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게 두렵지 않고 싸워야 해서 싸우는 것, 광고매체 같은 YTN의 현실, YTN에서는 촬영기자가 직접 발제를 한다, 기자가 된 이유, 새 사장은 “상식적이었으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YTN 파업이 두 달을 넘겼다.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선후배 구성원들이 있을텐데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 막내 기자들은 그런 선배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박재상 YTN 촬영기자는 2016년에 입사했고 파업 참가자 중 막내다. 

지난 3월19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박 기자를 만났다. 

박재상 기자는 촬영기자로서 언론인의 관점을 말했다. 뭔가를 촬영할 때도 저널리즘적 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재상 기자는 촬영기자로서 언론인의 관점을 말했다. 뭔가를 촬영할 때도 저널리즘적 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기자는 “20~30년 후의 YTN을 바라보고 노력해가야 하는데 그 결과물이 너무 안 나오다 보니까. 선배들이 미안해하는 것 같다. 우리 후배들이 YTN의 미래를 위해서 더 노력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고 선배들이 지난 9년간 정말 힘들게 싸운 걸 알고 이미 많이 지쳤을만큼 고생했다는 것도 알아서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특히 “후배들도 열심히 하려고 하고 의욕적이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선배들은 이런 후배들 때문에 더 열심히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그만큼 지금은 선후배라는 수직적인 걸 다 떠나서 YTN을 사랑하는 구성원으로서 하나가 돼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거두절미하고 파업에 참여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박 기자는 “방송학 교과서의 첫 페이지 첫 문장에 나오는 문장이 있다. 전파의 주인은 국민이다. 이건 대학생도 첫 수업에 들어가자마자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YTN은 계속 역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기자는 “그런 부분(공정 보도)에서 우리가 주저함이 없다”며 “우리나라 언론 환경은 갈수록 퇴보하는 중이다. 언론 자유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명백하게 낮다. 언론인이 이런 현실에 대한 경각심이 없이 살아가면 안 된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지는 것이 그렇게 두렵지 않다. 촛불 집회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이길 거라고 확신하고 싸우는 게 아니라 싸워야 하니까 싸우는 것”이라면서 결의를 다졌다.

이어 YTN의 위기감을 풀어냈다. 박 기자는 “이대로가면 경쟁사인 연합뉴스TV와 상대도 안 될 만큼 껍데기만 메인이라는 상태가 될 것”이라며 “최남수 사장을 물러나게 하는 것은 정말 단편적이고 단기적인 목적이다. 핵심은 공정방송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얼마나 언론의 감시적 역할 이런 부분에서 회사 내부적으로 잘 정비해 나갈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그동안 YTN이 언론이 아닌 광고매체와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광고와 경영이 매우 중요해서 수익의 90%를 광고에 의존하는 것이 언론의 현실이라면 “최소한의 본질적 역할을 인식하지 못 하면 (광고와 수익의 목적 비중이) 100%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박 기자는 그동안 YTN이 “무늬만 공정방송 타이틀을 내세웠었다. 하지만 우리 내부적으로는 그게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YTN의 좋은 전통이 죽어가고 있고 그러다보니 언론이 아닌 광고매체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기자는 YTN의 좋은 전통이 죽어가고 있고 그러다보니 언론이 아닌 광고매체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기자는 지국 소속인데 거기서 “실제 취재하고 싶은 것을 못 한 적도 많다”며 “관공서 광고나 이런 문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위안부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그것을 취재하겠다고 발제로 올렸는데 데스크에서 묵살됐다면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취재를 갔다 왔다”며 “모든 것을 기록하고 보도할 수는 없고 한정된 보도량이 있겠지만 다른 것들보다 이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사적인 것을 기록하는 갈림길에서 YTN은 그걸 포기해버린 것”이라고 한탄했다.

박 기자는 비극적인 교통사고를 취재갔을 때도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언론인으로서의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그때 데스크가 보여준 모습은 교통사고 피해자의 가족 입장에서 억장이 무너지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과거 서부경남 지역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타고 있던 남자 3명이 사망했다. 현장은 처참했다. 박 기자는 그 현장을 스케치해서 최대한 모자이크 처리를 많이 해서 데스크에 보냈지만 방송된 것을 봤을 때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시신이 밖에 나뒹굴고 있었고 피범벅이 돼 있는 현장 화면을 가족이 본다면 어땠을지 바로 떠올리게 됐다는 것이다. 박 기자는 차라리 보도가 안 나가는 한이 있어도 그렇게 하면 안 됐다며 당시 보도를 규탄했다. 이 보도를 통해서 전달해야 할 뉴스 가치보다는 부작용이 더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박 기자는 언론의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고 그것이 파업의 목적과도 맞닿아 있다고 역설했다. 박 기자는 “보도와 경영은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주장이다. 언론의 기본적인 일이다. 그걸 지향점으로 생각하고 최대한 그렇게 가도록 노력하는 게 필요한데 지금의 YTN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의 목적에 의해 돌아가는 광고매체로 밖에 안 보인다”고 강조했다.

박 기자는 “이걸 바꾸기 위해서는 최남수 OUT만 외쳐서는 안 되겠지만 최남수 OUT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국민들도 점차 최남수가 YTN 사장으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사장의 성향에 대해서는 “언론사 사장의 권위적인 행태는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다. 경영학에 조예가 깊고 CEO적 마인드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구성원의 목소리를 읽을 줄 알아야 사장인 거다. 좀 욕 들으면 어떤가. (노조가) 9년 간 감옥도 갔다 왔고 목숨걸고 싸웠는데 당연히 상처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사장으로 왔으면 감당할 문제도 있는 것인데 너무 피해간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남수 사장이 구성원 개개인의 의사가 매우 중요함에도 파업에 참여하는 구성원이 소수라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더더욱 그 사람의 자리는 좁아지는 거다. 한 명 한 명의 구성원이 왜 이렇게까지 투쟁하는지 본인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최 사장은 부임 이후에 한 번도 보도국에 내려와서 대화를 한 적이 없다. 파업 이후에도 앞에 나와서 우리를 보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 우리가 찾아가서 그런 자리가 마련됐을 뿐”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YTN 주주총회에서 최남수 사장이 의장을 맡았다. 이날 주총에서는 노조의 강한 반발과 추궁에 최 사장이 답변하는 시간이나 다름 없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지난달 28일 YTN 주주총회에서 최남수 사장이 의장을 맡았다. 이날 주총에서는 노조의 강한 반발과 추궁에 최 사장이 답변하는 시간이나 다름 없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기자는 YTN 릴레이 인터뷰의 첫 번째 대상이었던 이상엽 기자에 대해서 “오직 약자 편에 서는 것 한 가지만 바라보는 사수 선배”라며 “YTN에는 실제 그런 기자들이 매우 많다. MB 입장 발표 때에도 그런 평상시의 모습이 주목받았을 뿐(1월17일 강남구 삼성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무실 건물 앞에서 이 기자가 MB측 경호원의 부당한 취재 통제에 항의한 해프닝)”이라고 설명했다.

박 기자는 다른 종합편성채널 방송사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다. YTN은 촬영기자에게도 적극적으로 발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다른 방송사와 다르다면서 “YTN만의 아이덴티티”라고 강조했다. 

박 기자는 “보통 취재기자의 보조적인 역할만 하는 게 촬영기자다”며 “실제 우리는 CCTV만 가지고 리포트가 가능한 시대에 촬영기자는 어디에 서야 하는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냥 찍는 게 아니라 보도를 위해 찍는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 야마(취재 방향)를 잡고 무엇을 전달할지가 잘 잡혀있다면 어떤 걸 촬영해야 될지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너무 일하고 싶다. 빨리 카메라를 잡고 싶다. 정직하게 바르게 일하고 싶다. YTN이라는 세 글자를 달고 빨리 일하고 싶다”고 재차 반복했다. 

파업은 단순히 보면 회사 업무를 안 하는 것 같아서 한가할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박 기자는 “언론사 파업은 국민에게 정당성을 알려야 하기 때문에 아주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심지어 지금 파업 전선에는 마케팅쪽 사람들도 있다”며 “그쪽 사람들도 공정방송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좋은 방송하면 광고주들이 알아서 찾아오고 잘 된다는 걸 알고 있다. 단순히 광고 액수로만 말할 수는 없지만 언론사가 제대로 돌아가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다는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언론사 경영에도 당연히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기자와 마찬가지로 차정윤 기자도 이번 파업에 참가하는 막내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기자와 마찬가지로 차정윤 기자도 이번 파업에 참가하는 막내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런 박 기자도 언론인이 되고 싶었던 동기가 있다. 박 기자는 처음에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고 싶었지만 기자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장애가 있는 동생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기자는 “동생을 보면서 장애인도 살기 좋은 사회, 이 사회가 바라보는 장애인에 대한 시선을 통째로 바꾸고 싶었다. 특히 동정어린 시선이 많은데 장애인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설 수 있었으면 했다.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이 개막되는 시점에 파업에 돌입한 YTN과 관련) 패럴림픽은 매우 중요하고 내게도 남다르다. 하지만 지금 YTN이 바로 서지 못 하면 의미가 없다”며 그만큼 간절하다는 점을 어필했다.

끝으로 박 기자는 “(만약 파업이 잘 마무리되고 새 사장이 부임했을 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상식적으로 YTN을 만들어 달라”며 평범한 메시지의 의미를 풀어냈다.

즉 “최소한의 상식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 말은 최 사장은 최소한의 상식이 없다는 뜻이다. 9년 동안 선배들이 외쳤던 것은 대단한 게 아니다. 상식선에서 일할 수 있고 취재할 수 있고 정말 기본만 지켰으면 좋겠다”는 게 박 기자의 바람이다.

박 기자가 말하는 “상식”이라는 단어에 많은 것이 함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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