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식이 팔리다니..청와대 국민청원 등장까지

삼성증권 배당 사고 사과문 공지(사진=삼성증권홈페이지)
삼성증권 배당 사고 사과문 공지(사진=삼성증권홈페이지)

[중앙뉴스=신주영기자]지난 6일 삼성증권에서 발생한 배당 사태로 국내 주식시장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직원의 실수로 배당금이 아니라 배당주를 나눠준 주식 501만주가 시장에 일시에 풀리면서 대혼란을 일으킨 삼성증권 사태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공매도 규정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증권사 내부는 물론, 금융감독기관조차 모르게 112조에 달하는 '유령주식'이 어떻게 발행되고 또 실제 일부가 유통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번 사건은 증권사가 마음만 먹으면 존재하지도 않는 주식을 언제든지, 얼마든지 가상으로 만들어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황당한 전산입력오류..1000원대신 1000주 배당

지난 6일 삼성증권에서는 주당 1000원 대신 주당 1000주(약 4000만원)를 배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사주 배정 물량 283만1620주를 기준으로 주식 전량을 시가로 처분했을 경우, 사고 규모는 약 110조원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잘못 배정된 물량에 대한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는 점이다.

전날 삼성증권은 장중 내내 매도 상위 1순위 증권사로 이름을 올렸다. 장 마감 기준 매도량은 약 570만주다. 삼성증권은 자사 직원들이 시장에 판 수량은 501만2000주인 것으로 파악했다.

전날 삼성증권 주가는 매도 폭탄에 곤두박질쳤다. 장중 주가는 전 거래일 가격보다 11.68% 내린 3만515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마감 기준 주가는 3.64% 내린 3만8350원이며, 거래량은 4082.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급별 상황을 보면, 개인과 외국인은 105억원, 6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기관은 18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는데, 이는 연기금이 313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 측은 직원들이 매도한 존재하지도 않는 501만 3000주에 대해선 이날 오후 늦게 물량을 모두 확보해 정상화했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판 유령주식을 3거래일 후 결제해야 하는데 시장에서 사들이거나 기관에서 빌리는 방식으로 물량을 모두 확보했기 때문에 주식 결제는 정상적으로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엄연이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무차입공매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증권사가 맘만 먹으면 총 발행 주식수의 수십배 수백배를 단순 전산 입력만으로 찍어내서 실제로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는 시스템 상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난 사건이다.

 

삼성증권로고(사진=삼성홈페이지)
삼성증권로고(사진=삼성홈페이지)

 

특히 삼성증권에 대해서는 전수조사를 통해 그동안 시스템을 이용해서 부정행위가 더 없었는지 철저히 감사를 벌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간 실제로 벌어진 공매도로 인한 특정 주식의 주가 폭락과 선물 옵션 만기일 관련 지수 조작 의혹등도 증권사의 시스템을 이용한 기관 투자자의 장난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의 실수를 번개처럼 악용해 이득을 챙긴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국내 증시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삼성증권 직원들이 전산 착오로 배당된 거액 자사주를 마구 매도해 회사 주가가 한때 폭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7일 인터넷 댓글 창에는 "이런 사람에게 고객 돈을 맡길 수 없다" 등 질타가 잇따랐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증권 배당 사태를 계기로 공매도 금지를 요청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6일 게시된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라는 청원글에는 하루만에 3만1428명이 '동의' 의사를 표시했다

청와대 청원 (사진=청와대홈페이지)
청와대 청원 (사진=청와대홈페이지)

 

금감원, 증권사들 '유령주식' 거래 시스템 점검

금융당국이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거래 사태를 계기로 다른 증권사들도 유령주식 발행과 유통이 가능한지 시스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에 대해서는 담당 직원의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내부통제가 미비했던 것으로 보고 있어 직원뿐만 아니라 법인 차원의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공매도는 자본시장법에서 전면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본인 계좌에 실제로 숫자가 찍힌 것을 보고 거래해 공매도 거래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들의 내부통제 문제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내부통제 문제가 정식 확인되면 기관주의나 기관경고 등 법인 차원의 제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