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시인 / 수필가
박종민 시인 / 수필가

[중앙뉴스=박종민] “싸가지 있는”이나 “싹 바가지 없는”은 생활주변에서 흔히들 쓰는 말이다. 

진 더운 친구나 동료 상호간에 수평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바의 기대치 답변이 나오지 아니할 때 쓰는 말로, 넌 “싸가지 없는”, 좀 더 강도(强度)를 세게 높여 가며 목울대를 세우고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며 내뱉는 말은 “너 같은 놈은 정말로 싹 바가지 없는 놈”이라고 말하는 것.

그런데 본래에 ‘싸가지’란 말은 그 자체가 없었던 것이고 네 가지 즉, 4가지가 사가지로 변형이 됐다는 그럴 사 한 이야기이다.

그 네 가지가 바로 인(仁) 의(義) 예(禮) 지(智)로 어짊이 없고, 의로움이 없고, 예의를 모르고 지혜로움이 없다, 는 것으로서 이런 네 가지가 없는 무식하고 무지하며 무례하고 몰인정한 사람이라는 말이란다.

아무튼 네 가지이든, 사가지이든, 싹 아지 이든, 싹 바가지이든 위의 4가지인품이 갖춰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겠나. 해석을 달리하는 한편으론 새싹을 띄워낼 새싹의 눈을 얘기 하는 것으로 새싹을 발아하여 뿌리를 키워 낼 능력을 말한다고 주장한다.

어찌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것으로 유추(類推) 되기도 한다. 말의 어휘(語彙)나 어감(語感)이 거칠고 듣기 다소 거북한 면이 없잖아 있다.        

  그렇고 보면 사람에게 싸가지는 마땅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싹수가 있어야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친근한 친구나 동료가 상기된 얼굴로 “저런 싸가지, 싹 바가지 없는”이라 소리쳐도 그건 욕이 아닌 것이다.

언 듯 듣기 기분 나쁘고 역겹다 느낄 수도 있지만, 노여워하며 섭섭하다며 다투고 싸울 일이 아니다. 사가지의 소양을 갖추라는 말이니 크게 괘념(掛念)할 일은 아니리 싶다.

싸가지 있는 것이 괜찮다는 이야기이니 매사 처신에 좀 더 자숙(自肅)하고 주의 깊게 행하며 공부노력하면 될 것이니 말이다.

인, 의, 예, 지, 네 가지 기본 양식(良識)과 덕목이 갖춰져 있음이 곧 싸가지이고 한편으론 푸른 싹을 키워낼 싹아 지로, 싹수가 있고 없고의 얘기이다.

반면 싹 바가지 없다는 것은 아예 싹을 키워낼 능력도 요령도 수단과 방법도 없는 것을 말하면서 싹을 키우고 담아낼 바가지 자체가 없다는 말이다.

무지하고 무식하다고 힐난(詰難)하는 것이라서 야속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까운 사이에 수평적인 얘기로 받아 넘길 말이기도 하다. 생각자체가 없는 목석과 같은 석상과도 같은 사람이란 얘기이니, 적극적인 사람이 돼 라는 충고로 받아드리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싸가지가 없는’ ‘싹 바가지 없는‘이 인간으로의 기본바탕이 되어 있질 못하다고 비난하며 욕한다고 비약해서 해석하기보다는 그냥 순수하고 수수하게 생각하면서 스스로 자기를 뒤돌아보고 각성하면 될 말이다.

과연 나는 싸가지가 있는 사람이고 싹 바가지가 있는 사람인가? 자성(自省)해 봐야 한다. 내게 주어진, 내가 부여받은 나만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려면 반드시 싸가지가 있는, 싹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고 싹 바가지 없는 사람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 그것이다.

그렇다. 사회구성원 한사람으로서의 당연히 기본 소양과 덕성과 역량을 가져야 함이고 갖춰야 함이다. 우리사회가 곳곳 구석구석이 갈수록 거칠고 어둡기만 하다. 인정이 메말라가고 민심이 흉흉해만 간다.

사회구성원들 모두가 수평적으로 교류하고 교감할 수 있는 ‘싸가지가 있어’야 되고 ‘싹 바가지가 있는’ 것의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가 솔선하고 나부터 고쳐나가면 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