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남지사 출마설에 대해서는 애매모호, 초대 원내대표는 정의당의 노회찬, 명칭은 평화가 앞에, 고유 정당 활동을 하되 교섭단체의 목표와 활동 범위는 명확히 함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신 4당 체제가 펼쳐졌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공동 교섭단체 구성 논의를 한지 한 달 가까이 됐고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이제 마지막 관문으로 정의당 전국위원회 최종 추인 절차만 남았다. 양당이 잠정 합의문까지 발표했기 때문에 무난하게 추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공동 교섭단체 합의문을 발표했다. 교섭단체의 공식 명칭은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약칭 평화와 정의)으로 결정됐다. 

이용주 의원과 윤소하 의원이 합의문을 발표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용주 의원과 윤소하 의원이 합의문을 발표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명칭에서 평화가 앞에 배치된 만큼 교섭단체의 최초 원내대표는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맡기로 했고 향후 교대된다. 교섭단체의 운영 기간은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시점까지로 하되 한 달 전에 상대당에 통보하는 것을 조건으로 언제든지 교섭단체에서 임의 탈퇴가 가능하다. 

고유의 가치를 중시하는 양당이다. 그런만큼 합의문 서두에 “각 당의 정체성에 따라 고유의 독자적인 정당 활동을 한다”고 명시했다. 대신 교섭단체를 통해 협력하는 목적과 범위를 “국회 구성 및 운영에 대한 공동대응과 8대 정책공조 과제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8대 과제는 △미투 관련 법안 처리 △한반도 평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노동 존중 사회와 좋은 일자리 △식량주권 확보와 농수축산업 분야 미래 산업 육성 △골목상권과 중소상공인 보호 △권력기관 개혁 등이다. 

각 당이 개별적으로 존재할 때보다는 부분적 공조 체제가 이뤄진 이후에 각별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지방선거에서의 두 당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윤소하 의원은 “교섭단체 구성과 관련해서 선거연대 부분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용주 의원은 “사정에 따라 지역별 후보별로 연대 논의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번 공동 교섭단체 구성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윤 의원은 선거연대 부분은 전혀 논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윤 의원은 선거연대 부분은 전혀 논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미 두 당 안팎에서 서울시장 단일 후보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의당은 평화당 의원들의 지방선거 차출 문제로 인해 교섭단체가 불안정할 수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평화당 입장에서는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보다 우세를 점해야 하기 때문에 현역의원 차출이 요구되고 있어서 고민거리다.

이 의원은 박지원 의원의 전남지사 차출설을 거론하면서 확답을 주지 않았다. 이 의원은 “차출 불가나 불출마는 이후에 공동 교섭단체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합류할 의원도 있다면 현 단계에서 불출마를 확인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면서 무소속이 된 이용호·손금주 의원이 합류할 수도 있어서, 박 의원의 출마 가능성을 초기에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용호 의원의 합류 불가 입장 관련) 그것은 일주일 전 입장이고 현재는 많이 유동적인 상태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동 교섭단체가) 긍정적인 국회 활동을 한다면 아마 마음을 모아주실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용주 의원은 이용호 의원의 합류 가능성을 열어놨고, 동시에 박지원 의원의 전남지사 차출설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용주 의원은 이용호 의원의 합류 가능성을 열어놨고, 동시에 박지원 의원의 전남지사 차출설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윤 의원도 “(특정인의 불출마를 명시하기 보다는) 합의문에 양당이 교섭단체의 안정적인 유지 발전을 위해 책임 있는 노력을 한다는 내용을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원 의원은 28일 MBC <양지열의 시선집중>에서 “(전남지사 출마와 관련) 내가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라 당에서 지도부에서 빨리 내려줘야 한다”며 “아마 당에서 정의당과의 통합 교섭단체 구성문제에 대해서 결론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당이 출마를 만류하면 안 할 것이냐는 질문에) 글쎄 그건 구성하고 여러 가지 상황을 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왜냐하면 나를 믿었던 여러 우리 특히 전남의 기초단체장이나 광역 기초의원들 또 무엇보다도 내 아내의 투병이, 또 당이,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이런 걸 좀 종합적으로 볼 것이고 당에서 잘 결정할 것”이라며 고심 중인 점을 부각했다. 

이용주 의원은 기초의회 4인 선거구제 관련 농성에 들어간 민주평화당과 함께 정의당이 '공동 농성단체'를 구성해주길 바란다며 재치있게 표현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용주 의원은 기초의회 4인 선거구제 관련 농성에 들어간 민주평화당과 함께 정의당이 '공동 농성단체'를 구성해주길 바란다며 재치있게 표현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당장 공동 교섭단체의 큰 명분이었던 개헌 논의와 관련해서 이 의원은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의 개헌안도 나와 있고 대부분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현재 다른 당과 마찬가지로 각 원내대표와 헌정특위(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위원 1명 씩 포함한다면 노회찬 원내대표와 민주평화당 헌정특위 위원 이렇게 양당이 함께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 로텐더홀에서 평화당 의원들이 기초의회 4인 선거구를 촉구하는 농성을 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 이 의원은 “아마도 그런 농성이 민주평화당의 전문이라기보다는 정의당의 전문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정의당도 공동 농성단체를 구성해서 같이 협조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당의 전국위원회가 이번주 주말 31일에 열리고 다음주 월요일인 4월2일 국회에 정식 교섭단체 등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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