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문학인회 50년사’, 1965~2015까지의 '여성문학인회' 활동사 정리
50년사를 만들지 않으면 100년사는 더욱 어려운 일

‘여성문학 100주년 기념 유공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는 최금녀 시인 (사진=신현지 기자)
‘여성문학 100주년 기념 유공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는 최금녀 시인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오는 5월 4(토)일 충남문학관에서‘여성문학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다.

본지 주최로 열리는 이날 기념행사에서는 특별히 여성문학의 발전과 문학의 저변활동에 이바지해 온 최금녀 시인이 ‘여성문학 100주년 유공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에 본지는 그날에 앞서 수상과 관련한 최 시인의 문학세계를 탐방하기로 한다.  

“끼 있는 시인” 
문단의 한 평론가의 최 시인에 관한 평이다. 최 시인의 작품세계에서 영혼에게 파장을 주는 샤먼적인 신끼가 있음을 확인한 것에서 비롯한 평이다.

즉, 최 시인의 시를 향한 치열한 열정과 열망이 마치 샤먼을 접하는 그것처럼 평론가는 전율을 했다는 해석이다. 그러니 최금녀 시인이 지금껏 구축한 문학세계를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기쁜 일...하지만 부끄럽다

합정에서 마주 앉은 최 시인은 봄이 열리는 4월의 날씨처럼 쾌청하고 부드러운 미소다. 그러나 ‘여성문학 100주년 기념 유공문학상’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다소 절제된 미소로 조심스러움이다.  

“시집으로 상이란 언제나 막막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기쁜 일이지요. 한편으로는 나를 뒤돌아보면 부끄럽습니다. 부족했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번 유공문학상은 최 시인의 문학세계를 아울러 한국문학사에 기여한 지대한 공로에 수상이니 겸손의 소감이다.

이를 짐작한 최 시인 역시도 ‘한국여성문학 50년사’를 묶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며 ‘한국여성문학 50년사’를 발간한 소회를 밝힌다.

“여성100주년 기념행사이기 때문에 제가 이번 수상을 하게 된 것이라 짐작해 봅니다. 50년 전 당시 한국여성문학인회 발족은 발아기에 있던 여성문단에 큰 사건이었으니까요.

제 임기 중에 이 단체의 지난 50년 활동사를 정리, 한권의 책으로 남기게 된 것은 영광이라 생각됩니다.”

‘한국여성문학인회 50년사’, 1965~2015까지의 여성문학인회 활동사 수록 
 
‘한국여성문학인회 50년사’는 ‘한국여성문학인회’ 단초가 된 박화성(1965)을 시작으로 최금녀(2015년)에 이르기까지 그 활동사들을 일목요연하게 묶어낸 책이다.

이 일에 주최인 최 시인의 추진력을 확인하며 책을 묶게 된 계기와 그 과정을 들어보기로 한다.

“한국여성문학인회는 이름 그대로 여성문학인 들이 모여 만든 여성문학인들 만의 단체입니다.

1965년에 박화성소설가, 최정희소설가, 모윤숙시인, 임옥인소설가, 손소희소설가, 조경희수필가, 전숙희수필가, 한무숙소설가, 강신재소설가, 김남조시인, 김후란시인, 홍윤숙시인, 송원희소설가 등이 모여서 문학활동을 하는 여성문학인 들의 울타리 역할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즉, 남존여비 사상으로 고통 받던 여성문학인들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던 것이지요.

이영희아동문학가, 구혜영소설가, 박현숙희곡작가, 정연희소설가, 추은희시인, 한말숙소설가, 허영자시인, 김지연소설가, 김지향시인, 이옥희시인, 한분순시조시인, 등 한국문단의 이름 있는 여성문인들이 모두 이 단체를 맡아 봉사했습니다.

 25대 최금녀 이사장, "50년사를 만들지 않으면 100년사는 더욱 어려운 일..."

제가 이사장이 된 25대가 바로 이 단체의 50년이 되는 해였어요. 50년사를 만들지 않으면 100년사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으로 절박했습니다. 사무실을 마련하기 전에는 자료들을 이삿짐 보따리처럼 싸들고 다녔습니다. 자료가 많이 유실되기도 했지요.

책을 만들면서 보전한 자료가 부족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창립 당시 매우 젊은 문인으로 참가하셨던 예술원 회원이신 김남조선생님, 역시 예술원회원이시고 문학의 집 이사장인 김후란선생님, 송원희선생님, 허영자선생님이 그 당시를 회고하시고 도와주셨습니다.

작고한 역대회장을 도와 일을 보았던 임원들을 수소문해서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당시의 문단활동상을 집필하게 하여 그럭저럭 정리했습니다.

그 당시의 사진은 전회원의 협조로 모아졌습니다. 이 단체가 남긴 많은 업적이 있지만 잘 알려진 “주부백일장”은 본회가 처음 이름을 붙이고 주부들의 가슴속에서 잠자는 문학을 일깨웠었지요.

오랫동안 주부들의 인기를 모았습니다. 여성들, 특히 안방에 갇혀있던 기혼여성들의 문학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 단체가 여성문학인회였지요.” 

 1962년 자유문학 단편소설『실어기』로 등단...

50년사를 만들지 않으면 100년사는 더욱 어렵다는 절박한 생각에 책을 만들어낸 만큼 발간사는 최 시인에게 해냈다는 뿌듯함과 보람이다.

더불어 한국문학사에 한국여성문학인회의 50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료를 제공했으니 그 숨은 공로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이처럼 일에 추진력과 주도면밀함을 가진 최 시인이 왜 일찍이 등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학성을 감춘 채 오랜 기간 잠적기를 가진 것인지.

다름 아닌 최 시인은 1962년 자유문학 단편소설『실어기』를 통해 문단에 등단했다. 이어 곧바로 그 모습을 감추었다가 지난 1999년, ‘문예운동’에 시를 통해서야 모습을 그 드러냈다. 

정치인의 아내로서 문학은 뒷전

“소설을 계속하지 못한 것은 역량부족도 원인이 되었겠지만 시에 더 매료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등단이후 지속되었던 긴 공백은 현실도 현실이지만 자의식의 부족이었겠지요.

문학쪽 보다 현실에 열중했었기 때문에 문학은 뒷전으로 밀렸다고 봅니다. 내 문학이 잠자는 동안 저는 육아, 남편뒷바라지, 경제적인 활동을 했었습니다.

더구나 남편이 정치를 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표와 관계가 있는 지방에 가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황금같은 제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잃어버렸습니다. 크게 아쉬운 부분입니다.”

최 시인이 말하는 남편뒷바라지는 대한민국의 정치인 신경식 의원을 뜻한다. 4선의원을 지낸 남편의 오롯한 내조에 뜨겁게 끓어오르는 詩心을 누르고 문학의 언저리만을 헤맸을 시인. 그래서 그토록 시어들이 삶의 절절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인지. 최 시인은 자신의 시세계를 이렇게 함축한다. 

최금녀 문학세계...관찰자, 응시자

“어떤 평론가가 생성과 소멸사이에 놓인 존재의 응시와 성찰이라고 썼어요.
또 어떤 평론가는 사물과 현상에 대한 관찰자, 응시자라고요. 평론가들이 보는 관점이 정확하지 않을까요.”

자신의 시세계를 슬쩍 평론가들에게 넘기는 최 시인은 그러고 보니 상당한 고단수다. 알아서 자신의 문학세계를 살펴보라는 뜻일 게다.

그러니 최 시인의 작품을 감상할 수밖에 없다. 시인은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이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와 ‘자화상’이라고 한다. 그 중 ‘자화상’을 감상해보기로 한다. 

맨몸은 시려웠다
 
덧 씌우고 
깎아 만들어 붙이며 
저 심장의 모서리에서 
뛰고 있던 
신기(神氣)도 불러 들여 

산맥과 강 
도로와 건물 
지도에 그려 넣으며 
어깨 흔들다 돌아오는 길 

붙인 속눈썹 
뚝뚝 떨어져 밟힌다 
코도 입도 뭉그러진채 
숨결 자자들어 
고개 떨군다.  

‘자화상’은 자신을 복사한 듯해서 아낀다는 최 시인.  정치인의 아내로서 또 문학인으로서 그녀의 삶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문학인으로서 행복...작품의 완성에 세상을 다 얻은 듯 충만함

“특별한 건 없습니다. 정치인의 아내로 있었을 때의 기억은 노상 피곤하고 불안하고 초조했다는 것입니다. 4선의원과 장관의 안사람이었지만 하루도 행복했다는 느낌이 없었어요.

사실입니다. 글을 쓰는 지금은 늦었다는 자책으로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만 작품이 하나 완성될 때엔 참으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충만함을 느낍니다.

요즘 남편은 정치에서 물러나 육아방송 회장으로 요즘 국가적 재난으로 알려진 저출산을 막고자 매우 고심하고 있습니다. 육아방송은 출산과 육아와 여성건강과 교양을 위한 전문채널입니다.”

정치인의 아내보다는 문학인으로서 삶이 더 행복하다며 환한 미소를 그리던 최 시인, 요즘 한국문단의 변화를 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며 그 표정을 굳힌다.

내년 쯤 시집 한 권과 산문집 간행 계획

“요즘 한국문단의 흐름을 보면 대단히 많은 시인과 수필가와 소설가가 태어납니다. 셀 수도 없이 등단을 하는 모습이에요. 질적인 수준이 어떻다 해도 그들 마당이 필요함으로 따라서 문예지가 수도 없이 생겨나고요.

이런 현상이 좋은 것인지 좋지 않은 것인지는 양론이 있습니다. 좋은 작품도 많이 쏟아지고 그 반대로 수준 이하인 작품들이 일회용 플라스틱그릇처럼 수도 없이 만들어져 폐기되고 있어요.”

이처럼 한국문단에 깊은 관심과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최 시인이 내년쯤에  시집 한 권과 산문집을 간행 계획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다음 작품에 기대를 걸며 서둘러 자리를 마감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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