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원내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일요일에 기자회견 열어, 개헌 관련해서 4월20일까지 합의안 마련해야 한다고 데드라인 제시, 결선투표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라서 분권 효과 가능, 한국당은 총리추천제에 대해 반대 입장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평화와정의의 의원모임’(평화와정의)에서 내놓은 개헌의 중재안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대통령 중심제 안에서 권력 분산을 하자는 더불어민주당과 분권 대통령과 책임총리제를 내세우는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총리추천제’가 대안으로 제시됐는데 양당이 거부한 것이다. 

민주당의 우원식 원내대표와 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 시점에서 각각 개헌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우 원내대표는 국회에 대한 불신을 토대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개헌 관련해서 4월20일(국민 투표법)과 5월4일(개헌 합의안) 두 날짜를 제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우 원내대표는 이날 개헌 관련해서 4월20일(국민 투표법)과 5월4일(개헌 합의안) 두 날짜를 제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우 원내대표는 “국민을 위한 개헌이 돼야 한다”며 “국회는 참으로 참담하다. 상식적으로 풀 수 있는 것도 국회에만 넘어오면 정쟁이 된다. 신고리 원전 갈등도 누가 해결했나. 공론화위원회라는 국민의 뜻으로 풀었다. 그래서 국회가 행정부를 구성하는데 좀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참여하게 되면 국회의 갈등이 행정부로 그대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확고하다. 국회의 갈등이 행정부로 옮겨가는 방안은 옳지 않다. 국회는 3권분립에 따라 행정부를 감시하는 게 원론적으로 맞다”고 밝혔다. 

특히 “그렇게 만들어진 개헌안(총리추천제를 비롯한 분권 개헌안)은 국민들이 부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동석한 진선미 의원도 “결국 국민투표를 통해서 국민 다수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내용으로 (국회) 합의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첨언했다. 

이인영 의원(국회 헌정특위 간사)은 평화와 정의가 주장하는 총리추천제와 한국당의 권력구조 안이 다르다고 전제한 뒤 1차 협상 대상은 한국당이라고 강조했다. 즉 한국당의 개헌안과 민주당의 개헌안이 너무 달라서 진전이 안 되는 현실을 부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총리추천제를 거절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인영 의원은 (사진=박효영 기자)
이인영 의원은 평화와 정의가 주장하는 총리추천제에 대해서 애써 거절의사를 표하기 위해 한국당과의 대립 상태를 부각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의원은 “현실적으로 협상할 때 정의당과 평화당은 1차적인 협상 대상은 아닐 것 같다. 적어도 국회에서 3분의 2 이상 의결을 통해서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에 1차적으로는 한국당과 민주당의 기본적인 합의선이 너무 멀다.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 정의당과 평화당이 이야기하는 추천제, 대통령 중심제에 입각한 추천제 이런 게 한국당이 이야기하는 것(책임총리제)과 똑같지 않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도 “(3월16일 심상정 의원이 총리추천제를 비롯 개헌 중재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한 것은) 심 의원이 국회 차원에서의 개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통령 개헌안 발의는 맞지 않다고 했고 전체적인 맥락에서 다 묶어서 심 의원의 입장에 대해서 환영의 입장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와 정의의 중재안으로서 총리추천제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은 총리추천제의 입장을 가지지 않았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2일 한국당 개헌 의총을 연 뒤 “통일·국방·외교 업무는 대통령이 하고 나머지 행정권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담당하도록 하는 분권 대통령 책임총리제가 우리 당 개헌안의 핵심”이라고 발표했다. 내치는 총리, 외치는 대통령이 맡는 것인데 사실상의 이원집정부제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총리추천제는 한국당의 개헌안이 아니라고 했지만 묘한 뉘앙스로 여지를 남겼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성태 원내대표도 총리추천제는 한국당의 개헌안이 아니라고 했지만 묘한 뉘앙스로 여지를 남겼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의원은 이날 한국당이 발표한 개헌안에 대해서 의원내각제라며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한국당이 이야기하는 선출제 그것이 단정적으로 100%로 내각제였던 것이 지금 조금 외치와 내치를 구분해서 발표하면서 마치 50대 50으로 분점한 것처럼 말하는데 그것은 겸상차린 게 아닌 독상차린 것이다. 현행 정부조직체계에 있어서 장관 3명, 원장1명, 처장2명 이걸 제외하고 거의 다 국무총리가 14개 장관 그 다음에 3개 위원장 14개 내청 외청장, 3개 처장 이런 걸 다 임명하면 이걸 누가 이원집정제라고 하나 사실상 의원내각제 독상 차린 총리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도 “행정부의 인사권을 국회에 넘기는 (한국당의) 내각제안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특히 “(한국당이) 분권 대통령과 책임총리제라는 애매한 용어를 쓰고 있지만 실제로 그 방안은 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이고 이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2시간 반만에 “국민개헌은 걷어차 버리겠다는 그런 입장을 오늘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라며 “대국민 사기극이고 개헌 장사에 혈안”이 됐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작년 5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 5당 원내대표를 초청해서 선거구제 개편이 함께 이루어지면 대통령제가 아닌 권력구조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자유한국당과 야4당이 선거구제 개편을 비롯한 국민 대표성을 강화한 비례제를 수용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니 “문재인 대통령께서 작년 5월19일 5당 원내대표 회담을 열었듯이 대통령과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모이는 자리를 하루속히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작년 문 대통령의 발언을 부각하면서, 민주당을 압박하는 전략에서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전략으로 전환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원내대표는 작년 문 대통령의 발언을 부각하면서, 민주당을 압박하는 전략에서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전략으로 전환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국민 대다수가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실제 직선으로 뽑힌 대통령의 실권이 국회에서 뽑힌 총리보다 작다면 국민 여론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핵심은 국무총리와 조각권(내각 구성권으로 장관의 임명권도 포괄함)이다. 현행 헌법 87조에 따르면 총리는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상은 대통령의 의사가 절대적이다. 총리 역시 대통령의 의사가 지배적으로 반영된 인사들 중에서 인선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총리 후보자를 내정하고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현행법에서, 먼저 국회가 총리 후보자를 내정하고 대통령의 최종 임명권을 보장하자는 게 총리추천제다. 그렇게 임명된 총리가 실질적인 임명 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다.

민주평화당에서 헌정특위위원장(헌법개정 및 정치개혁)을 맡고 있는 천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총리추천제와 관련 “국회에서 추천하지만 (장관) 인사권은 역시 대통령이 가지게 된다”며 “대통령과 국회가 서로 협의해서 총리를 임명하게 될 것이고 위상이 강화된 총리가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하면 적어도 대통령 권한에 약간의 분산책 즉 국회가 약간의 권한을 더 실질적으로 가지게 되는 정도는 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의원(정의당 헌법개정특위위원장)도 지난달 15일 “총리추천제는 대통령연임제와 이원집정부제 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며 “대통령제와 조화를 이루고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제도”라고 제안한 바 있다.

지난달 29일 <뉴스공장>에 출연해서는 “(총리추천제는) 대통령제에 부합하는 제도이고 총리선출제는 내각책임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며 “대통령의 임명권은 그 자체가 거부권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선출된 총리가 내각 자체를 다 구성해서 통할하자는 것”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즉 “(민주당이 추천제와 선출제 둘 다 내각제라고 주장한 것에 반론하며) 추천된 총리를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 총리가 다시 (장관을) 제청해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 의원은 무엇보다 “국민이 이미 가르마를 정확하게 나눴다. 대통령제 하에서 수용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타협안을 찾아보는 게 좋지 않으냐. 그래서 저희가 안을 낸 거다”라고 밝혔다. 

특히 조 수석이 주장한 ‘이중권력상태’(대통령과 야당 주도로 추천된 총리가 충돌하는 체제)에 대해서는 “여당이 다수파일 때는 그렇게 하고 다수파가 아닐 때는 다수파연합을 만들어서 여당이 총리를 추천해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라며 여당이 비토할 정도의 총리가 추천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와 이 의원은 결선투표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사실상의 분권과 협치의 효과를 낸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우 원내대표와 이 의원은 결선투표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사실상의 분권과 협치의 효과를 낸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우 원내대표와 이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와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야당이 요구하는 분권과 협치의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면 다당제가 되고 한 당이 과반을 얻기가 어려워진다. (결선투표제가 있다면)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 50% 득표율을 얻으려고 연합을 하게 된다“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의 사례를 거론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와는 달리 1997년 대선에서 DJP 연합이 일어났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정몽준 전 의원과 단일화했다. 이러한 연정 효과가 결선투표제를 통해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 원내대표는 ”그때 김종필 전 총리가 국회에서 6개월 간 (총리 인준) 통과가 안 됐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끝까지 통과시키려고 그렇게 노력했다. 그게 안 되면 연정 파기가 되니까 그런 거다. 집권 정당 안에서 소수정당에게 총리를 맡기는 것 그게 책임총리다. 우리가 생각하는 길은 이런 길“이라며 ”지금 자유한국당이 하자고 하는 걸 보면 즉 현재 정당으로 보면 두 당(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148석이다. 민주당과 평화와 정의를 합치면 145석이다(물론 바른미래당 비례대표의 세 분이 이쪽이라고 감안해도). 제1당 쪽에서 총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걸 풀어보면 1996년 총선 결과 ‘신한국당 139석·새정치국민회의 79석·자유민주연합 50석’이 됐는데 DJP 연합에 따라 새정치국민회의(여당)와 자민련(김종필 전 총리)이 자연스럽게 연정을 꾸리게 된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정치적 성향이 정반대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연대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정치적 성향이 정반대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연대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만약 야당이 강조하는 총리추천 및 선출제가 시행되면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국회에서 펼쳐져있는 게 현실인데 행정부 내에 대통령(적대적 양당 중 하나인 민주당)과 총리(또 하나인 한국당)과 총리의 관계까지 적대적으로 되기 때문에 우려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다시 정리해보면 대통령 결선투표제에 따라 1등 후보가 집권여당이 되고 2등 후보 정당은 국회에서 견제하고 여당과 그밖의 소수당은 연정을 구성하면서 협치의 정신이 실현된다는 그림이다. 실제 유럽의 대선에서 결선에 진출한 두 후보는 1차 투표에서 3, 4등한 후보를 잡기 위해 정책 연대를 활발하게 진행한다.

한편, 우 원내대표는 ”4월20일까지 국민투표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개헌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게 아니고 개헌을 할 의사가 없는 것“이라며 또 한 번 데드라인을 제시했다. 

우 원내대표는 ”국민투표법은 20일까지 개선되지 않으면 끝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개헌안 합의에 들어갈 수 있는 시한은 5월4일이다. (20일까지 통과 안 되면) 2주를 안 하겠다는 것이다. 4일날 합의해도 동시투표를 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먼저 국민투표법을 통과시키고 그 다음에 2주간 합의를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개헌안이 통과됐을 때 현 정부에서 바로 적용되는가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미 국민의 직접 선거에 의해서 선출됐다. 문 대통령의 임기와 권력에 대해서는 손을 댈 수 없는 상태다. 현재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임기 중에 책임 총리제가 선출되면 대통령 권력과 충돌해 국가 권력이 혼란스럽게 된다는 해괴망측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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