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14년 전 국회 첫 등원 때만큼 떨린다”
노회찬 “14년 전 국회 첫 등원 때만큼 떨린다”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4.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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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에 이어 또 다른 중재자, 개헌 정국에서는 한국당 압박 전망, 평화와 정의 내부에서 개헌 견해차가 있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비유의 달인으로 인지도도 높지만 국회에서 소수정당의 현실에 막혀 의사일정 협의 테이블에 앉지 못 했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벅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노 원내대표는 2일 YTN <출발 새아침>에서 “14년 전 국회에 처음으로 등원했는데 오늘 첫 교섭단체 대표로서 회의에 참석하게 돼서 그때만큼 떨린다”고 소감을 말했다.

노 원내대표가 2일 오전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평화와 정의)’이라는 교섭단체 자격으로 국회의장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원내대표들은 축하와 환영의 인사를 건넸고 노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다짐의 말씀을 드린다” “앞장서겠다”로 문장의 끝을 맺었다. 타 정당들에게 촉구하고 요구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이 뭔가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노회찬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실에서 교섭단체의 대표 자격으로 첫 포토타임을 가졌다. (사진=박효영 기자)
노회찬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실에서 교섭단체의 대표 자격으로 첫 포토타임을 가졌다. (사진=박효영 기자)

노 원내대표는 “담을 넘어서라도 오려고 했는데 마침 평화당과 손을 잡고 문이 열려서 오게 됐다”며 중재자 역할을 잘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공동 교섭단체 구성의 명분으로 강조했듯이 “민심과 국회의 괴리를 좁히는 일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현재의 20대 국회는 2016년 4월의 민심이 반영됐을 뿐이지 그 이후의 민심은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평화와 정의가 그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보통 국회의장 주재의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는 거대 양당의 당위 싸움이 지배적이었다. 3당 체제 이후에는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협력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거나 새로운 의제를 꺼내놓는 등 중재자 역할을 주로 수행했었다. 여기에 노 원내대표가 또 다른 스타일의 중재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 원내대표는 첫 모두발언으로 다른 정당에 요구하기 보다는 평화와 정의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노 원내대표는 첫 모두발언으로 다른 정당에 요구하기 보다는 평화와 정의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도 비판했지만 주로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해왔다. 이날 회동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적극적이고 책임있는 자세 전환이 없으면 4월 국회에 협조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며 분권이 반영된 개헌안, 특별감찰관법과 방송법 통과를 촉구했다.

특히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이렇게 참담할 수가 없다”며 “자신들만이 선이고 저희 바른미래당이 주장하는 것은 악인가. 문재인 정권은 선해서 감찰하지 않아도 되는가. 이런 오만이 어딨나”라고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우원식 원내대표 옆자리에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동철 원내대표는 우원식 원내대표 옆자리에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반면 노 원내대표는 앞으로 한국당을 압박하고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 

노 원내대표는 29일 jtbc 뉴스룸에서 “정체성으로 볼 때 범진보와 범보수로 나뉘는 그런 구도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원내 교섭단체가 3당이기 때문에 2 대1 구도였는데 이제 (2대 2가 되는 것이고 정의당은) 거의 4분의 1의 발언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당장 시급한 개헌안에 대해서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이 두 가지를 풀면 나머지는 쉽게 풀릴 것이라 생각한다”며 두 이슈에서도 정당의 유불리가 아닌 민심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평화와 정의가 선거제도와 관련해서 한국당의 확답을 끌어내는데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민주당이 ‘총리추천제’라는 분권의 대안을 수용하도록 설득한다면 국회 개헌안은 곧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의장은 이날 시작이 좋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세균 의장은 이날 시작이 좋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동석한 정의당의 김종대 의원은 다른 정당들의 수석부대표 또는 대변인들과 달리 열심히 발언 내용을 기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동석한 정의당의 김종대 의원은 다른 정당들의 수석부대표 또는 대변인들과 달리 열심히 발언 내용을 기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쉽지 않다. 정의당 지도부에서도 묘한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심상정 의원(정의당 헌법개정특위위원장)은 이미 지난달 15일 “대통령제와 조화를 이루는 분권형 개헌(총리추천제)과 민심을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혁(연동형 비례대표제)”이라는 개헌 중재안을 제시했고 다음날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감사하다”는 말까지 해가면서 화답한 적이 있었다. 

김 원내대표는 선거제도의 비례성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도 밝혔다. 분권 대통령과 책임총리제라는 당론에 정의당이 호응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더불어 심 의원이 두 가지 개헌의 방향성에 확고한 합의만 이룬다면 개헌 시점도 유동적일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김 원내대표는 반겼다. 그만큼 심 의원은 지방선거 전에 개헌을 마무리 짓기 위해 적극적으로 중재를 해야하고 그런 차원에서 한국당의 선거 개혁 의지를 촉구하는 것 못지 않게 민주당이 총리추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요구하고 있다.

양당의 유력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박지원 의원과 심상정 의원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양당의 유력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박지원 의원과 심상정 의원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당에 우호적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진행하는 tbs <뉴스공장>과 SBS <블랙하우스>에서, 노 원내대표는 여러 차례 집권 가능성이 없는 한국당의 권한 이양 주장을 비판했었다. 

노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뉴스공장>에서 “가장 나쁜 개헌은 이원집정부제”라며 “(대통령이 두 명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다. 실세 총리는 내치(를 담당하)니까 더 권한이 크고 대통령은 외교 의존형이다. 20%의 권한밖에 안 갖고 있는 대통령은 4000만 유권자들이 뽑고 실제 권한의 80%를 갖고 있는 총리는 300명의 국회의원이 뽑는다면 그걸 국민들이 용납하겠냐”고 말했다.

한국당이 말하는 분권형 개헌이 대통령제를 부정하는 이원집정제의 성격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노 원내대표는 이런 점을 주로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천정배 의원이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평화당의 개헌안을 발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천정배 의원이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평화당의 개헌안을 발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평화당은 심 의원의 입장에 가깝다. 천정배 의원(평화당 헌정특위위원장)은 지난달 22일 YTN <출발 새아침>에서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그에 대한 최소한의 권력분산을 위해서 총리추천제를 내놓은 것”이라며 “적어도 총리추천제 정도를 받아야만 이번 개헌도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과 같은 입장인데 오히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22일 정부형태 관련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했을 때 천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분궝형 개헌에 대해서 정부여당의 양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의당보다 더 매섭다.

천 의원은 당시 자체 논평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실제 개헌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국회의 총리 추천도 받지 않고 무슨 (대통령의) 권한을 조정하고 어떻게 개헌을 하겠다는 말인가.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대통령이 자기 입맛대로 총리를 고를 수 있도록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것인가.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에서 임명 동의하는 것을 순서만 바꿔서 현행 헌법에서도 요청하고 있는 책임총리제를 실질화 하자는 것인데 그조차도 양보 못 한다는 것인가”라고 조 수석의 논리에 맹공했다.

천 의원은 총리추천제는 분권형 개헌의 기본이고 이를 민주당이 받아야 한국당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차원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상당수를 찬성으로 이끌지 않으면 대통령 발의를 백 번 해도 안 된다”고 역설했다.

양당의 지도부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양당의 지도부의 모습. 왼쪽부터 이정미 대표, 노회찬 원내대표, 장병완 원내대표, 조배숙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심 의원도 지난달 29일 <뉴스공장>에서 “(총리추천제는) 대통령제에 부합하는 제도이고 총리선출제는 내각책임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며 “대통령의 임명권은 그 자체가 거부권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선출된 총리가 내각 자체를 다 구성해서 통할하자는 것”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즉 “(민주당이 추천제와 선출제 둘 다 내각제라고 주장한 것에 반론하며) 추천된 총리를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 총리가 다시 (장관을) 제청해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 의원은 무엇보다 “국민이 이미 가르마를 정확하게 나눴다. 대통령제 하에서 수용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타협안을 찾아보는 게 좋지 않으냐. 그래서 저희가 안을 낸 거다”라고 밝혔다. 

특히 심 의원은 조 수석이 주장한 ‘이중권력상태’(대통령과 야당 주도로 추천된 총리가 충돌하는 체제)에 대해서는 “여당이 다수파일 때는 그렇게 하고 다수파가 아닐 때는 다수파연합을 만들어서 여당이 총리를 추천해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라며 여당이 비토할 정도의 총리가 추천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당의 의원들이 상견례에서 평화와 정의 8대 정책 공조가 적힌 피켓을 들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양당의 의원들이 상견례에서 평화와 정의 8대 정책 공조가 적힌 피켓을 들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여당의 양보를 주창하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사이에서, 노 원내대표가 평화와 정의의 내부 온도차를 어떻게 조율해서 대외적으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가 향후 개헌 정국의 관전 포인트다. 

민심은 개헌에 대해서 크게 대통령제 선호(여당 주장대로)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야당의 주장대로)이라는 두 가지를 중층적으로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평화와 정의 소속 의원들은 최초로 전체 상견례를 가졌다. 의원들은 짧은 상견례를 마치고 국회 근처 식당에서 오찬을 갖고 화합을 도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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