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리비아식'과 '단계적 동시조치'에서 중재한다
청와대, '리비아식'과 '단계적 동시조치'에서 중재한다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3.30 1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중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단계적 동시조치’ 언급, 리비아식 해법과 단계적 방식의 절충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위원장(북한 노동당)이 만난 뒤 비핵화 로드맵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시 주석을 대리해서 방한했고 우리 정부에 북중 정상회담의 결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양제츠 위원이 29일 청와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3시간 넘게 면담을 가진 이후, 청와대 관계자 A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선 핵폐기 후 보상의 리비아식 해법은 북한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확하게는 “북한에 적용하기 불가능하다”고 표현했다. 

물론 사적인 견해임을 전제했지만 사실상 청와대 대북 협상 라인과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라고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정의용 실장과 양제츠 위원이 만났다. 양 위원은 3시간 넘게 정 실장에게 북중 정상회담 결과와 한중 관계 이슈를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29일 정의용 실장과 양제츠 위원이 만났다. 양 위원은 3시간 넘게 정 실장에게 북중 정상회담 결과와 한중 관계 이슈를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A는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일괄타결이든 리비아식 해법이든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을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한의 핵 문제가 25년째인데 TV 코드를 뽑으면 TV가 꺼지듯이 일괄타결 선언을 하면 비핵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서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 동시조치”를 언급했는데 이와 관련해서 A도 “검증과 핵 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발언했다.

북한 노동신문이,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이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 노동신문이,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이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와 관련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단계적 동시조치의 구체적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분석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A는 과거의 단계적이고 점증적인 방식과는 다르다며 현재의 방식을 설명했다. A는 “미세하게 잘라서 조금씩 나갔던 것이 지난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두 정상 간 선언을 함으로써 큰 뚜껑을 씌우고 그 다음부터 실무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호주의와 단계론의 중간 지점으로 풀이된다. 즉,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큰 차원에서 합의하고 비핵화 조치를 단계적으로 밟아나가는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 조치 이후에 보상해주는 방식도 아니고 중간 단계에서 이거 하면 이거 해주는 식도 아닌 그야말로 절충적이라고 보여진다.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간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을 타임지에서 ‘협상가 및 교섭자(Negotiator)’로 묘사했듯이 북미 사이에서 우리 정부가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은 한반도 운전수론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 타임지 2017년 5월자 표지. (캡처사진=TIME)

A도 “테이블에 들어오는 당사자들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고 우리 생각(청와대의 비핵화 구상)이 있다기 보다 중재자로서 서로 다른 생각을 조정하고 타협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가 김 위원장의 단계적 동시조치를 분석하고 있지만 청와대의 기조는 이쪽으로 기운 측면이 있고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비핵화론과 리비아식 해법 사이에서 중재자를 자처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리비아식 해법은 흔히 미국 정치권에서 강경파들이 선호하는 북핵 해법이다. 경질된 맥 매스터 대신 최근 미국 국가안보좌관으로 임명된 존 볼턴 역시 리비아식 해법을 신봉하고 있다. 맥 매스터도 강경파로 알려졌는데 존 볼턴으로 교체했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리비아식 해법에 기울었다는 것으로 관측할 수 있다. 

리비아식 해법은, 2003년 카다피 정권이 핵 포기 선언을 하고 핵무기와 핵시설을 미국에 완전히 양도한 뒤 체제 보장, 관계 정상화, 경제 지원을 해주는 방법론이다. 하지만 카다피는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민주화 열기로 실각했고 죽음에 이르렀다. 북한 당국은 카다피 신세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을 거의 교훈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30일 보도된 VOA(미국의 소리)의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베이컨 미국 하원의원(공화당/군사위원회)은 “과거 북한은 미국, 한국, 일본에 비핵화 약속을 대가로 제재와 경제 압박을 낮춰달라고 요구했었지만 약속을 전혀 실천하지 않았고 더 밀고 나갔다”며 “북한이 이번에도 혜택을 달라고 요구한 뒤 그 대가로 아무 것도 지불하지 않고 핵 개발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카다피화를 우려하듯이 미국 정치권에서는 북한과의 협상 실패 트라우마가 있고 이를 근거로 리비아식 해법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컨 의원은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 할 때까지 제재 완화 등 단계적인 대가도 제공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 리비아가 핵무기를 포기할 때 그들은 실제로 핵 관련 역량을 미국에 넘겼다. 북한도 미국이 검증할 수 있도록 리비아의 사례와 유사한 방식으로 비핵화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실제로 비핵화를 한 뒤에야 (경제적 지원이) 제공돼야 한다. 그 전이 돼선 안 된다. 북한에겐 대가 없이 무엇도 제공해선 안 된다. 받기만 하고 아무것도 내놓지 않을 테니까”라고 강조했다.

노규덕 대변인은 북중 정상회담의 결과를 분석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외교부)
노규덕 대변인은 북중 정상회담의 결과를 분석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외교부)

한편, 29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노 대변인은 (한중 사드조치 해법과 이번 북한 비핵화 해법이 비슷하게 전개될 우려에 대해서) 부인했다. 

지난해 11월 한중 사드 갈등이 해결되는 국면에서 리커창 총리가 “사드 문제는 계단성 처리를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이미 도입된 사드는 그대로 두고) 현 단계에서 잘 관리하자”는 것으로 해석했는데 북핵 해법도 <북한이 현재 가지고 있는 핵을 보유한 채로 관리하자>라는 식으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노 대변인은 이에 “단계적 동시조치라는 우리말 표현은 사실 중국 측이 발표했지만 실제 화자는 북측”이라며 “지금 두 개(사드와 북핵)를 연관지어서 해석하는 것은 좀 앞서 나가는 것이고 그래서 추가로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