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가능 연령 만 14세로 하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 선거권과 피선거권도 만 18세로 하향하는 내용도 포함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진짜 몰랐네. 어디서 하고 있나? 나도 한 번 가야겠네”라고 하태경 의원(바른미래당)이 말했다. 

하 의원이 5일 선거운동 가능 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4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선거권과 피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 의원은 청소년들이 강력한 촉구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그것과 무관하게 관련 법률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 의원은 청소년들이 강력한 촉구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그것과 무관하게 관련 법률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같은 날 청소년들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가 오는데 길바닥에 드러 누웠다.

한국당이 최근 학제개편을 선제조건으로 선거연령 18세 하향을 추진하겠다고 개헌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제정연대는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이 복잡한 학제개편을 핑계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청소년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선거권 연령 하향을 주장해왔고 올해 들어서는 당장 지방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사항을 촉구하면서 삭발과 농성까지 하고 있다.

5일 오전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게 불던 날, 청소년들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길바닥에 드러 누웠다. (사진=박효영 기자)
5일 오전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게 불던 날, 청소년들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길바닥에 드러 누웠다. (사진=박효영 기자)
청소년들은 간절하게 이번 선거에서 투표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바닥에 누워있는 상태로 한국당의 각성을 촉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청소년들은 간절하게 이번 선거에서 투표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바닥에 누워있는 상태로 한국당의 각성을 촉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소년들이 최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을 알고 그에 대응해서 법안을 발의했느냐는 질문에) 몰랐다”며 “(그러면 평소 소신대로 법안을 논의하고 발의한 것인지에 대해) 그게 맞다”고 답했다.

하 의원은 “한국당이 반대해서 6월 지방선거 전까지 통과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말하면서도 “청소년들이 농성하는 곳에 꼭 가보겠다”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적 변화에 민감한 청소년들은 이미 학교 교육과 일상생활 과정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실천하고 있다”며 “이미 그들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정신적 능력과 성숙함을 갖췄다”고 법안 발의의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선거 자원봉사나 선거 독려 등의 정치 참여는 민주시민 의식 함양이라는 교육적 측면에서도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대부분의 선진국(미국과 독일)은 청소년의 선거운동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관련 헌법소원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지만 김이수 헌법재판관과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은 “선거운동의 자유가 허용되는 연령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는 경우에는 국민의 참정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서 “일정 연령의 사람에 대해 정치적 판단능력을 인정할 수 있음에도 입법자가 그보다 높게 선거운동이 허용되는 연령을 정하였다면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선거운동 연령 뿐만이 아니라 선거권·피선거권자의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이미 시대적 요구가 되어버린 만 18세 투표권 인정과 함께 한국에서도 프랑스의 마크롱처럼 젊은 대통령, 독일의 안나 뤼어만처럼 19세 국회의원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선거권 연령 하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지난달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선거권 연령 하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제정연대의 강민진 활동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 의원의 법안 발의에 대해) 환영한다”며 “선거운동은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우리도 요구하고 있었고 선거권 보다 더 폭넓게 인정돼야 하는 기본권”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비롯 정당활동의 자유까지 포함해서) 청소년의 참정권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당 가입의 경우는 그걸 국가가 법으로 규제할 일이 아니라 정당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헌법재판관들도 “정당의 법적 성격은 사적 결사체이므로 국가는 그 구성원의 자격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관여하여서는 아니되고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이를 제한할 수 있다”며 관계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한편, 김혜빈 위원장(바른미래당 전국대학생위원회)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년의 피선거권 연령 하향 문제도 있어서 우리 청년들도 청소년들의 참정권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학생위원회는 이 주제로 치열하게 토론할 것이고 여러 활동을 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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