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각층이 다 모여 참정권이 왜 중요한지 설파하고 청소년 참정권 쟁취를 위해 연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뭐 처벌되지 않겠지만 떨어진 언론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모아보기 위해.”

강민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23일 기자와의 카카오톡 대화로 이렇게 표현했다. 삭발하고, 농성하고,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 드러눕고, 면담하고, 기습시위하고, 수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소신을 바꾼 한국당 13인의 의원 명단을 발표하고, 교복 투표 퍼포먼스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묵묵부답이다. 방송법·김기식·드루킹까지 거대 논란들로 인해 4월 국회는 본회의 한 번 열리지 않고 멈춰있다. 20년 넘게 제기되어온 청소션 선거권 문제는 이번에도 뒤로 밀렸다.

애타는 마음에 한국당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홍준표 대표·김성태 원내대표를 직무유기로 고발하기로 했다. 강 위원장이 스스로 예상하고 있듯이 입건조차 되지 않을 것 같지만 수 십번 만나자고 요구해도 묵묵부답이고, 기존의 당론인 학제개편 조건화에 대해서도 정말 선거권 연령을 하향할 생각이 있다면 학제개편에 대한 로드맵이라도 발표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는 등 한국당의 외면을 더 이상 참고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제정연대는 24일 오전부터 25일 저녁까지 <1박2일 청소년 투표 가로막는 자유한국당 규탄 1박2일 국회 앞 집중행동>을 계획했고 첫 날 일정을 시작했다.

집중행동의 선포 기자회견에서 제정연대는 “6월 지방선거에서 투표하기 위해 4월 국회를 기다리고 있는 국회 앞 청소년 농성을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첫 번째로 시작을 알린 선포 기자회견. (사진=박효영 기자)

가면을 쓴 청소년들은 “비록 자유한국당에서 학제개편이라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언젠가 설득될 수밖에 없으리란 걸 믿었다”며 “본회의가 언제 열리나 발을 동동 구르고 4월이 지나가는 하루하루마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우리의 거리농성이 한 달을 훌쩍 넘긴 지금 더 이상 속만 태우고 있을 수 없어 오늘 국회를 찾아왔다”고 이렇게까지 총력을 기울이는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담장 너머로 의사당이 보이는 곳에서 또 다시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

특히 “여기서 의사당 계단에 차려진 한국당의 헌정수호 투쟁본부 천막 농성장도 보인다. 저희가 몇 차례에 걸쳐 그곳을 방문했지만 자리를 지키는 국회의원을 만나지 못 했다. 청소년들은 비새는 길거리 천막을 지키느라 노숙을 하고 있건만 한국당 의원들은 담장 둘러쳐진 국회 안에 손때 하나 묻지 않은 것 같은 천막을 차려놓고도 자리를 지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6월 지방선거에 함께할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4월 국회를 기다려온 청소년들의 기다림을 저버리는 것이 헌정수호였는가”라고 꼬집었다.

이날 직무유기로 고발당한 김성태 원내대표, 홍준표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청소년들은 가면을 쓰고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다음 순서를 맡은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는 “기본권에는 타협이 없다. 청소년 선거연령 지금 당장 내려라”며 “학생과 교사의 정치 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청소년을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적폐를 청산하는 1호 과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에게는 “만일 4월 국회를 계속 보이콧해서 선거권 연령 하향을 지연시킨다면 자신의 직무유기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했다.

전교조는 학생과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사진=박효영 기자)

세 번째는 인권단체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차별금지법제정연대·평등과연대로인권운동더하기)이 “참정권은 곧 인권이고 이게 곧 평등”이라는 주제로 이어 말하기를 진행했다.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참정권과 관련해서 직면하고 있는 차별을 증언했다.

조하영씨(장애여성공감 만세팀)는 “모든 발달 장애인들은 자기결정권과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 투표하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동사무소에 갔다. 장애물이 있고 계단도 높고 엘리베이터가 하나도 없어서 휠체어를 타는 발달 장애인들이 투표를 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발달 장애인도 대한민국의 시민으로 투표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자기가 선택하고 싶은 사람을 뽑지 못 하고 시설 선생님들이 원하는 사람을 뽑는 게 현실”이라며 “장애인도 뽑고 싶은 정치인을 뽑고 싶다. 우리의 투표권을 방해하고 강요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조씨는 “나도 발달 장애인이지만 집에 오는 선거 공보물이 너무 어렵다. 글이 빼곡하고 어려워서 읽기가 힘들다. 알기 쉬운 그림 공보물과 투표용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상희 활동가(노들장애인자립센터)는 “나는 중증장애인이다. 중증장애인도 당당한 시민이지만 너무 제약이 많다. 투표용지의 도장찍는 공간이 너무 좁다. 한 손으로 종이를 잡는 것도 무척 어렵다. 시청각 장애인들은 아무 선거 정보를 얻지 못 한다. 장애인을 시민으로 보지 않는 것일까. 참정권은 최소한의 권리다. 장애인도 청소년도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꼭 달라”고 요구했다.

장애인, 트랜스젠더, 이주 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참정권과 관련해서 겪는 문제점들을 증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한희 변호사(희망을만드는법)는 “공직선거법 37조에는 선거인 명부에 이름·주소·성별을 표기하라고 돼 있다. 실제 명부에 남녀 법적 성별이 적혀있다. 이런 성별 표시는 출생 성별과 다른 성별을 살아가는 트렌스젠더에게 정체성을 드러내는 당혹감을 준다. 작년 대선에서 나도 1번이 적힌 신분증을 내밀고 남이라고 적힌 선거인 명부에 서명하면서 투표 관리인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눈치를 봤다”며 “(본인은 이미 커밍아웃을 했지만 그렇지 못 한 많은 경우)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런 신분증 문제 때문에 트렌스젠더의 3분의 1이 선거권을 포기했다고 답을 했다”고 말했다.

이미 성별 표기를 하지 않는 선거인 명부를 많은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박 변호사는 “선거 5대 원칙이 있다. 보통 선거는 성별, 장애, 인종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들이 선거권을 가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연령은 빠져있다. 보통 선거에서 연령 제한을 두는 논리는 특정 연령 이하는 정치적으로 미성숙하다는 것을 내세운다. 성숙과 미성숙을 가르는 데에 청소년의 목소리를 얼마나 들었는가. 청소년을 권리의 주체가 아닌 시혜와 동정과 인정의 대상으로 보는 이런 논리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공화국은 모든 시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 즉 권리의 주체로 대우받아야 한다. 청소년, 장애인, 성소수자 등을 시혜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든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혜실 대표(이주민 방송)는 “이주민 노동자는 놀랍게도 4대 보험료를 내고 있다. 이주민 노동자를 국민과 외국인으로 분리하고 배제하는 이 나라에서 어이없게도 4대 보험료를 거둬서 국민연금의 재원으로 보태고 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투표권이 없다. 이주 노동자들은 우리 한국인들의 밥상을 책임지고 있다. 농업 이주 노동자들은 야채와 돼지고기를 마련하기 위해 농축산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고 어업 분야에서는 물고기를 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국민연금도 내고 우리 밥상을 책임지고 있고 제조업 분야에서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어떠한 주권도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현실을 증언했다.

장예정 활동가(천주교인권위원회)는 “나는 만 23세로 피선거권 쟁취를 위해 헌법소원을 낸 청년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아직도 공판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 청년들 중에는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싶은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다시 또 그 기회가 박탈됐다. 선거를 앞두고 공판기일을 잡지 않는 헌재 때문이다. 청소년 참정권도 마찬가지다. 지금 4월 국회가 열리지 않고 않다. 이게 성숙하다는 어른들이 하고있는 짓거리다. 어른들만 드글드글한 이 국회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이 짓들이 얼마나 성숙한 것인지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나는 피선거권이 없지만 지역에서 열심히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 2016년 녹색당 총선 캠프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그때 같이 활동했던 만 18세였던 한 친구는 4월2일이 될 때까지 피켓 한 장 제대로 들 수 없었다. 생일 파티를 우리 선본에서 치렀는데 그때 그 친구는 무엇보다 투표권을 얻게 되고 선거운동을 하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내가 만 18세이던 2012년 어른들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아 올렸다. 어른들이 뽑은 대통령 때문에 청소년들은 친구를 잃고 가족을 잃었다. 그리고 지난 촛불의 시간 어른들이 망쳐놓은 걸 되돌리기 위해 청소년들은 모두 함께 거리로 나섰고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어른들이 망친 세상 더 이상 청소년들이 다시 세워올리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만 18세도 충분하지 않다. 이를 시작으로 더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권 연령 하향이 곧 가장 좋은 민주시민교육이라고 말하는 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사진=박효영 기자)

다음으로 서울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가 준비한 ‘민주시민교육이 곧 선거권 하향’이라는 목소리였다.

김학규 대표(동작역사문화연구소)는 “박종철 열사가 내 대학 친구다. 박종철은 대학 시절에만 학생운동에 나선 게 아니다. 1979년 부마항쟁 때 중학교 3학년으로 참여했다. 청소년은 일찍부터 정치에 참여해왔다. 4.19혁명, 6.3한일회담 반대 등 현대사 초기에 다 그랬다.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게 아니라 더 잘 알고 냉정한 이성으로 결단을 내릴줄 알았다. 기성세대가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 4월에 통과시키지 않으면 헌법 전문에 명시된 저항권이 다시 한 번 행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정연대는 이날 오전 일정을 마치고 16시 재개되는 오후 일정 사이에 각각 국회의원실에 전화해 선거연령 하향을 촉구했다. 

다음날(25일)은 △(10시/정치개혁공동행동)선거연령 하향없이 정치개혁 없다 △(11시/어린이도 시민이다 외치는 사람들)18세도 안 되면 어린이는 언제 시민 되나 △(12시/정치를 통해 교육과 사회를 바꾸는 학부모들)언제까지 학생 학부모를 외면할 것인가 △(16시/선거연령 하향 4월 통과 촉구 청소년농성단)18세 미만인 우리가 한 살 하향이라도 외치는 이유 △(17시/농성장에 왔다가 감동 먹은 사람들)자유한국당의 위장 농성, 부끄럽지 않은가 △(18시/청소년 참정권을 지지하는 청소년지원현장 활동가들)선거연령 하향, 청소년 자립의 기본이다 △(19시반)자유한국당은 4월 국회를 열어라 등의 릴레이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24일 첫 날 8개의 기자회견 일정. (자료=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25일 둘째 날 7개의 기자회견 일정. (자료=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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