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창문 가득 눈부신 햇살과 청아한 새소리, 부드럽게 부는 바람에 실린 싱그러운 솔향기가 방안을 날아 코끝을 자극한다면... 아마도 도심인 대부분은 이러한 아침을 꿈꿀 것이다.

 우리나라 중장년 직장인들 대부분은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년을 농촌에서 자란 사람일수록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귀농가구는 11,959가구로 전년대비 1,201가구 증가했다. 시도별로는 경북 2,221가구, 전남 1,869가구, 경남 1,612가구 순으로 나타났다.

귀농가구주는 50대가 40.3%이며, 50~ 60대가 64.7%를 차지했다. 귀농가구원수별 분석에서는 1인 귀농가구가 전체의 60%인 7,176가구로 가장 많았고 1~2인 귀농가구가 83.8%로 집계됐다.

 이처럼 조사 자료에서 보여주듯 우리나라 도시의 중장년층 대부분은 은퇴 후 삶을 농촌으로 옮겨 새로운 이모작을 동경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계획과 철저한 준비 없이는 전원생활이 실패로 돌아가기 십상이라는 것이 관련자들의 설명이다.

강원도 문막의 한적한 전원의 모습(사진=신현지 기자)
강원도 문막의 한적한 전원의 모습(사진=신현지 기자)

농촌도 옛날 인심이 아니다. 지역주민과 완만한 소통이 가장 중요

 서울에서 30년 공직생활을 마친 광명의 박광배(62세) 씨는 2년 전 충남 논산으로 내려갔다 실패의 쓴맛을 안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논산에서 오이 농사를 짓던 박 씨는 평생 해보지 않던 비닐하우스에 판로 개척까지 해결하지 못해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마을 주민들과 섞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더욱이 귀농을 원하지 않던 아내를 두고 혼자 내려갔던 것이라 그는 마치 귀촌이 아닌 귀양살이라도 하듯 외로움에 2년을 버티기 힘들었다고 한다.

“솔직히 전원생활의 장점은 너무나 많지요. 환경오염 없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스트레스 없이 지내다 보면 수명도 증가될 것이고 또 생활비가 적게 드니 좋고. 그런데 실제로 농촌에서 살아보면 행복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게 아니더라고요. 특히 판로 개척이 쉽지 않아요. 또 어찌나 텃세가 심한지 농촌도 옛날 인심이 아니다는 말이지요. 자기네끼리만 정보 교환해서 농산물을 팔고  외부에서 오는 사람은 자기네 동네로 들어오는 것도 싫어해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자기네집 앞으로 다니지 말라고 트랙터로 길을 막아놓기도 하고 창고하나 지으려니 무허가라며 면사무소 신고를 하지 않나 보통 사나운 게 아니에요.”
  
그래서 박 씨는 다시는 전원생활을 꿈꾸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박 씨와 달리 도심을 떠나 농촌에서 인생이모작에 자리를 잡고 있는 여의도의 김복철(59세) 씨는 행복한 전원의 삶을 즐기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문화시설의 배제에서 오는 고립감이 상당히 커...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라

그가 정읍으로 내려간 건 8년 전, 잘 다니던 은행을 하루아침에 조기명퇴자로 내몰려 죽으려고 맘 먹었던 그를 정읍으로 불러 내린 건 그의 오랜 지인이었다.

지인 역시 조기퇴직자로 김 씨보다 1년 먼저 정읍으로 내려가 참외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런 그가 함께 하자며 손짓을 하는 것에 망설이지 않고 내려왔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고생이 심했단다. 모든 것이 처음 해보는 것이며 쉽게만 생각했던 농사짓기가 은행에서 머리싸움하는 것만큼이나 복잡하고 제철에 맞게 빨리 해치워야 하는 것이라 힘들고 당황스러웠다.

그런 그가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농사에 이미 사전 지식을 갖춘 지인과 그의 성격이 워낙 밝아 지역민들과의 무리없는 소통 덕분이었다. 또 무엇보다 내려온 그곳이 전주시내와 가까워 문화생활의 단절이라는 고립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정착할 수 있는 힘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농촌을 꿈꾸지만 쉽지 않죠. 특히 부인들의 반대가 심해서 남자 혼자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서 오는 살림의 불편함이 커요.

음식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면 더욱 그래요. 그리고 오랜 도시생활에 길들여진 사람은 문화시설의 배제에서 오는 고립감이 상당히 크더라고요. 그 때문에 소외되는 불안감에서 시골 생활을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

그런데 저는 농촌 생활에 능숙한 친구와 또 전주시내와 가까워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랑 소통하고 교양프로그램이나 공연 등을 접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죠. 사람들과 교류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것이 삶의 질을 좌우하는 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요. 그리고 겨울에는 서울 집에서 지내다 올 수 있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이런 철새형의 삶이 이제는 아주 만족입니다.”

4시간의 노동, 4시간의 자기계발, 4시간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교류

 이처럼 만족한 전원생활을 한다는 김복철(59세) 씨는 은퇴 후 전원생활의 성공기를 스콧 니어링을 따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첫째, 하루를 노동에만 치우치지 말고 4시간의 노동, 4시간의 자기계발, 4시간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교류와 대화로 구성해라.

두 번째는 농한기에는 도심의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지내라. 즉 철새형으로 지내는 것이 좋다.

세 번째는 혼자서 농촌에 오는 것보다는 가급적 마음에 맞는 지인들과 함께 공동체를 형성해라. 즉, 취미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같이 모이면 더욱 좋다. 또 대도시나 중소도시의 외곽에 전원형 주택에 거주하거나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단독주택을 구입하여 주말농장이나 텃밭을 임차하는 것도 대안이다. 

한편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해마다 증가하는 귀농귀촌교육 수요를 반영하여 수요자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2018년 귀농귀촌교육 전 과정의 교육을 개설하고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수요자의 연령과 경험을 바탕으로 2030청년창업농, 4050전직귀농, 60이후은퇴귀농, 귀촌생활 과정으로 구성하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경기, 충남, 전남, 경북 등 다양한 지역과 전국귀농운동본부, 한국지도자아카, 연암대학교 산학협력단, 전략인재개발원 등 여러 유관 기관의 협력으로 수요자가 여건에 맞는 지역과 기관을 선택하여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