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두 진보정당인 정의당과 민중당의 장애인 공약, 발달장애 가족들을 위한 지원 서비스도 천명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진보정당의 세심한 정책은 다른 정당에 비해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그것 자체가 존재 목적 중에 하나다. 진보정당의 장애인 정책은 그런 면에서 차원이 달라야 한다. 바로 실현되지 않더라도 정부의 장애인 정책에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지방선거 시기와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맞아 장애인 공약을 발표했고, 윤소하 의원이 ‘헬렌켈러법’이라 명명한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중당도 7대 장애인 공약을 발표했다.

시각 장애인과 청각 장애인의 고통을 동시에 호소하고 있는 시청각 장애인에 대한 통계는 전무하고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 대책에서도 방치되고 있다.

윤 의원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헬렌켈러라는 인물은 모두가 알지만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실제 헬렌켈러인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미비하다”며 법안을 발의한 배경을 설명했다. 

윤소하 의원이 헬렌켈러법을 발의하는 자리에 시청각 장애인들도 동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동석한 조원석 손잡다(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시민단체) 대표는 “시청각장애인은 법적인 근거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이번 개정안에 법적인 근거가 생긴 것이 의의가 있다. 오늘 우리의 모습을 통해 시청각장애인에 대해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법안의 내용도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장비 마련, 전문 인력 양성과 기관 설치, 3년에 한 번 실시하는 장애인 실태조사에 시청각장애인을 포함시키는 것 등이 골자다. 

전날(19일) 정의당은 ‘지역형 장애인복지 모델’을 기치로 내건 장애인 공약을 발표했는데 핵심은 시설에 몰아넣어 고립화시키지 않고 지역사회에 일상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장애인이 밖으로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활동보조인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이들에 대한 4대 보험료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애인 콜택시 광역이동지원센터를 만들고 장애인 보장구 공공수리센터 설치하는 것은 모두 이동권 차원의 공약이다.

가장 중요한 건 고용 문제다. 정의당은 스웨덴형 장애인 지방공기업을 모델로 한 신고용 정책을 실시하겠다며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을 민간과 연동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의무고용 비율 3%를 민간과 연동해 6% 더블제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계단, 인도의 턱 등 장애인에게는 매우 불편한 비장애인 위주의 시설물이 많다. 이에 정의당은 ‘모두가 이용 가능한 생활환경’을 기치로 ‘유니버설 도시디자인 위원회’를 설치해 장애인은 물론이고 모든 사회적 약자에게 편리한 도시를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발달장애인으로부터 참정권 요구안을 받는 이영석 정의당 장애인위원회위원장. (사진=정의당 제공)

이밖에도 △장애여성 전담산부인과 지정 및 특화된 방문 간호제 도입 △장애인건강주치의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지원과 장애인의 실질적 이용을 위한 본인부담금 지원 △기존 공공체육시설의 등록 장애인과 보호자 50% 요금 할인 제도를 민간 체육시설까지 확대 등의 공약도 있다.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매년 4월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지만 하루만의 기념행사로 그치는 것은 아닌지 면피성 행사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할 때”라며 “장애인 복지 수준이 그 나라의 인권 수준을 보여준다는 말이 있다. 장애인 부모들이 청와대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삭발 투쟁을 할 정도로 아직 장애인 정책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찔끔찔끔 정책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과감하고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천명했다.

이어 “지역에서부터 (정의당이)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겠다. 이미 2006년 UN 장애인권리협약의 주요 목표이고 2008년 한국에서도 비준한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통합을 이루기 위해 지역에서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중당도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장애인 차별을 심화시키는 3대 적폐가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수용 시설”이라며 장애인 7대 공약을 발표했다.

정태흥 의장과 신찬형 대변인이 민중당의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민중당 제공)

정태흥 민중당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정부가 장애인 정책과 관련해 내년 7월부터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최저임금 예외대상인 중증장애인에 대한 임금 구조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것에 대해서 환영한다면서도 “소득과 고용, 주거와 이동 등에서 차별을 그대로 둔 채 장애등급제만을 폐지하는 것은 온전한 차별 해소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중당이 발표한 7대 공약 중 핵심은 장애인에 대한 소득 보장이다. 모든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이 적용될 수 있도록 최저임급법에서 최저임금 적용 예외 규정을 삭제하고 고용주 부담액은 지자체와 정부가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장애수당과 장애인연금을 모든 장애인에게 지급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정 의장은 “중증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장애인연금과 경증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장애수당 액수가 지나치게 낮고 그 대상도 차상위 계층으로 한정돼 있다”며 지급 기준을 폐지하고 지급액을 두 배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부양의무제에 대해서는 “부양의 의무를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며 “생존권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비수급 빈곤층의 권리 회복을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은 시설 장애인 정책”이라며 “유엔의 장애인권리협약의 자립생활 보장이라는 방향과 전면 배치된다. 장애인 시설을 유지관리하는 비용이 장애인 활동보조인 체계를 운용하는 것보다 더 비싸기도 하다”고 장애인 시설을 전면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이동권과 관련해서 모든 종류(고속·시내·마을)를 대상으로 전국 버스의 50% 이상을 2018년 내에 저상버스로 공급하고 장기적으로는 10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마다 장애인 콜택시 보유대수를 늘리고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장애인을 위해 콜택시 유형도 다변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여성장애인이 가장 원하는 복지서비스인 가사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것도 눈에 띈다. 

20일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진행된 '420장애인차별철폐의날' 행사에 참석한 윤소하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20일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진행된 '420장애인차별철폐의날' 행사에 참석한 윤소하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정의당의 김종민 서울시장 예비후보(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도입해 달라며 청와대 앞에서 삭발과 농성을 하고 있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의 삶을 위해 낮 시간대 활동서비스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발달장애 관련 예산은 기존의 90억원에서 5억원 깎인 85억원이 편성됐다. 후퇴한 것이다.

김용신 의장은 이와 관련 “아이보다 하루 늦게 죽는 게 소원이라는 발달장애인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살피겠다”며 “취미·직업·학습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식의 주간활동서비스를 도입해 발달장애인에게 의미있는 낮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태흥 의장도 “장애아동 부모는 비장애아동에 비해 육체적 소진과 사회적 고립, 심리적 우울과 경제적 부담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장애아동 활동 지원서비스 시간을 확대하고 일상적 돌봄, 여가활동 프로그램, 단기보호서비스 등으로 다양화해 장애 아동의 부모가 휴식 서비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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