고발에 나선 피해자는 정 전 의원의 거듭된 부인 때문에 거짓 고발자로 몰렸다. 정 전 의원이 보도자료를 낼 때마다 그의 말을 철썩같이 믿는 지지자들은 피해자를 향해 어마어마한 댓글폭력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박인숙 정의당 여성위원장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발뺌하는 모습이 전형적인 가해자의 모습이었다”며 “피해자에게 끝까지 사과하지 않는 모습이 몹시 유감이고 꼭 피해 당사자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정 전 의원 측의 변호를 맡게 된 김용민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다만 카드 사용내역은 저희만 입수했고 불리한 증거지만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해서 결정한 것이다. 더 잘못된 판단을 하고 틀린 길로 가기 전에 빨리 되돌아 올 수 있었던 것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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