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일의 파업 중단, 최남수 사장의 중간평가 50% 불신임이면 사퇴 제안 수용, 노조가 제안에 응한 이유는 확신과 돌파 의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최남수씨가 지난해 가을 사장 내정 이후 한 행동 중 내가 아는 한 유일하게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노조는 투표라는 절차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즉각 퇴진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최씨의 제안은 이사회도 거치지 않고 오직 우리 손으로 우리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YTN 투쟁사의 상징인 노종면 기자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85일의 파업을 풀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노 기자는 “노조가 스스로 이 상황을 돌파하려는 의지 때문일 게다. 촛불정부 하에서도 외면과 고립을 감내하며 싸우고 있는 작은 조직의 눈물 밴 의지 말이다”라고 밝혔다.

YTN에서 해직됐던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등 기자 3명이 2017년 8월28일 복직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선임된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다 2008년 10월 해고됐으나 이달 초 노사간 합의를 통해 재입사 형식으로 복직이 결정됐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YTN 사옥으로 출근하던 노종면 기자가 꽃다발을 받고 눈물을 훔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YTN에서 해직됐던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등 기자 3명이 2017년 8월28일 복직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선임된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다 2008년 10월 해고됐으나 이달 초 노사간 합의를 통해 재입사 형식으로 복직이 결정됐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YTN 사옥으로 출근하던 노종면 기자가 꽃다발을 받고 눈물을 훔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YTN 노조(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26일 파업을 멈추고 업무에 복귀했다. 최남수 사장은 24일 사내 게시판에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뒤 YTN 전체 구성원이 참여하는 중간투표에서 50% 이상 불신임 할 경우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25일 총회를 열고 중간투표 실시를 통한 최 사장의 사퇴를 전제로 이를 받아들였다. 

24일 열린 YTN 노조 총회에서
24일 열린 YTN 노조 총회에서 박진수 위원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YTN 노조) 
노조는 총회에서 중간투표를 통한 사퇴를 전제로 파업을 푼 것이라 혹시라도 최 사장 불신임 표결이 50%가 안 넘을 것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 (사진=YTN 노조)

박진수 노조위원장은 2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최남수씨의 부적격성이 YTN 안팎에서 확인된 만큼 구성원들도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며 과반 이상의 불신임 표결을 자신하고 있다.
 
노 기자의 언급처럼, YTN의 연이은 오보 사태(김기식 전 금감원장 출국금지/김경수 의원실 압수수색)가 발생했을 만큼 더 이상 보도 참사를 두고 볼 수 없어서 노조가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해석될 수 있다. 노조는 최 사장의 내정 소식이 전해질 때부터 반대했었다. 시급한 보도국 정상화를 명분으로 두 차례 노사 합의에 임했고 이것이 파기된 것도 최 사장 책임이라고 보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그래서 파업이 개시됐을 때는 더 이상의 협상은 없고 오직 최 사장의 사퇴만이 답이라는 배수진의 의미가 강했다. 그럼에도 최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노 기자의 표현처럼 노조의 “돌파 의지”로 풀이된다.

3월28일 YTN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최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의당의 최석 대변인과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그런 노조의 결단을 평가했다. 

최 대변인은 26일 논평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노조가 한발 양보했다. 파업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지만 85일동안 최선을 다한 노조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노조가 대승적 결단을 내린 만큼 중간평가에서도 이에 걸맞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사장도) 중간평가의 시기를 조속히 정해 약속을 이행하기 바란다. YTN 노조가 승리하는 날까지 정의당도 연대하겠다”고 천명했다.

추 대변인도 “11년 만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의 보도파행을 막기 위해 언론인의 사명감으로 내린 대승적 결단에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며 “지금의 업무 복귀는 YTN 노조의 적극적인 양보로 최남수 사장에게 준 마지막 기회다. 최남수 사장은 그동안 헌신짝처럼 외면했던 노사 합의사항들을 대하듯 이번 노조의 업무복귀로 당장의 위기를 모면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불신임투표가 현 상황에서 가장 깔끔하게 물러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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