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중앙뉴스=이재인] 지금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공짜천국이다. 마을 노인 회관에 가면 밥을 무료로 준다. 또 농사짓는데 정부에서 비료도 준다. 학교가면 점심을 그냥 준다. 군청, 면사무소에 가도 커피를 공짜로 먹을 수 있다.

전철 입구에 시니어 카드대면 그냥 탄다. 내가 나이 탓인지는 모르나 이렇게 대한민국이 공짜천국이 돼도 나라는 돌아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미술관 박물관 관람도 공짜이다. 대한민국은 복지천국이다.

서울 대형서점에 가보면  책 사는 이보다 서가에 기대거나 아예 주저앉아 책을 공짜로 보는 풍경이 이채롭다. 선진국에 도달한 모습이라면 긍정할만하다.

그런데 이를 뒤집어보면 다 가난한 서민의 세금에 포함 되어 있다는 사실에 기가 막힌다. 나라 돈이 모자라면 국채 등을 통해 얻어다 쓰면 된다? 어허 이 돈은 누가 갚아주는가 깊이 반성하여야한다.

국민 대다수는 공짜놀음에 지금 익숙해 있다. 이렇게 뇌리에 공짜라는 인식이 박히면 결국에 가서는 불행한 일이 벌어질 우려도 있다. 그냥 얻어먹던 습관이 결국은 나라 창고라도 헐어버리는 처사도 벌어지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우린 지금 심각한 공짜문화에 젖은 게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 가운데 가장 문제인 것이 풀뿌리 문화이다. 문화는 경제 논리에 종속되어 빛이 바래지는데 문화예술을 키우고 가꿔야할 것인데 미술관 박물관산림관 등 문화시설이 공짜로 개방되니 인근 주변의 출판문화 신문잡지를 그냥 주어도 당연시하게 되어 있다.

복지국가라고 자부하던 국가가 거덜이 나고 민심이 흉흉한 나라에 우리는 한번 눈길을 돌려봐야 할 때다.

공짜는 쥐약이라도 좋다. 이런 괴담도 나돈 지 오래다, 이제 수익자 부담이라는 단어조차 어색한 세상이 되어버리는 게 아닌지 불안하다.

내 돈 내고 떳떳하게 사는 것보다 아름다운 인생은 없다. 그래서 꿀벌과 개미는 사람들로부터 신묘하게 각인되어 있다.

서울의 큰 서점 사장께서는 책이 안 팔린다는 하소연보다 공짜퇴치로 돌아가 봄직한 용단이 필요할 것 같다. 책도 팔리고 아름다운 옷도 팔리고 시장구석의 미나리 장사도 잘 팔렸으면 싶다.

공짜, 그 이면에는 숨은 권력자의 음모가 존재한다는 걸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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