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속내’ 뒤집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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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4.25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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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의 풍계리를 보는 두 개의 관점,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결국 평화협정과 체제보장 요구, 야당의 역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북한의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 선언을 두고 그 진의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무엇보다 남북 정상회담이 이틀 남은 상황에서 북한의 속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유한국당은 이미 여섯 차례 핵개발 시험을 진행한 북한이 핵 보유국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노후화 된 풍계리 실험장은 이미 유용하지 않아서 폐기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동안 핵 폐기를 하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어긴 경우도 많기 때문에 북한의 위장평화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한국당의 입장이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23일 논평을 내고 “풍계리 핵 실험장은 노후돼 이미 붕괴가 시작됐고 정작 폐쇄해야 할 390여개 핵연구 빌딩이 있는 영변 핵시설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모습.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모습.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1, 2번 갱도에서 핵실험을 했을 뿐이고 풍계리 핵 실험장의 3번 갱도는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어 지금도 운용 가능하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국가정보원은 4번 갱도가 건설되고 있다는 보고를 내놓은 적도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여러 갱도 중에서도 지금도 사용이 가능한 그런 상황이라고 듣고 있다. 그런 핵 실험장 폐쇄를 자발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 평가한다”고 밝혔다.

즉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3번 갱도와 건설 중인 4번 갱도까지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진정성이 아예 없다고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실제 이완영 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3번 갱도는 상시 핵 실험이 가능한 상태로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북한을 비난하기 위해 풍계리 핵 실험장의 사용이 가능해 무력 도발을 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이번에는 북한의 조치를 평가절하하기 위해 이미 무용한 것이라는 이중적 평가를 하는 것이다. 

물론 북한의 이번 조치를 액면 그대로 볼 수 없다.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읽어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낮 청와대에서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 오찬을 함께하기 앞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낮 청와대에서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 오찬을 함께하기 앞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23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번 조치는) 미래의 핵을 포기하는 그런 의미가 있다. 대신 지금 가지고 있는 핵무기와 이미 미국 동부 지역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ICBM) 이것을 북미 수교와 평화협정과 바꾸자. 그러니까 미래 핵은 포기할 테니까 현재 핵을 가지고 협상을 시작하자 하는 얘기”라고 북한의 속내를 분석했다.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의 협상력을 위한 북한의 선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확실히 가지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줄 테니까 미국도 평화협정에 대해서 어떤 반대급부를 줄지 선물을 준비해서 오라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 말은 항상 행간을 읽어야 된다”며 “핵을 수출하거나 핵 기술을 수출하거나 (그렇게) 사용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수출을 막고 기술 이전을 막고 싶으면 (미국이) 북한이 요구하는 수교나 평화협정을 체결해 달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의 요구를 두 가지 의미의 체제보장으로 설명하면서 그걸 ”우선 외형적으로 수교해달라는 것과 워싱턴에 평양 주재 대사관이 들어가고 평양에 미국 대사관이 들어가는 그런 겉모습이고. 실질적으로 군사적으로 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 달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비핵화는 우선 진짜 핵물질을 없애야 된다”며 “플루토늄이라든지 우라늄 같은 것 그 다음에 핵시설 폐기, 핵무기 폐기 이 세 가지인데 지금은 극히 일부를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앞으로 펼쳐질 과정에 대해서 “핵 제조시설, 핵 재처리시설, 핵무기 제조시설, ICBM 제조시설. 이런 걸 폐기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 경제적인 성의가 필요하고 정치외교적인 성의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4일 아베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종전 선언은 남북만의 대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며 “그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아베 총리와도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언급해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환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사흘 전인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사흘 전인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북미 간의 상호작용 외에 남북 간의 필요한 조치를 전망하는 측면에서 정 전 장관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의제로 삼고 있는 것이 세 가지(비핵화·평화정착·남북관계 발전)인데 비핵화는 원칙적인 얘기만 하고 구체적인 것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넘겨줘야 된다. (UN 제재 때문에) 이번에 경제 문제는 논의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2007년 정상회담 후에 총리 회담을 하면서 남북 간에 합의한 사업들이 48개 정도 된다. 이 중 절반 정도는 UN 대북제재와 무관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 것은 바로 재개할 수 있고 이산가족 상봉은 돈 들어가는 문제가 아니니까 바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 내의 여론은 트럼프 정부에 대한 견제와 맞물려 북한의 진의를 의심하는 시선이 많다. 북한의 이번 조치를 비핵화라는 긍정적 신호로 보지 않고 경계심을 드러내는 것이다.

24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미국 내의 의심은 더 많다. 한국사회의 의심하는 사람들 비중보다 더 많다. 오히려 민주당 쪽에서 옛날의 친 오바마 쪽에서는 우리와 반대다. 미국 내 진보 쪽에서 트럼프가 속고 있다라고 이렇게 의심하고 있다. 오바마 측 입장에서는 기분이 되게 나쁜 거다. 우리가 정권 잡았을 때는 저렇게 안 해주고 왜 트럼프가 잡으니까 해주는 것인가”라는 미국 내 여론이 있다고 설명했다. 

180도 달라진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에게 '리틀 로켓맨'으로 부르다가 '극찬모드'로 전환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80도 달라진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에게 '리틀 로켓맨'으로 부르다가 '극찬모드'로 전환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제1야당인 한국당도 그런 전략적 관점이 있는 것인데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문 대통령은 2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정치권도 정상회담 기간까지만이라도 정쟁을 멈춰줄 것을 당부드린다.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다함께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야당의 역할에 대해서) 지금 김경수 의원 드루킹 사건과 별개로 남북관계를 다뤄야 되고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협상 레버리지가 생기도록 협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야당이 도와줘야 된다”며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정상회담이 아직 며칠 남았으니까 직전에라도 청와대 여야 영수회담을 해서 이번에 정상회담을 통해서 합의하는 것은 앞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여야할 것 없이 준수하겠다는 합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한국당이 그렇게 해줄 것이냐는 물음에) 그러니까 이게 잘못된 배팅을 하는 건데 예를 들어 한국당이 <진실인지 위장인지 비핵화로 가는 건지 아닌지 지켜보겠다. 아직 잘 모르겠다>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절대 안 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이건 거짓이라고 말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배팅이고 그래서 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은 23일 남북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을 브리핑했다. 

권 관장은 “4월27일 오전 양국 정상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시작으로 공식 환영식·정상회담·환영 만찬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북측은 4월25일 북측 선발대를 판문점 남측 지역에 파견하고 이들과 남북 합동 리허설을 진행한다. 회담 전날인 26일에는 남측 공식 수행원 6명이 참가하는 최종 리허설을 통해 마지막 점검을 할 예정이다. 남북 정상회담 세부 일정과 내용에 대해서는 26일 고양 킨텍스 프레스센터에서 임종석 준비위원장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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